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공식적인 회사의 송년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커다란 고깃집이나 맥주집을 전세내고 부어라 마셔라 해대던 분위기보다는 젊은 친구들 기호에 맞추어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부페식당을 예약하기도 하고, 공연이나 연극, 영화관람 등 문화행사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매년 자회사의 송년회에 사장님을 수행해야하는 내 입장에선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수행을 핑계로 슬쩍 문화행사를 기웃거릴 수 있으니까. 요번 모 자회사의 송년회는 신도림 CGV의 스타관을 대관해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행사였다. 당근 만사 제치고 수행을 자처했다. 보고싶은 영화도 보고, 술 많이 마실 일도 없고, 신도림이라 집도 가까우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 아닐 수 없으니.
그렇게해서 보게 된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 4 : 고스트 프로토콜」 이다. 의도한 건 아니요, 별로 의식하지도 못했더랬는데, 생각해보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한 편도 놓치지 않고 본 셈이다. 특별히 이런 장르에 대한 선호가 있는 건 아니니, 이건 분명 의도라기 보다는 인연에 가깝다. 한 참 극장가를 달구는 작품이니 세세하게 영화 이야기를 하기는 좀 그렇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재미있는 영화다. 1962년생으로 오십을 꽉 채운 톰 크루즈의 다소 연배가 느껴지는 외모가 세월의 흐름을 느껴지게 하긴 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과, 화려한 CG,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브래드 피트'가 '빵발' 이라면, 이 아저씨는 '빵새'..?)의 코믹코드가 잘 버무러져 역대 임파서블 시리즈를 뛰어넘는 흥행요소를 가졌다.
뭐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도 일부 있었다. 영화 속 깨진 유리창을 통해 초반에 엄청난 포스를 발휘한 매력적인 여성 킬러가 날아가는 모습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생각나게 했다. 그 순간 영화는 가지고 있던 센서빌리티(Sensibility), 아니 센슈얼리티(Sensuality)의 절반 쯤을 확- 잃어버렸다는 느낌..? 하지만, 이건 나의 주관적이고 지엽적인 생각이다. 영화를 보고 직원들과 맥주 한잔 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봤더니 몇몇은 동의했지만, 대부분은 '먼소리냐..?'라는 표정이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즈음해서 보기에 딱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생각없이 보면 묵은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날려주고, 톰 크루즈의 중년미와 너무도 노골적이었던 BMW의 PPL(간접광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한층 화려하고 다양해진 첩보 테크놀로지, 신선한 아이디어의 콘텍트 렌즈 카메라, 대상의 시선을 쫓아 배경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위장막 등에 대해 무궁무진한 뒷담화꺼리까지 제공하니까. 「미션 임파서블 4」 는 그 자체로 이제 이 시리즈가 첩보물의 바이블 「007 시리즈」 에 버금가는 위상으로 우뚝 섰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이단 헌트와 필적할 새로운 동료(들)의 등장 역시 흥미로운 부분.
보통 이런 첩보물이 다루는 소재와 소품은 동일 장르 영화의 다양화와 더불어 밑천이 거의 드러났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 세계안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첩보 장르 영화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톰 크루즈는 인터뷰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100살까지 임파서블 시리즈를 찍겠다고 밝혔다. 진짜 100살 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몇 편은 더 나오겠지 싶다. 스토리의 참신함과 테크놀로지의 발전만 받쳐준다면 후속편도 꽤 볼만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