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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인 할머니가 너무 싫습니다

쥐눈이 |2012.01.30 17:35
조회 1,846 |추천 7

 

안녕하세요 톡커님들.

 

저는 서울 한 고시원에 살고 있는 25살 여자 입니다.

 

말 못할 제 고민을 익명의 힘을 빌어 털어놓고자 글을 씁니다.

 

방 주제가 조금 안맞는것 같지만 저희 엄마와 할머니의 일이 주여서 결/시/친 카데고리 선택을 했네요.

 

 

 

 

 

저희집은 아버지, 어머니, 저 그리고 2년 전부터 친할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어 총 4명입니다.

 

요즘 20여년을 살면서 몰랐던 할머니의 이중인격에 솔직히... 힘듭니다.

 

 

남들이 보기에 저희 할머니는 정말 둘도 없는 시어머니, 인자한 할머니 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저희 엄마는 노인복지관 두곳에서 영어강사로 일 하십니다.

 

한 다섯시 쯤 퇴근 후 집에 오셔서 저녁을 차려드리려고 하면 할머니는 엄마를 굳이 뜯어 말린답니다.

 

너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밥 하지말라면서 당신은 괜찮으시다며 완강히.

 

그리고는 라면 드시고 싶어서 라면 사왔다고 하셔서 엄마는 결국 그 라면을 끓여 드렸습니다.

 

나중에 친척들을 통해 엄마 귀에 들어온 말은

 

애미 애비가 요새 하도 바빠서 내가 라면 사다가 끓여먹고 하는데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소리였습니다.

 

고모들은 노발대발 난리가 났구요.

 

저희 엄마, 일이 바쁘다고 해서 할머니 식사 홀대하고, 귀찮다고 라면 드리고 하는 분 아닙니다.

 

밖에서 저를 잠시 만나도 할머니 노인정에서 돌아오시는 5시에 맞춰서 항상 4시에는 집으로 귀가하시는  그런분입니다.

 

  

 

그 외에도 당신은 천사표이고 저희 부모님은 할머니를 잘 못모시는것 같은 나쁜 사람들로 만드는 발언 수없이 많이 하셨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만 중략하겠습니다.

 

 

 

 

1년전까지만해도 저는 가족들과 함께 살았으나 지금은 집에서 20분 거리의 고시원에서 혼자 삽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알러지와 비염, 아토피가 있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활 하다가도 유독 할머니댁만 가면 그 모든 증상이 한번에 발병해 명절날 할머니 댁을 찾아갈때면

 

눈물 콧물을 있는대로 쏟아내고 피부에 물만 닿아도 따가워서 견딜 수 없는 그런 고통속에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아마 할머니 댁에 있는 무언가에 제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 것 이겠지요.

 

그러나 그때 당시 어린 제게 할머니는

 

니가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그런거다. 다들 안그러는데 너만 그런건 전부 니 문제다 라시며 어린 절 몰아붙이셨습니다.

 

참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는거 같네요 그런 말들이.

 

 

 

아무튼 2년전 할머니와 합가를 한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였을때 저는 솔직히 좀 반대했습니다.

 

제가 옛날에 할머니댁에 있던 물건들에 알러지가 있어 그렇게 괴로워했는데

 

합가해서 그 짐들 다 가지고 오시면... 나 여기서 못지낼것 같다. 왠지 나가서 살아야 할것 같다.

 

30년 40년 된 이불들이랑 그런 먼지 많은거는 좀 버리고 새로 사드린다고 하면 안되겠냐

 

이렇게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오랫동안 비염 혹은 알러지 앓아오신 분들은 그 특유의 촉이 있으실 겁니다.

 

'아 내가 아프겠구나.'

 

'아 이제 괜찮겠구나' 하는.

 

아마 인건도 동물이니 본능일꺼라고 생각합니다.

 

 

엄마 아빠는 니 마음은 알지만 할머니께 그런 말하면 안되는 거라고. 얼마나 섭섭하시겠냐고 제 부탁을 거절 하셨습니다.

 

그때만큼은 세상에 내편이 없는것 같아 정말 다 미워서 서럽게 울었었지요.

 

 

 

그렇게 합가가 시작되고, 저의 첫 한해는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저 하루에 평균 수면시간이 15시간 이상이었습니다.

 

깨어있으면 말못할 고통에 시달리니 대신 잠을 택했습니다.

 

아침에는 눈가에 눈물이 굳어서 눈이 떠지지 않았고, 하루에 수십번씩 발작과도 같은 재채기와 기침에 시달렸습니다.

 

다 큰 여자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더이상 멀쩡한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밖에 나갈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상처를 내며 저는 그렇게 하루종일 긁었습니다.

 

부모님은 사발팔방으로 수소문해 해결 방법을 찾았지만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결국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심하게 재채기와 콧물이 났습니다.

 

방에서 혼자 처리(?)를 하고 있던 제가 할머니와 겸상하는데 혼자 드시게 하는거 아니라는 엄마의 재촉에 그대로 밥을 먹으러 나온게 화근이였습니다.

 

식탁에 앉자마자 재채기의 느낌이 온 저는 옆에있던 휴지를 급하게 뽑아 고개를 돌리고 재채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다들 하시듯이 닦아서 부엌 쓰레기통에 버렸구요.

 

돌아와 자리에 앉은 제게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은 충격적이였습니다.

 

 

할머니 - "밥상머리에서 재채기하고 코 푸는거 아니다. 정말 매번 드러워서 구역질이 난다."

 

 

엄마도 저도 순간 굳었습니다.

 

언제나 친척들 앞에서 쟤(저)가 제일 고생이 심하다고, 많이 아픈지 참 걱정스럽다고.. 그러셨으니까요. 

 

제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잘 아실 분인 터라 엄마가 할머니께 설명을 드렸습니다.

 

 

엄마 - 어머니, OO 아파서 그런거에요. 이 재채기는 참아지는 재채기가 아니에요.

 

할머니 - 나도 천식있다. 나는 기침 참는다.

 

엄마 - 천식 기침이랑은 다르세요 어머니.

 

할머니 - 어쨌든 더러우니 앞으로 밥상 앞에서는 하지마라.

 

엄마 - 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OO랑 앞으로 겸상 못하세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그냥 콧물이 흐르는거고 참아지는 재채기가 아니라...

 

할머니 - (숟가락을 집어던지며) 내가 여기 얹혀사냐??? 나도 이집 살때 돈냈다!!!!!!! 내가 내 돈내고 여기 사는데 그런 말도 한마디 못하냐??? 내가 지금 니네 눈치 봐야되는 위치냐?????

 

 

 

온집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지르셨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셨습니다.

 

저도 엄마도 놀래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무시한것도 나쁘게 말씀드린것도 아니였습니다.

 

그냥 설명해드리며 양해를 구한 것 뿐인데 여기서 왜 당신이 얹혀사는 문제가 나오며 돈 보탠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구미에 계신 아빠께 전화드렸습니다.

 

아빠는 정말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며 언짢아 하시고 전화도 말고 찾으러 가지도 말라고 조금 화난듯 말하셨습니다.

 

 

그날 저녁 할머니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할머니 기분을 좀 풀어서 집안 분위기를 돌려놓으려 할머니 방에 들어가셨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제가 방문을 열자 믿기 힘든 광경이 벌어지고 있네요.

 

저희 엄마 할머니 앞에 무릎 꿇으시고

 

할머니는 마치 어린애가 뭐 안사준다고 바닥에 앉아서 다리 발차기 하는거 있잖습니까.

 

괴성을 지르면서 그거 하고 계셨습니다.

 

 

그 장면에서 제 이성의 끈이 끊어졌습니다.

 

 

나 - 할머니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진짜!!!!! 왜 우리 엄마 자꾸 괴롭히고 그래요????

 

할 - 내가 뭘 괴롭히냐?? 내가 뭘 괴롭히냐고?? 이게 어디서??

 

나 - 우리 엄마 안그래도 고혈압인데 더 아프면 어쩌려고 그래요?? 엄마 아프면 나 진짜 용서 안해!!!!!!

 

 

저도 할머니랑 똑같이 악쓰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습니다.

 

제가 이러면 엄마와 저만 욕 먹고 나쁜 사람이 되는걸... 알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이게 미쳤나 하면서 저 때리러 오는거 엄마가 막아 주셨습니다.

 

엄마가 넌 나가 있으라 하셔서 저는 정신을 차리고 이만 물러났습니다.

 

처음이였네요.

 

어른한테 이렇게 눈 부릅뜨고 맞대들어본거는.

 

엄마는 제가 나간 후 그렇게 몇시간을 할머니께 빌었나 봅니다.

 

그렇게 애처럼 주저앉아 발광하신게 당신도 부끄러우셨는지 그건 우리끼리만 아는 일로 하자. 하셨다더군요.

 

하.. 정말.

 

 

 

주말에 아빠가 돌아오자 아빠를 붙잡고 몇시간을 내리 엄마와 제 욕을 하십니다.

 

할 - 쟤(저희 엄마)가 어떤 앤줄 아냐. 내가 OO한테 밥상앞에서는 고개 돌리고 재채기 해야지 했더니 글쎄

"어머니! 미국에서는 밥상 앞에서 코풀어도 되요. 저는 그렇게 배웠어요!!"

하면서 눈 부릅뜨고 대드는 애다.

내가 진짜 그날 전동차에 뛰어들어서 콱 죽어버리려고 했다.

기타 등등..

 

 

제가 어릴때 저희집은 미국에서 살았었습니다.

 

그걸 가지고 할머니는 저렇게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지어내십니다.

 

아빠도 물론 그 말 전혀 믿지 않으셨습니다.

 

저희 엄마 그런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거 아시니까요.

 

말없이 엄마를 위로해주셨습니다.

 

 

 

저는 참 비참했습니다.

 

저 때문에 집안꼴이 이게 뭐냐고 생각했습니다.

 

그 비참함은.. 곧 부모님께 향한 투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난 더이상 이 집에서 못살겠다.

 

내가 뭐 잘못했느냐.

 

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거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할머니, 엄마 아빠가 못 버리게 한 할머니 짐 때문인데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되냐.

 

내가 이런일 있을꺼라고 충분히 말했는데 내말 무시해서 이렇게 된거니까 책임져라.

 

 

라고 못된 말을 퍼부어버렸습니다.

 

 

가족 회의가 열렸고 알러지 원인인 집에서 이렇게 살면 치료를 하더라도 차도가 보이지 않을것 같아 결국 저는 집에서 20여분 떨어진 곳의 고시원에서 살게되었습니다.

 

고시원에서 지난 일년동안 살면서 저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 그랬냐는듯 피부도 깨끗해졌고 재채기 콧물은 온데간데 없네요.

 

 

나빠진게 있다면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 입니다.

 

아빠는 구미에서 일하시는 관계로 주말에만 집에 돌아오십니다.

 

막아주는 '장벽'인 아빠도 없고, '보는눈'인 저도 이제 사라져 집엔 엄마와 할머니 둘 뿐입니다.

 

 

요즘 엄마의 한숨이 부쩍 크게 들립니다.

 

할머니가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애들 신경쓸까봐 뭐도 안하고 뭐도 참고 사신다는데 직접적으로 욕만 안했지 가만 듣다보면 저희 엄마 정말 나쁜 사람인것 같습니다.

 

이제와서 할머니의 실체를 알려봤자 이미 저희가족은 할머니에게 몹쓸짓만하는 나쁜 사람들 입니다.

 

 

할머니 당신은 천사표라 다 참고 있고, 엄마를 나쁜 며느리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또 그걸 내가 항상 옆에서 커버쳐주고 언제나 엄마를 위로해줄 수 없다고 생각할때마다

 

전 눈물이 나고 이 상황이 저주스럽고 화가 납니다.

 

 

저런 이중인격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남들이 그냥 들으면 그거 뭐 별일인가, 참 대수롭지 않은 것 가지고 그런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게 얼마나 사람 피말리는 성격인지 안당해보시면 모를겁니다.

 

엄마가 반찬을 9가지를 해드리면 계란은 비려서 못먹고 생선은 냄새나서 못먹고 이 나물은 향이 진해서 못먹고 하시며 다 밀어내고 밥과 김치만 드십니다.

 

그러면서 남들한텐 '요새 애들이 바빠서 찬이 부족해 라면 사먹었다' 이러십니다.

 

그리고 꼭 뒤에 덧붙이시죠.

 

당신은 다 이해한다고, 당신이 그러라 했으니 괜찮다고.

 

 

 

톡커님들 전 어쩌면 좋을까요.

 

어떤 마음을 먹고 지내면 좋을까요.

 

고혈압이 심해지신 엄마는 매일 약에 의지해 지내십니다.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난처한 아빠는 문득문득 제게 힘듬을 내비치십니다.

 

제가 할머니께 잘하면 엄마를 좀 덜 괴롭히실까 하여 제가 예전에 한 일에 대한 사죄도 드리고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꼬박 할머니 선물도 사드렸으나 할머니는 전혀 변하지 않고 계십니다.

 

이것저것 꼬투리 잡아 엄마에게 더 투정을 부리셨으면 부렸지..

 

얼마전에도 큰 사단이 나, 이번에는 아빠도 화가 날대로 나셔서 다시 분가를 하네 마네 집안이 엄청 시끄러웠었습니다.

 

 

 

저는 정말 할머니가 밉습니다.

  

요즘 모든게 너무 신경쓰이고 고민이 되어 밤에 잠도 오질 않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모든 분들에게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추천수7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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