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큰집을 갑니다. 일년에 두 번이라 큰 부담은 없습니다.
일도 많은 게 아니고요. 다만 처한 입장이 처신하기 그렇습니다.
형님 연세가 73입니다. 시어머니께서 72이니 정말 엄마같은 형님이시죠.
저와는 33살 차이납니다.
처음 몇 년은 남편 직장 일로 외국에 살아서 참석을 못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걸음을 한 게 4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약간 걸리는 게 있어서요.
당신 부모님 제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아버지께서는 절대 참석을 안 하십니다.
거동도 못하실 정도로 편찮으시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봉사 활동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다니시고 운전도 잘 하세요.
그런데 단지 귀찮고 아들들 간다는 이유로 안 가십니다.
당연히 처가(즉 시어머니 친정) 행사에도 참석 안 하십니다.
시 외할머니 생신 때도 안 가시고 친정 조카 결혼에도 안 가십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명절 전날 음식만 하시고 당일 안 오십니다.
시아버지 식사 차려 드려야 된다고요.
이제 큰집 분위기입니다.
음식을 상에 올릴 정도만 합니다.
저번 추석에 가서는 전 한 장 뒤집고 왔습니다.
앉아서 동그랑땡 한 바스켓 이런 거 없습니다.
정말 간단합니다.
저와 시어머니까지 가면 그 집 며느리 둘까지 해서 여자가 다섯입니다.
국이나 나물, 잡채 같은 건 형님이 재료 준비했다가 당일 아침에 하세요.
며느리들이 다들 저보다 나이가 10, 7살 많습니다.
큰 며느리는 재혼으로 새로 들인 며느리라 처음에는 제가 아주머니인데 반말 하시더라고요.
그건 뭐,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 새며느리 들인 뒤로 말씀은 안 하시는데
형님이 저희 오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식 양도 줄어서 세 명이서 충분히 할 정도니까요.
(솔직히 맘 먹으면 저 혼자도 할 수 있는 양이네요. 친정서 제사상 혼자서도 많이 차려 봤거든요)
급기야 저번 추석 때는 전을 그렇게 부치고 저도 좀 미안한 느낌이 있는데
집에 간다고 시어머니 먼저 나가시고 나서 제게 살짝 그러시더라고요.
/동서, 내일은 번거로울텐데 안 와도 돼./
형님이 제게 이렇다저렇다 말씀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저도 그냥 알겠다고 하고 뒷날 남편 쪽에 봉투만 넣어 보냈습니다.
그리고 매번 갈 때마다 이젠 이렇게 음식하러 오지 마시라고(형님께는 시어머니가 아주머니가 되죠)
말씀하세요.
음.... 이게 빈말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오지 말라는 말씀 같다고 하더군요.
그 집 식구들 만으로도 충분한데 형님 입장에서 시댁 쪽 식구들이 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단 봉투는 꼭 보내야 된다고 합니다.(저도 그럴 생각이고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는 그래도 얼굴 디밀어야 된다고
꼭 가야 된다고 하십니다.
아마 시어버지께서 며느리 예의범절 가르치라고 꼭 데려 가라고 잔소리 하시는가 봅니다.
솔직히 말해 전 한 장 뒤집으러(얼굴 도장 찍으러) 큰집 가는 것도 좀 웃기고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신데 그런 말까지 들어가며 가는 것도 좀 그렇더라고요.
시부모님께서는 제가 지난 추석 때 큰집 안 간 건 모르세요.
시부모님께서 명절에 큰집 출입을 안 하시니 말 없으면 당연히 간 줄 아세요.
처신하기도 곤란하고 마음이 심란하네요.
곧 다가 올 설에는 중간에서 어째야 하나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