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죽음’이었는데도 갑작스럽긴 마찬가지였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그의 생존 기간이 3년이냐 5년이냐 하는 예측이 분분했었다. 3년설이 맞았던 셈인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 것 같다. 19일 오후엔 사망 사실 자체가 늦게 알려졌기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7세밖에 안 된 아들 김정은의 ‘세습 정치’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나름대로 안착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당혹감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대신 그 자리를 새로운 의구심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와 지식의 두께에 관한 이야기다.
국내 주요 출판사의 편집장 몇몇에게 김정일에 관해 읽을 만한 책을 펴낸 게 있는지 문의해 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책을 출간하려고는 했지만 마땅한 필자를 찾지 못했다는 식이었다. 김정일 전문가도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 국내에선 진보와 보수의 이념으로 각기 나뉘어 더욱 문제라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예컨대 국내 필자가 쓴 ‘김정일 평전’을 출간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 독자로 하여금 “이것이 김정일에 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담은 책”이라고 믿게 할 자신감이 생기지 않더라는 이야기였다. 해외로 눈을 돌려 ‘김정일 평전’의 필자를 찾아보려 했지만 북한은 물론 미국·중국 등의 현대사에 두루 밝은 저자를 구하는 일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 정보와 관련,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에 관한 보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기존의 지식과 확연히 상반된 말을 들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김정남이 ‘타락한 명품족’이 아니라, 북한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관리했던 인물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대표가 중앙SUNDAY(12월 25일자)와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김정남의 신분에 대한 장 대표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듯하여 북한 전문가 몇몇에게 물어보니, 일부는 확답을 하기를 조심스러워했고, 일부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김정남이 그런 역할을 맡았다고 해도 비중이 그리 높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워낙 폐쇄적 집단인 북한의 내부 권력 구조를 속속들이 다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일의 전직 요리사에게 북한 권력의 내막을 귀동냥하는 일이 수년째 중요한 정보 출처의 하나로 간주되는 현상을 봐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사실과 오류의 거리가 너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문제일 것이다. 그런 차이가 혹시 이념의 선입견에 의해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 아예 귀를 막는 일이 관행이 되다 보면 오류가 사실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시 한 해가 저무는데, 풀어야 할 갈등과 숙제가 산적한 새해에는 사실 그 자체가 더욱 중시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