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고달팠던아프리카여행_마사이마라

이재순 |2012.01.30 13:53
조회 3,232 |추천 4

(세남자의 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 두번째 이야기

 

오늘은 세번째 이야기 입니다... ㅎㅎ

나이로비의 고요한 일요일 아침

 

어제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서 들뜬 기분과는 반대로 나이로비 시청 앞 거리는 고요했습니다.

사람도 차도 거의 없는 거리에서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며 마사이마라로 떠나기 위해

사파리차량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에게 대화를 거는 케냐사람이 있었습니다.

어젯밤 클럽에서 이곳 사람들과 한참 친해진 터라,

갑작스런 등장에 놀람보다는 친근함이 더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새 우리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동양인에 대해서 호기심도 많고, 참으로 호의적이구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같이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처음에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케냐사람이 물었습니다. 

 

 “마사이마라에 가면 물이 필요할 텐데, 혹시 물은 준비했어?”

 

고요한 나이로비의 거리. 어제의 열광적인 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는 마사이마라에서 2박3일을 묵어야 하는데,

물이 정말 필요해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습니다.

시내에 있는 마트에서 구입하려고 했었는데 출입문은 굳건히 닫혀있었고,

마사이마라 안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지도 확실히 몰랐기 때문입니다.

 

“여기 마트에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혹시 물 파는 곳 알면 좀 가르쳐 줄래?”

 

고맙게도 케냐친구는 일요일에는 마트가 문을 열지 않는다는 고급 정보를 알려주면서,

우리를 물 파는 곳까지 기꺼이 안내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또 문제가 해결되는구나!’ 그래서, Joon과 제가 그를 따라 나섰고,

Seo는 남아서 짐을 지키며 사파리차량을 기다렸습니다. 

 

물 찾아 삼만리

케냐친구는 한적한 나이로비 시내를 가로지르며,

거리에 세워진 동상과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우리도 그 친구와 친해져서 그만 긴장의 끈을 놓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잠시 시내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에만 집중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길을 나선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시가지를 벗어나 지나가는 행인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무섭게 느껴지는 으슥한 골목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어디만큼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왔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에 Joon에게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으니

이쯤에서 그냥 가자고 말을 걸었습니다.

 

케냐 친구는 우리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지만 저의 표정과 정황을 비추어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습니다.

갑자기 Joon의 손을 잡고 그를 이끌고 가면서 저는 그냥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Joon도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할지 몰랐지만,

그의 손에 이끌려가는 Joon을 혼자 두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라서 바짝 뒤를 쫓아 갔습니다.

‘조금만 더 가보고 이상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둘이 밀치고 미친듯이 도망가야겠다.’ 

 

긴장되는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버스터미널,

그곳에는 흔히 봉고차로 불리는 승합차들이 즐비했습니다.

‘설마 우리를 저 승합차에 태워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 아니겠지?’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그곳 한켠에 있는 매점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얼떨결에 도착한 버스 터미널.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그래 물만 사면 별 일 없을 거야.’ 우리를 안내한 친구와 가게 종업원이 몇 마디를 나누더니

어디선가 물을 가져왔습니다. 가게도 허름했지만 마셔도 되는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 물,

정말 많이 의심스러웠지만 주위 사람들의 기세에 눌려 얼른 사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곧 마트가 문을 열었고 가격을 비교해 보니 우리는 무려 3배 이상 높은 값을 주고

물을 샀던 것이었습니다. 어젯밤 우리를 정말 즐겁게 황홀하게 해주었던

케냐사람들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우리를 바보로 만들어 버렸네요.

 

그제서야 한가로운 거리에 갑자기 나타났던 케냐사람들, 친근한 척 말을 걸었던 케냐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이들의 시나리오에 우리가 놀아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몹시 안 좋았습니다. 이 기분을 그대로 안고 우리는 사파리차량에 올랐습니다.

 

사파리로 떠나는 길

차에 올라서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을 돌이키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래 수업료 지불하고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자.’

 ‘그래도 안 다친게 어디야, 앞으로 더 주의하고 더 즐겁게 여행하면 되지.’

 ‘액땜했다고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고, 슬슬 마음을 추스르며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직도 Joon은 기분이 안 풀렸는지 표정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사파리 차에는 우리 세 명을 포함하여 케냐인 운전사, 이탈리아 가족3명,

독일인 1명 이렇게 모두 8명이 있었습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할 때면 영어로 말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각자의 말로,

그래서 같은 공간에서 한국어, 이탈리아어, 스와힐리어, 독일어, 영어가 뒤섞였습니다.

 

그래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든 누군가를 칭찬하든, 혹은 뒷담화를 하든 알 길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말이 세계 공용어가 아닌 것이 무척 원망스러웠는데

생각해보니 공용어가 아닌 점도 꽤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언어도 문화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2박3일을 함께 한다는 생각에

오전에 시무룩했던 기분이 어느 새 기대와 설렘으로 만회되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사파리 차를 탔던 사람들 중 한 이탈리아 가족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인형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아이가 인형을 좋아하나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이탈리아 가족이 가져 온 인형이 이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기쁨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집에서 가져온 인형을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죠.

무슨 인형을 저렇게 많이 들고 다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인형을 가지고 왔었는데,

되도록 많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자 이웃들에게도 도움을 받아 준비해왔던 모양입니다.

틈 날 때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눠주었으니까요.

 

이런 훈훈한 모습과 대비되게 저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 장면도 있었습니다.

저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어찌 보면 운명일지도 모르는 모습이었죠.

 

지구촌 세상의 암면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파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인도가족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차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초콜릿을 먹고 있는 아이들과 차 밖에서 헤진 옷을 입고

제대로 씻지도 못해 지저분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게 되었죠.

 

그들 사이에 있는 건 얇은 유리창 하나지만 그들의 삶 사이엔 얼마나 두껍고 높은 장벽이 있을지

생각해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순수한 어린 아이들이 짊어지기엔 너무 큰 삶의 무게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여기에서 잘못한 사람은 부유하게 태어난 인도가족도,

가난하게 태어난 아프리카 아이들도 아니지만 문제를 제기할 거리가 없다는 사실이 더 슬펐습니다. 

 

그렇게 2시간 남짓 달렸을까요? 잘 달리던 자동차가 ‘삐삐’ 소리를 내더니 멈춰 섰습니다.

오랜 시간 과속으로 달리다 보니, 엔진이 과열된 모양입니다.

 

물을 부어서 냉각을 시켜보아도 좀처럼 시동은 걸리지 않았고 아무래도 지친 엔진이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여기서 시간을 좀 보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평소와 같았으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났을 텐데 오전에 한바탕 소동을 치른 터라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외다.. 닭들과 함께 여유롭게 차가 고쳐지길 기다렸습니다.

 

조용히 돗자리를 들고 나무 그늘아래 펼쳐 놓고 이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풍경사진도 찍고, 근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만약 제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이곳에 앉아 고속도로 저편의 아름다운 광경

그리고 우리의 고장 난 자동차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장으로 멋지게 담아왔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

 

사진 놀이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하쿠나마타타,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보냈던 시간이 지나고 우리 자동차도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지

다시 시동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해가 뉘엿뉘엿 아프리카의 초원을 넘어갈 때쯤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에 도착하였습니다.

탁 트인 초원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누와 임팔라 떼.

그들의 모습은 ‘이곳 마사이마라는 인간의 땅이 아니라 그들의 땅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삶과 별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 사자 가족의 삶

 

짧은 사파리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 길 운 좋게도 사자 가족을 만났습니다.

서로 물고 뜯고 장난치는 어린 사자들을 따라다니며 주위를 경계하는 엄마 사자

그리고 저만치 멀리서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아빠 사자.

그들의 모습도 우리 인간들의 여느 가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아프리카의 하루하루는 정말 다이내믹한 것 같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높이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기분.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와 설렘을 안고 피곤했던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마사이마라에서 그리는 어른동화_아프리카여행기4

 

 

추천수4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