웃대 검은토끼님의 작성글입니다
너의 뒤에는 누구? -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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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우‥‥.”
시커먼 연기와 함께 경적소리가 섬을 울렸다. 이윽고, 배에서 작은 다리가 내려졌고- 그 위로 아이들이 많은 짐을 싸매고 힘겹게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영은아 이것좀‥‥.”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무게가 느껴지는 짐을 무려 두개나 들고 있던 동혁이가 결국에- 영은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자가 이리 힘이 없어 쓰겠‥‥.”
귀찮은 듯, 비꼬는 말투로 동혁이에게 대답을 하고는 짐을 받아든 영은이가 하던 말을 끊고는 얼굴이 새 하얗게 변했다. 뒤 이어 한손으로 들던 짐을 축- 내려놓으며 두 손으로 힘겹게 들어올렸다.
“푸하하하-! 쌤통이다!”
그런 모습에 동혁이가 과도한 연기를 펼치며 비웃기 시작했다.
“너..!”
또, 비웃음에 충동적으로 화가 났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영은이가 동혁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거기 조용해! 빨리 들어가야지!”
또, 아까부터 그런 둘의 모습을 언짢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혜원이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하늘은 노랗게 물들어있었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가는 해가 몽롱한 기분과 함께 신비로움을 선사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광경을 볼 새도 없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노을에 비추어진 섬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여행의 목적인 오싹- 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배경을 자각하며 본격적으로 섬에 들어가자, 섬의 가운데에 커다란 콘도가 떡- 하니 차려져 있고 콘도의 뒤로는 거대한 숲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거 뭐야? 재미있는데?”
콘도 앞에 거의 다다르자 예지가 흥미롭다는 듯 콘도 앞의 '무언가'를 보며 말했다.
“뭐가?”
짐을 든 채로 땀에 흠뻑 젖은 동혁이가 예지를 향해 물었다. 그에- 예지는 호텔 앞에 꽂혀 있는 5개의 표지판을 가리켰다.
“웩-! 징그러워‥. 이게 뭐야!”
평소 잔인함이라던가,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 이번 여행에도 힘겹게 참여한 동혁이가 표지판에 새겨진 그림을 보고 기겁을 했다.
가장 왼쪽에 박혀있는 첫 번째 표지판에는, 강물이 그려져 있었다. 문제는 그 강물이 정말이지 붉게 물들어 흐르고 있었다는 점과, 동시에 강물 위로 떠오른- 흡사 사람의 머리 같은 이상한 물체가 있었다는 것.
“뭐-야! 강동혁! 겨우 이런 걸로 무서워하면 쓰냐!”
그런 모습을 보던 영은이가 우습다는 듯 동혁이의 등을 주먹으로 팍- 치며 시원하게 말했다.
“그건 그런대로 볼 만 한데, 이 그림은 좀 그렇다.”
그림을 계속해서 살펴보던 예지가 얼굴을 찌푸린 채 두 번째 표지판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말했다.
두 번째 표지판에 그려진 그림은, 무언가 둥-근 공간 안에 사람이 떠있었다. 주변에는 역시나 강한 붉은색을 띤 물들이 차올라 있었고-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몸이 일그러져있었다.
“아- 뭐야, 징그럽게‥. 그것 보다 이거 왜 죽은 거지?”
두 번째 그림으로 눈을 돌린 영은이도 이번에는 조금 꺼려하는 눈치로 물었다.
“글쎄‥. 삶아진 게 아닐까?”
장난스럽던 예지가 갑작스럽게 정색하며 말했다.
“너도 참‥. 역시 박예지. 상상력 하나는 가상합니다!”
그런 그림 때문이었을까? 많이 침체된 분위기를 조금 띄우기 위해 동건이가 예지를 향해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노력해주는 건 고마운데,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라고 황동건.”
그런 동건이의 배려에, 서슴없이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 예지.
“아- 그렇지.”
그제야, 예지가 어렵사리 분위기를 잡았다는 사실을 눈치 챈 동건이는 미안한 듯 시선을 어디에 둘 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 결국 세 번째 표지판에 눈을 고정했다. 그리고 곧, 동건이의 얼굴은 굳어버렸다.
“이건 두 번째 그림 보다 더 심각한데‥?”
어렵사리 동건이 말했다.
세 번째 그림에는, 정말이지 구체화 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나무에 십자가형으로 못 박혀 매달려있었다. 더군다나 배가 갈라져 있어서- 흉측한 호스를 마음껏 내려뜨리고 있었다.
“아‥‥. 왜 이런 그림을 박아놓은 거야?”
보다 못한 효림이가 조금 아이들 곁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 무섭다는 듯 물었다.
“홍보랑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제법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던데? 이상한 점이 후기가 없다는 거지만‥.”
재홍이가 제법 날카로운 추리를 찔러 넣으며 대답했다.
“그럴 수 도 있겠네.”
그제야 납득한다는 듯 효림이가 웃으며 말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데, 이 그림은 장난 아니다‥.”
그때, 평소 말이 없는 종완이가 아까부터 유심히 네 번째 표지판을 지켜보고 있다가 살며시 말했다.
네 번째 표지판은, 아이들이 모두 본 뒤에 기겁을 했다. 곤란하다는 듯 신음을 탁- 내지르는 아이들도 있었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림에는 한 사람이 식칼을 양 손으로 들고 칼날의 끝을 자신의 목을 향해 겨냥한 채 사정없이 찔러 파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또, 덧붙여 말하자면- 그림에 나와 있는 사람의 표정은 묘하게 즐거워하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가 지나치잖아, 더군다나 이게 정말 그린 그림이라면‥‥. 그건 완전 사이코지‥.”
혐오하는 듯, 역시나 말이 없던 예슬이가 혀를 치며 말했다.
“근데- 이 마지막 그림, 의미 하는 게 뭐야?”
재홍이가 물었다.
이번에는, 전과는 다르게 제법 묘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태양과 달이 그려져 있었는데, 각각 그림의 반에 가까운 정도가 서로 엉켜있었고- 또, 해의 주변은 하얀색으로 덮여 있었고 그와 반대로 달의 주변은 붉은색으로 덮여 있었다.
“참‥‥. 여기도 대책 없는 곳이네.”
볼 것 다 봤다는 식으로 동혁이가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자! 이제 들어가야지!”
긴장한 재홍이를 갑작스럽게 앞으로 밀며 소리쳤다.
“밀지 마! 들어 갈 거야!”
그에 놀란 듯, 재홍이가 소리쳤다. 이윽고, 아이들이 콘도의 입구에 들어서자- 낡은 듯 '끼-익' 둥의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또, 안에는 불빛 하나 없이- 칠흑 같은 암흑이었다.
“스위치가 어디 있지‥‥.”
그런 환경에, 다른 아이들은 흠칫- 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은 재홍이가 왼쪽의 벽을 손으로 더듬거렸다. 그때-
“찐-득”
하고 불쾌한 소리가 나더니-
“아악!!― 뭐야!”
재홍이가 강한 비명을 지르며, 손을 재빠르게 뺀 뒤, 바지에 손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딸-각”
화-악 하고 순간적으로 콘도의 홀이 밝아졌다. 결국, 답답해하던 예지가 오른쪽 벽에서 스위치를 찾은 모양이었다.
“왜 그래?”
불이 밝아지자- 모두 재홍이를 쳐다보며 물었고, 이내-
“꺄-아아악!”
여자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재홍이의 손은 피범벅이었다. 끈적끈적하고- 왠지 발라진지 오래 되지 않은 듯 굳지 않아있었다. 또, 아이들이 시선이 빠르게 재홍이가 만진 벽을 향하니- 기이하게도, 손자국이 붉은색의 무언가로 무수히 많이 찍혀있었다.
“읍!”
그런 광경을 보니, 갑작스럽게 구역질이 밀려온 건지 혜원이가 자기 입을 빠르게 틀어막고 연신 고개를 흔들어댔다.
“괜찮아!?”
혜원이의 그런 모습에 놀란 동건이가 다급하게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라고 따듯한 말을 계속해서 속삭였다.
“아, 예약하신 분들인가요?”
그렇게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 때- 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흠칫하여, 동혁이가 뒤를 돌아보니- 연미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한 할아버지가 격식 있는 태도를 취하며 서 있었다.
“아, 예. 맞아요.”
빠르게 상황을 파악 한 뒤 얼떨떨하게 서있는 동혁이를 제치고 효림이가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할아버지가 눈웃음을 살며시 짓더니-
“여의섬에 오신 것 을 환영합니다.”
낮지만 확실한 울림을 가진 목소리로 말했다.
“단체 숙박으로 예약하신 걸로 압니다만?”
그 뒤, 할아버지가 가슴팍에 걸려있던 메모지를 뽑아 들고 다시 물었다.
“아- 예. 13명이 숙박할 생각인데, 되도록 남, 여 2개로 구분 지어 마련된 큰 방을 주셨으면 해요.”
재홍이가 부탁했다.
“흐음‥‥.”
그에, 할아버지가 조금 곤란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표정도 잠시, 이내 활짝 웃으며-
“그럼, 308호로 가시지요. 온천과 거리도 가까우니 흡족하실 겁니다.”
반가운 말을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건네주는 키를 받고는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308호의 문에 키를 꽂아 넣고 돌린 뒤 열자- 그 안에 펼쳐진 방의 모습은, 정말이지 최고급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뛰어난 고광택이 발라져 고급스럽게 빛나는 바닥, 강한 스프링으로 압축되어져 있는 듯- 뛰어도 금방 이완되는 푹신한 침대- 그리고 아름답게 빛나는 샹들리에가 거실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사방으로 분산시켜 방의 분위기를 신비롭게 했다.
“와‥‥. 죽인다. 진짜‥.”
동혁이가 강하게 감탄하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때-
“왼쪽 방으로 남자애들이 들어가, 오른쪽 방으로 우리 여자애들이 들어갈게.”
예지가 갑작스러운 제안을 했다.
“그래. 밤인데- 각자 짐 풀고 옷 갈아입은 뒤에 온천에 피로한 몸 푹- 담고 오자고!”
그런 예지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흔쾌히 승낙하며, 어느새 들떠 성격까지 바뀌어 보이는 종완이가 활기차게 말했다.
그렇게, 남자의 방으로는 종완,동건,동혁,재홍,준혁,지훈,원석이가 서로 밀듯이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고-
여자의 방으로는 예지,영은,효림,혜원,수지,지니가 남자애들과는 다르게 순서를 지켜 빠르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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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아까 그 손자국에 대해 왜 안 물어봤어?”
재홍이가 억울하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하?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뭐- 그래봐야 아까 표지판처럼 콘도 분위기를 살려주는 요소겠지.”
윗옷을 벗던 동혁이가 말했다.
“응‥‥.”
아쉬운 듯 수긍하고는, 재홍이도 뒤따라 옷을 갈아입기 위해 벨트를 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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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도 붉은 성스러운 그 액체여. 끓어라. 끓어라. 하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