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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를 위해 한번씩만 기도해주세요...제발 부탁입니다.

황현준 |2012.02.04 04:53
조회 539 |추천 9

저는 올해 21살 대학생입니다.

지루하고 긴 글이 되겠지만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잠을 이룰 수 없어

20분이나 걸어 피시방엘 와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금요일 오후 두 시 그러니까

13시간 전만 해도 저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2시 반쯤에 할머니께 전화가 한 통 오더군요

할아버지의 치매 증세가 심하단 것이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그 이후엔 대구로 올라와 학교에 다니며 따로 살고 있습니다.)

 

---

 

요즘 할아버지는 사람도 못 알아보시고 할머니를 엄마라 부를 정도로

치매 증상이 심하셨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게임이나 하고 있었죠

바람의나라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후 2시 반~ 3시까지 하는 이벤트를 참여하면

1시간동안 경험치를 3배로 올려주는 물약을 줍니다.

 

그걸 받아 4시까지 열심히 사냥하고 있었죠

 

그 때 전화가 한 통 더 왔습니다.

 

아버지였죠...

 

아버지는 객지에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오시곤 합니다.

할아버지께 빨리 가보란 전화였죠

 

그때까지도 별 일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냥 할아버지 병세가 조금 더 악화됬구나

 

가서 하루 이틀 봐드리면 되겠구나 했지만

 

치매 간호라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걱정보다는 귀찮음과 짜증이 앞섰죠

 

그런데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포항 성모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태가 많이 위독하시단걸 그 때서야 알았습니다.

 

저희집은 대구입니다.

 

6시가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해보니

아버지는 먼저 와 계셨고

할아버지는 MRI 촬영중이시라더군요

 

할아버지가 나오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단 할아버지의 얼굴에 생기라곤 없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올해 90살이십니다.

 

 

잠시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신 것 같았습니다.

유산으로 땅도 물려받았는데

할아버지 형제들 중 할아버지 몫이 굉장히 적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큰형님께서 대부분의 유산을 챙기고

셋째였던 할아버지의 몫은 적었던 것이죠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불평 한마디 하신 적이 없습니다.

 

농사를 지으시지 못하셨던 할아버지는

그 땅을 팔아 배를 장만하셔서

평생을 형산강에서 고기를 잡으며 지내셨습니다.

(지금은 형산강이 오염이 심해 고기가 많이 살지 않지만 제가 8살 때만 해도

그물을 놓으면 고기가 많이 잡혔습니다.)

 

군복무도 2번이나 하셨습니다.

한 번은 한국군으로 복무하셨고

한 번은 징병으로 끌려가 일본군 휘하에서 혹사당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옆구리엔 아직도 일본군 장교에게 칼로 베인 상처의 흉터가 있습니다.

 

군의관으로 복무하셨던 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중에 아픈 분들이 있으면

주사와 의료품들을 들고 손수 진료를 해주시곤 하셨습니다.

 

거기다 힘도 장사셔서 경상도에선 거의 제일이었다고 합니다.

꼬마였던 제게 동네 어르신들이 저희 할아버지는

욕심도 없고 마음도 고우신 분이셨다고 항상 칭찬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돈 욕심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분이셨습니다.

 

돈이 생기면 무조건 할머니를 드리거나

아니면 저와 제 동생의 용돈으로 주셨습니다.

 

제 이상향이 할아버지셨습니다.

마치 살아계신 부처님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작년까지만 해도 정정하셨습니다.

제가 10살때 80이 다 된 나이에도 저에게 말타기를 해주시고

비행기 놀이를 해주시며 놀아주시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할아버지께 버릇없이 굴다 아버지께 혼이 나면

저를 안고 자기때문에 내가 혼났다며 울어주시던 그런 할아버지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가 초등학교 때 필체는 곧 그 사람의 얼굴이라며

매일 저에게 10쪽 이상 교과서를 베껴쓰게 하셨습니다.

제가 너무 귀찮아하고

아버지에게 혼나는  일도 잦아지자

 

할아버지께서 대신 교과서를 베껴적어 주신 적도 있습니다.

 

할머니 성격이 드센데 할아버지가 워낙 순해서 항상 구박받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금슬이 좋아

치매인 할아버지 수발을 할머니께서 모두 드시고 계시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전쯤 할머니께서 팔을 다치셔서

할아버지를 저희 집에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는 치매증상이 그렇게 심하지도 않았고

정상적인 대화 역시 가능했습니다.

 

다만 생리현상의 조절이 힘들어서

가끔 (하루에 한 번 정도 )

옆에서 도와드리면 그 뿐이었습니다.

 

저는 대구대학교에서 활동보조 도우미를 하고 있습니다.

장애학우들을 위해 목욕, 청소, 공부, 운동, 취미생활 까지 돕는 일입니다.

 

그런 일까지 하는 제가 할아버지를 하루종일 간병해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버지께 요양병원에 입원시키자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은 고작 병원비에 보태라며

40만원을 보태준 것 뿐이었습니다.

 

제 귀찮음 때문에 전 40만원에 할아버지를 요양병원에 팔아버린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고 처음 하루이틀은 열심히 찾아가

말벗도 해드리고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귀찮아져 하루 30분 정도밖에 할아버지를 뵈러가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할아버지의 치매증세가 갑자기 심해지셨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걱정과 혼자 있는 시간이 기니 그 외로움에

치매가 많이 심해졌습니다.

 

순전히 저때문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치매증세가 워낙 심하셔서

간병인들의 태도도 불친절해지고

 

할아버지가 자꾸 밖에 나가려고 침대에서 억지로 굴러서 내려가려다 다치시고....

원래는 어느정도 거동도 가능하시던 분이

 

혼자 힘으론 걸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의 상태를 아는 건 저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된 할아버지를 집에서 간호할 엄두가 나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할머니가 퇴원하신 뒤에야

할아버지 상태가 심해졌다며 어서 퇴원시켜서 가족들이 모시자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할머니께서 모시고 갈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왠걸.. 한 번 나빠진 할아버지의 치매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병원에서 다친 상처들이 곪으면서 몸에 욕창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설 날때 제가 확인해보니 할아버지의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온몸엔 접촉성 피부염으로 붉은 반점이 생겨있고 욕창도 여기저기 늘어있었습니다.

 

설인대도 치매가 너무 심해 제사에 참여하지도 못하셨습니다.

 

더욱 죄송스러운건....

 

설날때 할아버지께 세배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절 한 번 못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가보니...

할아버지는 욕창으로 인해

세균이 혈액으로 침투해서

혈압이 현저히 떨어지셨다 합니다.

 

의사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란 소리도 들었습니다.

현대 의료기술이 좋아서 치료할 방법은 있다는데

그래도 확률이 50대 50이랍니다.

거기다 할아버지 연세까지 있으시니....

더욱 위험합니다.

 

요 며칠이 최대의 고비가 될거랍니다.

 

문제는 할아버지의 몸상태가 워낙 쇠약해지셨고

몸에 욕창도 너무 많이 생기셨습니다.

 

내과의사의 말로는 엉덩이족에 7x5 cm

오른쪽 다리에 5x5 cm

 

그리고 저때문에 요양병원에 계시면서 생긴 왼쪽 팔꿈치의 욕창도 재발했다더군요...

 

할아버지는 지금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원래 치매증세로 절 알아보시지 못하셨지만

 

지금은 의식조차 없으십니다.

가끔씩 몸을 움직이시기는 하는데

말도 못하시고 말을 들으시지도 못하고 계십니다.

 

속이 미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 몸의 피를 전부 빼서라도 할아버지께 넣어드리고 싶습니다.

저때문에 저렇게 된겁니다.

 

제발 나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쾌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석에 절을 올리고 싶고

설에 세배를 드리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내년에 손주 제복입은 모습도 보시고

손주 대학 졸업하는 것도 보시고

졸업 후에 임관하는 것도 보시고

할아버지 품에 증손주도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그런데....할아버지 몸이 많이 편찮으신 것 같습니다.

90이란 연세에 너무 힘든 병마와 싸우고 계십니다.

 

중환자실의 면회는

오전 11시 30~ 12시

오후 7시~ 7시 반

 

두차례밖에 하지 못합니다.

 

9시에 병원에서 나와

아버지와 술 한잔 하고

할머니와 둘러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어제 새벽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할머니를 부르셨다구요..

치매 증세가 심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셨던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던 할아버지께서

 

"야야 니 내 자테 와바라"

라고 맨정신으로 얘기하셨다구요.....

 

"니가 내때민에 참 욕본다" 라고 말씀하셨다구요

우리 악수 함 하자 라고 말씀하셨다구요

 

그러고는 우리 집에 가야지

우리 집에 가야지라고 하셨답니다.

 

아마 그 우리집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가 옛날에 사셨던

포항 송내를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께서 애들 부를까?

라니까 불러달라고 하셨답니다.

 

하수 부를까 현준이 부를까

(하수는 저희 아버님이십니다.)

하니 둘 다 불러달라고 그랬답니다.

 

 

저때문에 저리 되신 분이....

저를 찾으셨다는데

저는 2시에 연락을 받고도

6시가 넘어서야

의식이 없는 할아버지를 뵈었습니다.

 

 

정말 못난 놈이고 나쁜놈이 접니다.

 

죄책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몰래 튀어나와 피시방에서 이딴글이나 적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제발 나을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기적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여러사람의 기도라면 기적을 낳으리라 믿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나으시게 빌어주세요

 

할아버지는 지금 포항 성모병원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아직까지 응급하다는 연락은 없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할아버지께서 가족들에게 보이진 않으셨지만

아버지가 초등학생 때

그리고 제가 6살 때 단 두 번

그림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소묘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손을 그리는데 그 솜씨가 매우 훌륭해 보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제게 ㄱㄴㄷㄹ 을 가르쳐 주셨고

저는 대구대 국문과에 진학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제게 처음 1부터 10까지 한자로 쓰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제 첫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제가 3살때 입이 돌아간 적이 있습니다.

가끔 장애우들 중 입이 뒤틀린 분들이 있는데

제게 그런 증세가 나타났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저를 없고

당시 먼 거리였던 동국대 병원까지 저를 데려다니며

통원치료를 받은 끝에 정상적으로 저를 돌려놓으신 분이십니다.

제발........

 

할아버지가 나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한텐 지금까지 모은 헌혈증이 10장도 넘게 있는데도

정작 저희 할아버지 피가 세균에 감염된 지금 아무짝에도 쓸 모없는게 너무 화가납니다.

 

봉사활동도 다니고, 학교에선 활동보조를 하면서도

할아버지 간호 한 번 제대로 안해준 제게 너무 화가 납니다.

너무 후회됩니다.

 

최근 6개월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하겠다 그게 마지막 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전 아닙니다.

못해드린게 너무 많고

잘못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평소에 전화 한통 하는 것도 귀찮아

1달에 한 번도 겨우 전화해서 그마저도 일찍 끊으려고 하고

전화가 오면

 

나 잔다고 그러라고 시키던 못난놈입니다.

 

이렇게 보내드릴순 없습니다.

 

제겐 아버지보다도 소중한 분입니다.

절 너무나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분입니다.

그런대도 해드린 것 하나 없습니다.

 

할아버지를 저렇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모두 기도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제발

할아버지가

일어날 수 있게 해주세요

 

고맙습니다란 말도 못해봤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못해봤습니다.

어깨 한 번 제대로 못 주물러 드렸습니다.

 

 

할아버지가 치매증상이 심할 때 소화가 안된다며

등 좀 두드려 달라 할 때

그마저도 귀찮아서

건성으로 두들겨준 접니다.

 

그런 저를

너무 착하다며

우리 손주들만큼 착하고 효도 잘하는 애들이 없다고

칭찬하시던 조부모님이셨습니다.

 

 

이러면 안되요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제발 기도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제가 죽으면 죽었지

 저희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이렇게 착하고 마음씨 고운 분이

이렇게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천수를 누렸다고는 하나 이건 안됩니다.

 

평생을 착하게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통스럽게 마지막이라니요

이렇게 외로운 마지막이라니요

 

못해드린게 너무나 많다는 말보다

해준게 없습니다.

 

제발 일어나시도록 기도해주세요

부탁입니다.

부탁입니다.

기적이 일어나도록 해주세요

 

 

지금 할머니도 접촉성 피부염이 옮아 온 몸에 반점 투성이고

왼쪽 손목에 욕창 직정의 피멍이 들어있습니다.

내일 할머니도 모시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려 합니다.

 

제발 두 분 모두 건강하시게

쾌차하시게 빌어주세요

기도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한 번 기도해주십쇼

 

제가 짊어져야 할 죄들이 너무나 많고

반성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용서를 빌어야되는데

의식조차 없으십니다.

 

제발 기도해주세요

제발 할아버지께서 건강을 되찾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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