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은 조건만 따져" 고학력 도시거주자까지 개도국 여성과 국제결혼 확산
2006/03/29 오전 7:59 | Femi Country
도시총각도 동남아로 '결혼원정'
"한국 여성은 조건만 따져"
고학력 도시거주자까지 개도국 여성과 국제결혼 확산
서울에서 헤드헌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로운(37)씨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인천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호남형에 경제력까지 갖춘 이씨는 일에 몰두하다 혼기를 놓친 뒤 몇 차례 선을 봤지만 조건만 따지는 한국 여성들에게 질려 국제결혼을 결심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경남 창원의 기계제작사 대리로 재직 중인 황진욱 (35)씨는 26일 호찌민행 비행기에 오른다. 평범한 직장인인 황씨는 맞선 볼 때마다 작은 키(160㎝)로 퇴짜를 놓는 여성들에게 실망, 베트남에서 신붓감을 찾기로 했다.
개발도상국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초혼의 고학력 도시 거주자들에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장가를 못 가 애를 태우던 농어촌 지역 노총각이나 재혼자가 주로 문을 두드리던 국제결혼이 30대 초중반은 물론 20대 고학력 도시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국제결혼전문업체 인터웨딩의 경우 지난해 인터넷 회원 가입자 가운데 77%가 35세 이하 남성이었다. 고경남 국제사업부 실장은 “지난 2002년께부터 고학력 직장인들의 문의가 늘어나기 시작해 이제는 전문직 종사자나 공무원까지 국제결혼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결혼정보 업체인 아덴의 경우도 지난해 이곳을 통해 결혼한 남성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의 도시 직장인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외국인을 아내로 맞아들인 남성 2만5,594명 가운데 69.6%가 서울과 6대 광역시, 경기도 거주자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01년 2,527명에서 2004년 6,565명으로 3년 새 2.6배나 늘었다. 여성의 국적은 중국이 1만8,527명(72.4%)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2,462명), 필리핀(964명), 몽골(504명), 태국(326명), 러시아(318명) 등의 순이었다. 일본과 미국 여성은 각각 1,224명과 344명에 그쳤다.
도시 남성이 개도국 여성을 배필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조건을 앞세우는 한국 여성과 결혼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고 실장은 “국제결혼을 택하는 남성 대부분은 우리 여성들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며 “부모를 모셔야 한다거나 모아둔 재산이 많지 않은 남성들이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힘들어 외국에서 배우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여성과의 결혼비용이 한국 여성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체별ㆍ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제결혼에는 서류대행에서 맞선ㆍ항공료 등을 포함해 1,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에서 결혼할 경우 주거 비용을 제외하고도 평균 5,000만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5분의1 수준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소득수준 증가와 독신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로 적합한 배우자를 찾기 어려운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도시 지역의 국제결혼 증가에는 이 같은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미국ㆍ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신부 우편주문(mail order bride)’라고 해서 제3세계 여성들을 신붓감으로 데려왔다”며 “한국의 경제력이 높아지고 있어 이런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입력시간 : 2006/03/24 17:19
수정시간 : 2006/03/24 19:08
"경제력·외모만 따지는 한국 여성들에 질렸다"
도시총각도 동남아로 '결혼원정'
부모봉양·전셋집에 살 땐 여성들 대부분 고개돌려
국제결혼 처음엔 말려도 이제는 주변서 부러워해
개발도상국 여성과 국제 결혼하거나 이를 결심한 남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조건과 외모, 경제력만을 따지는 한국 여성들에게 넌더리가 났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혼까지 약속하고 사귀던 여성들이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거나 자신의 재산상황을 공개하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아픔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대학졸업 후 서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김모(28)씨는 경북 안동에서 과수원을 하던 아버지가 2년 전 쓰러지자 고향에 내려가 과수원을 이어받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당시 김씨와 교제해온 여성은 ‘농사지으면서 시골에서 살지는 못 하겠다’며 냉담하게 이별을 선언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그는 국제결혼 정보업체의 문을 두드렸고 26살이던 2004년 11월 베트남 여성을 아내로 맞았다.
그는 “처음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망설임도 많았고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제가 후배나 친구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엔 말리시던 부모님도 며느리가 들어와 싹싹하게 굴고 아들까지 낳자 너무 대견해 하신다”고 전했다.
결혼시기를 놓쳐 선을 보다 자신의 조건을 받아줄 여성을 찾지 못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7급 공무원인 최모(36)씨는 지난해 중국 여성과 결혼했다. 최씨는 “공무원이란 직업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지방대 출신에 1,500만원짜리 전세집이 전재산이란 점을 알고 나면 여성들이 다 고개를 돌렸다”고 결심배경을 밝혔다.
구소련의 백인 여성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팔등신 미녀와 함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20대들도 많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의 무대이기도 한 우즈베키스탄은 고려인 후손들이 많아 한국남성과 현지 여성의 국제결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인의 자격조건을 강화하는 추세도 농촌총각보다 도시 직장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 남성의 소득ㆍ재산 증명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별로 재산, 직업 등을 증명하는 서류제출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본인들이 주체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경우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어서 결혼 후 만족도가 더 높은 편”이라며 “국제결혼은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입력시간 : 2006/03/24 17:16
수정시간 : 2006/03/24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