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3대 디자이너 이언 칼럼
이언 칼럼은 재규어만의 강렬한 이미지를 곳곳에 배치한다. 사진 속 차량은 재규어의 스포츠카인 '뉴 XK'로, 칼럼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재규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아름다운 고성능 차'를 강조했다.
마치 재규어 엠블럼이 튀어나와 달릴 것 같은 질주본능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출시되는 재규어 차량에서 리퍼를 찾아보기 힘들다. 보행자에게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안전규정상 제거된 것이다. 상징적인 리퍼는 사라졌지만 재규어는 현대적인 모습으로 환골탈태했다.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언 칼럼(57·사진)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가 이 같은 혁신을 진두지휘했다. 과거의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세계 3대 디자이너로는 이언 칼럼을 포함해 피터 슈라이어(기아차)와 발터 드 실바(폴크스바겐)가 꼽힌다. 최근 e-메일을 통해 칼럼을 만나봤다.
우선 지난해 7월 국내에 출시돼 고급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올 뉴 재규어 XJ'의 디자인 탄생 과정이 궁금했다. XJ는 재규어 승용차 라인업을 이끄는 최고급 모델이다. 칼럼은 “차 디자인을 할 때 유행을 따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헤어스타일이나 패션과 달리 차의 외양을 바꾸는 작업은 1∼2개월이 아닌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칼럼은 “모방의 대상이 될지언정 '어떠한 것도 따라 하지 않는다(A Copy of Nothing)'는 재규어만의 디자인 철학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 뉴 XJ의 시장반응이 좋은 것에 대해 흐뭇해 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재규어가 판매한 5만1444대 가운데 19.7%를 차지했던 올 뉴 XJ가 올해 들어서는 30%대로 껑충 뛰었다. 국내에서는 총판매 대수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강렬하고 멋진 앞모습과 미등·리어윙의 완벽한 조화가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국내에 출시한 '더 뉴 재규어 XF' 또한 칼럼의 신선한 감각이 가미되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그에게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디자인 추세를 물었다. 칼럼은 “에너지 효율성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자동차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며 “에어로다이내믹스(공기역학)는 자동차의 외양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실내 디자인의 경우도 고급 소재의 사용이 보편화되고, 특히 실내 조명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칼럼은 “환경친화적 요소가 자동차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제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재규어가 올해 국제모토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C-X75'는 F1 레이스 차량과 맞먹는 성능을 보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하이브리드 중형차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올 뉴 XJ의 경우 또한 알루미늄 보디로 제작돼 경쟁 차종에 비해 150㎏ 정도 가볍다. 미래에는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모델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으로 점쳤다. 그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량 등 파워 트레인에 큰 편차가 생기면서 보디 스타일 또한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언 칼럼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글래스고 아트스쿨을 졸업했다. 포드·볼보·마즈다·혼다·랜드로버·애스턴마틴 등 다양한 브랜드 디자인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됐다. C-XF 등 수많은 컨셉트카를 제작했으며 2009년 '올 뉴 재규어 XJ'에 이어 올해 '더 뉴 재규어 XF' 작업을 성공리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