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순간부터 영웅으로 칭송되어 왔다. 사람들은 날 한 번이라도 보려 안달이 나 있었고, 나를 찾아다녔다. 매일 나를 위한 축제를 했고, 나는 집 안에 가만히 앉아 TV로 그 장면을 보곤 했다. 밖에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TV와 같은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것만 해도 충분했으니까.
내가 밖을 나갈 때는 어두컴컴한 밤 뿐. 그것도 별도 달도 뜨지 않는 밤이거나 보름달이 뜨는 밤에만 나갔다. 이상하게 그런 날이 나는 좋았다. 사람들을 피하려 어두운 골목 같은 곳으로 가도 사람들이 한두 명씩은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다 내 손짓 한 번에 입을 다물었다. 이러니 내가 어떻게 집 밖에 나갈 수 있겠는가.
먹을 것, 입을 것 걱정은 없었다. 언제나 밤에 집을 나서면 집 앞에 음식과 옷이 놓여 있었으니까. 아마도 나를 칭송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가져다 놓은 것이리라. 나는 그것으로 끼니와 옷을 해결했다. 가끔씩 세면용품이 놓여 있는 날도 있었다. 나는 그것으로 목욕도 했다.
요새는 별도 달도 뜨지 않는 깜깜한 밤이 계속 되어 나는 매일 밖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별로 없다. 예전에는 춥든 덥든 다리를 훤히 내놓고 다니는 여학생들이 많았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내 집 앞에 있는 음식과 옷, 세면용품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시간에는 슈퍼나 마트도 문이 닫혀 있는 터라 집 안에 남아 있는 음식들로 겨우 버텼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 다 떨어질 것 같다. 이제는 낮에도 나와야 할 것 같다.
오늘 음식이 다 떨어졌다. 어쩔 수 없지. 대충 변장을 하고 밖을 나왔다. 마침 계절도 겨울인터라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완전 무장을 하고 나오니 아무도 알아보지 못 한다. 마트 안은 후끈했지만 괜히 신분을 들킬까 두려워 감히 목도리를 풀지 못 했다. 한 아름 음식을 사고 나오니 바람이 불었다. 한 손으로 겨우 봉지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더욱 꾹 눌러 썼다. 그 상태로 집에까지 오려니 손에 경련이 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이 몰려 곤란해지니.
그렇게 사 온 음식들로 끼니를 채우고 떨어진다 싶을 때는 변장을 해 사 오기를 몇 번 하다 보니 지친다. 떳떳이 나가서 사 오고 돌아오고 싶은데…… 내가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런 영웅 취급을 받으며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쁜 짓을 하면 날 칭송하던 사람들은 날 욕하겠지……. 그건 또 무섭다…. 하우…… 정말 세상 참 살기 힘들다…….
오늘은 날씨가 좀 풀려 평소보다 덜 변장을 하고 나갔다. 근데 이게 웬걸. 들키고 만 것이다. 으…… 사람들 막 몰리고 소리 지르고… 시끄럽다……. 어떤 사람들이 날 끌고 갔다. 나 같은 영웅은 보살펴져야 된다면서 어떤 폐쇄적인 공간에 날 집어넣었다. 사람들이 미친 것 같았다. 무서웠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거지…….
2011년 12월 30일 경찰을 아빠로 둔 한 여성의 일기
드디어 연쇄살인범을 잡았다. 얼마 전부터 수상한 사람이 있다 싶었는데 그 사람이 그 연쇄살인범이었다. 아빠의 말로는 그 사람의 집에 가 보니 피비린내가 진동했다고 한다. 그의 집 냉장고에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잘라놓은 모습이 너무나 흉측하고 징그러워 몇몇 사람은 토를 하고 기절까지 했다고……. 요번 연쇄살인범은 꽤나 특이한 것 같다. 그의 일기장으로 추정되는 공채를 보았는데 자신이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우리가 보는 시점과 다르게 보았다. 오히려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아빠가 말하길 이 사람은 희귀 증후군인 ‘뱀파이어 증후군’에 걸렸다고 한다.(작가 : 실제 뱀파이어 증후군과는 좀 비슷하지만 이 소설 속의 뱀파이어 증후군은 실제 뱀파이어처럼 인간의 피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거기에다 편식이 심하여 인육만을 먹는다고 했다.(그 살인범 본인이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자신은 오히려 그것이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아빠에게 피를 권하기 까지 했다. 자신의 아빠도 할아버지도, 다 그랬다는 게 그 이유였다.)
2010년 12월 30일 뉴스를 접한 다른 아이의 일기
뱀파이어라는 것이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다. 부모님은 끔찍하다며 보지 말라고 하셨지만 형사와 의사가 꿈인 나라서 웬만하게 징그러운 것은 참고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사람의 피를 먹고 게다가 인육까지 즐긴다니…….(인육의 뜻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부모님이 설명해주셨다. 사람의 고기라고…….) 나로서는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형사분들 그 살인범을 잡는데 히 좀 들였을 것 같다.
2010년 12월 30일 뉴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이형석’이 드디어 잡혔습니다. 이 씨는 희귀 증후군인 ‘뱀파이어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인육도 즐긴다고 경찰 측은 말했습니다. 이 씨의 집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냉장고에는 사람의 팔, 다리 등이 흉측한 모습으로 들어 있었습니다. 법원에서는 이 씨에게 어떤 형을 선고할 지 고민 중이고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며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 씨가 어떤 형을 선고받을지는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한 측에서는 ‘사형을 시켜야 한다.’라고 하고 있고, 다른 측에서는 ‘사회에 흔하지 않은 뱀파이어 증후군을 앓고 있으니 연구 대상자이다. 그러니 연구팀에게 넘겨야 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서울 경찰청에서 한승재였습니다.”
자신만의 영웅,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거꾸로 보았던 남자 이형석. 2012년 1월 27일 사형.
* 이 소설에 나온 ‘뱀파이어 증후군’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증후군과 증상은 똑같지만 피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다르며, 배경은 한국이지만 사형 집행 제도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쓴 것이므로 태클이 없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네이트판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렸었던 사람입니다ㅎㅎ 저번에 올렸던 소설이 오글거리다는 평이 좀 있으셔서....ㅎㅎ 이번에는 좀 호러(?) 그런 걸로 올렸는데... 평가 좀 부탁드려요>_< 저번에 올렸던 소설을 카페에 올리니까 재미있다는 평이 많으셨는데 여기서는 오글거리다고 하셔서 좀 놀랐어요ㅎㅎ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하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