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5개 단체, 김정일 사후 '조문논란' 등 우리사회 현상에 대해 토론
북한 김정일의 사망 후, 김정일에 대한 평가, 조문 논란 등으로 우리사회는 갈등이 일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대학생들이 김정일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한편, 조문 문제에 대한 입장, 그리고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이 시대의 지성인인 대학생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논의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27일 New또다른여론의시작(부회장 김소연), 미래를여는청년포럼(대표 신보라), 바른사회대학생연합(대표 김형욱), 북한인권학생연대(대표 문동희), 한국대학생포럼(회장 윤주진) 등 5개 대학생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학생 김정일 사후를 논하다’제하 토론회에서다.
이날 이들 대학생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약 300만명의 북한 주민들을 아사시킨 독재자 김정일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김정일을 특집으로 다룬 방송과 언론을 비판하는 한편, ‘김정일 조문’ 논란에 대해서도 김정일은 ‘대한민국 전체 위협하는 북한의 독재권력 상징’이므로 그에 대한 조문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맞아, 대학가에서는 김정일 시대의 북한과 현 북한주민들의 실상을 명확히 이해하고 북한인권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27일 New또다른여론의시작 등 대학생 5개 단체는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 세미나실에서 ‘대학생 김정일 사후를 논하다’ 토론회를 열었다.ⓒkonas.net
김소연(경기대 경제학과 2학년) New또다른여론의시작 부대표는 “대부분의 20대는 김정일의 사망 이후 그에게 좋은 평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는 세계 최악의 독재자이며 세계에서 가장 자유가 억압된 국가인 북한을 이끈 지도자였다”며 “북한과 평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한다는 것에는 동감할 것이나 지금처럼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으며 매년 대한민국에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북한 정부를 20대는 결코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의 조문 문제에 대해서도, 김소연 부대표는 “북한이라는 국가의 지도자인 김정일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는 것은 개인적 자유이나 그 이전에 보편적인 윤리로 봤을 때, 조문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김정일이 보여준 북한주민에 대한 잔인한 인권 억압과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 행위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주진(연세대 정치외교 4학년)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은 김정일 조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김정일에 대한 추모가 실정법으로 처벌돼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혔다.
윤 회장은 “‘죽은자에 대한 추모행위가 국가보안법으로 적용되느냐?’하는데, 김정일은 한 개인이라고 볼 수 없다. 독재세력을 이끌었던 집단의 대표이다. 대한민국 전체를 위협하는 북한 독재권력의 상징이었기에 김정일을 추모하는 것은 적을 찬양하는 행위이다. ‘이미 죽은 사람일 뿐이다’라고 할 수 있으나, 히틀러를 찬양하고 추모하는 것이 독일에서는 실정법으로 처벌된다.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우리나라에는 성립한다. (따라서 역으로 김정일 추모는) 대한민국에 대한 정체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추모는 양심의 자유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윤 회장은 “일견타당하나,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아직 살아계시고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아픔을 지니고 계신 국민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협과 공동체의 위기감에서 김정일 추모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한다. 헌법 37조 2항에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추모하는 것은 본질적 자유라고 보는데, 단 (김정일 추모는) 집에서 하라는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장소에서 경찰이 추모를 못하게 하는 것은 타당한 기본권 제약이라고 본다”라고 명쾌하게 반박했다.
김형욱(영산대 법학과 4학년) 바른사회대학생연합 대표는 조문과 관련한 정부 대응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김형욱 대표는 ‘북한주민을 향한 조의 표명, 이희호 여사, 현정은 회장의 조문과 민간조전의 허용’이라는 정부의 대응은 “면피를 위해 머리를 굴리고 짜낸, 본인들만 만족하는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조의라는 단어가 ‘남의 죽음을 슬퍼한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김정일의 죽음을 슬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정일은 우리의 소중한 친구, 가족들의 목숨을 이유 없이 빼앗아갔고 수천만 북한주민의 인권과 고통을 안겨줬던 사람이다. 죽음에 관대하고 존중할지언정 김정일은 예외이며, 죽음으로 인해 김정일이 저지른 만행과 그간의 잘못들이 일순간에 없어지는 지금의 모습은 가히 염려스럽고 걱정될 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대해서는 문동희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와 신보라 미래를여는청년포럼 대표가 견해를 피력했다. 신보라 대표는 “차기 체제가 인권문제에 압박을 느껴야 한다”며 “김정일 정권이 외부 세계의 압력 후 정치범수용소를 축소·통합해 운영한 전례가 있다. 대외적인 반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문과 관련해 청중으로 참석한 대학생 패널들은 “‘조문단’이 아닌 ‘조롱단’을 보냈어야 한다”, “조문을 보내도 입장 표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용시켰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