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산에 사는 스물네살 주태강 이라 합니다
잠이 오지 않아 밖에서 담배를 태우다 갑자기 떠오른
어린시절의 공포의 기억이 생각나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해보지 못한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당시 제가 생각해도 이건 완전히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죠, 직접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더군다나 전 귀신의 존재를 그때까지만해도 전혀 믿질 않았었거든요,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해보지 못한 제 경험담을요,
전 어렸을적 집이 너무 가난해 이사를 자주 다녔었습니다
초등학교때만해도 6번의 이사 끝에 결국 정착하게 된 곳이,
지리산 산청군의 어느 한 작은마을이었죠 (경남 산청군)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였을겁니다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이 너무도 따가운 날이었죠
당시 제가 한창 좋아했던게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였습니다
동네 형들의 말을 들어보니 저희집 윗길로 올라가면 20여가구의 집이 있는데
그 집들을 지나쳐 1시간 가량 걸어올라가다보면 숲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나오고
그 오솔길을 따라 3~40분 정도 더 올라가면 꽉 들어찬 숲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그 숲 속 아무 나무에 꿀이나 설탕물을 가득 발라놓고 다음날 아침에 올라가면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가득 모여있단 말을 듣고,
다음날, 전 죽어야만 잊혀질 경험을 하게 됩니다
홀로 아침 6시 30분경,
동네 형들이 가르쳐준 길을 찾아 해매고 해매며 산을 올랐습니다
이윽고 오솔길을 발견하고 챙겨온 빵과 물을 먹으며 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장수풍뎅이를 잡아보고싶어 너무 깊이 숲 속으로 들어간게 화근이었습니다
장수풍뎅이 생각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죠, 전
하지만 전 이미 즐거운 상상을 할 때 부터 복잡한 숲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은 상태였을겁니다
1.5리터짜리 페트병 가득 담아온 설탕물을 여덞그루의 나무에 들이붓듯이 처발라댔습니다
일이 끝나자 그제서야 만족감이 들었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허나, 해는 이미 보이지 않더군요,
(울창한 숲속에선 해가 지는걸 유의하지 않는 이상 잘 알지 못합니다,
늘 나무에 의해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죠)
저는 당황했습니다,
일찍 돌아올줄알고 렌턴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죠,
손목시계를 바라보니 저녁의 시간이었고, 밤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미신도 믿지 않아 두려움을 모르던 저에게도 두려움은 있었다는걸 알게되었죠
미친듯이 숲의 아래로만 내달렸습니다,
하지만 빽빽한 나무들에 가로막혀 어디 있는지도 모를 마을을 찾는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웠죠,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 문득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상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말씀해주신 것이었습니다
물은 언제나 아래로만 흐르니, 숲에서 길을 잃었을땐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민가를 찾을수있다고,
전 우여곡절끝에 개울물을 찾게 되었고 그 물줄기를 따라 빠른걸음을 옮겼습니다
바쁜 마음에 숲에서 달리다가 넘어져 다치면 더 큰 일이 될수있다고 생각했기에 차분해지려했죠,
제 느낌상으로 30분정도 걸었을겁니다,
우거진 수풀사이로 큰 집이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인적도 전혀 없었고 불빛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 너무 지쳐 잠시 앉아 쉬어가려 그 집으로 다가갔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폐가라고 봐야하는 큰 집이었습니다
집앞엔 조그맣게 돌계단이 있었는데 풀려버린 다리를 쉬게하려 잠시 앉았습니다
바닥이 숲의 습기로 축축했지만 지친 저는 그런것을 가릴 처지가 못되었습니다
헌데 어린나이라서 그랬을까요, 갑자기 이상한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울며불며 두려움에 쉬지않고 숲을 벗어나려던 제가 그 집의 내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죠,
그냥 보기에도 폐가이거늘, 저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 문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허나 문은 없었죠, 휑하니 입구만이 있을 뿐이었고,
그 입구 안엔 어두컴컴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앞으로 발을 내디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손을 들어 제 손을 보았는데도 제 손이 아예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어둠이었습니다
두려움에 손을 만지작거리다 왼손의 시계가 잡혔습니다,
동시에 제가 당황해 잊고 있던 시계의 기능이 떠올랏죠, 후레쉬 기능이었습니다
왼손의 시계를 들어 후레쉬로 앞을 비춰보니 정말 너무도 낡은 칠판이 보였습니다
더욱이 놀라웠던건 이상한 필기체의 한자들과
북한사람들이나 조선족들이 쓰는 특이한 어투의 말들이 칠판 가득 적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닥은 높지않은 한뼘 높이의 계단식으로 되어있었는데,
(지금 제 생각엔 나란히 앉기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진듯 합니다)
그때였죠, 제 인생 모두를 통틀어 가장 놀라고 두려웠던 일이 일어난건,
이상한 파육음과 신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소총을 장전하고 탄창을 결합하고 해제하는 소리도 동시에 들려왔죠
그리고 제 눈 앞, 시계 후레쉬의 빛 너머로 희뿌연 안개가 집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전 안그래도 힘이 없던 다리가 놀람과 두려움으로 완전히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을만큼 두려웠습니다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질질 끌고 다니는 소리가 점점 제 주위로 크게 들려왔습니다
그리곤 눈을 찢어질정도로 부릅뜨고 말았죠,
아직 꺼지지않은 시계의 후레쉬가 그것을 비췄습니다....
오른쪽 다리와 팔이 떨어져나간,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얼굴의 남자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갑자기 그런 힘이 났던 걸까요,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라는 감정이 만들어낸 말로 표현할수 없는, 믿을수 없는 의지였을까요,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그냥 무작정 내달렸습니다
할머니께서 없는 돈에 사주신 샌들이 벗겨져 넘어지고
그 샌들을 줍지도 안고 버린채 맨발로 그냥 무작정 내달렸습니다
울음도 안나왔습니다,
그 순간 저를 지배하고있던 감정은 미칠듯한 극한의 공포를 뛰어넘어,
살고싶다는 절박한 보이지 않는 눈물이였습니다
달렸습니다,
달리는데 거슬리는건 모두 내팽개쳐버렸습니다,
낡은 가방, 모자, 땀 때문에 흘러내리는 안경, 모두....
얼마나 달렸는지 모릅니다,
제 눈 앞에 가로등이 보였죠,
그리고 그 가로등 앞으로 2차선 도로가 보였습니다
2차선 도로에 뛰어드는 순간 넘어져 무릅이 아주 깊게 파여버렸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알았지만, 아픈줄도 몰랐습니다
때마침 흰색 트럭 한대가 다가오고 있는걸 보고,
저는 드디어 터져나오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태워달라고 소리쳤습니다
트럭을 몰고 계시던 분이 마침 마을 근처에 사시던 제 친구의 아버지셧습니다
그렇게 전 집으로 돌아왔고 약 이틀간 학교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너무도 지쳐 잠이 깊게 들어버렸죠,
잠에서 깨어난 날,
전 옆집에 살고계신 할아버지께 제가 겪은 모든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마친 후 할아버지는 아주 크게 역정을 내셧죠,
거길 왜 가냐고, 죽고 싶어서 간거였냐고,
알고보니 할아버지 말씀에 그곳은 옛날 지리산 빨치산들의 최후의 격전지이며
마지막 남은 빨치산이 최후까지 도망다니다 죽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우연히 찾은 그 집은 그 빨치산들의 거점이었고 그들의 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스물 네살이고 그때 제가 중학교 2학년때 였으니 9년전 이야기군요,
그때 전 그 일을 겪고 난 후,
산 자체에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하지만 체질적으로 산을 좋아하기에 인터넷이나 티비로만큼은 산을 자주 봅니다
언젠간 이 기억이 더 세월에 빛바래져 잊혀지면 저도 다시 산을 타고 놀수있겠지요,
미신 자체를 믿지 않았고, 귀신 자체를 웃기는 소리라 치부하던 어린 시절 저에게,
그 경험은 제 믿음 자체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 귀신은 있다 ,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