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혜지야
너라면 이 글을 볼 수 있을거라 믿고 있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될 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지??
그때 난 메이플스토리란 게임에 한창 빠져있었구 말이야
게임에서 친하게 지냈던 형의 집이
알고보니 우리집에서 20분 거리에 있어서
한 번 놀러갔다가
그 날 너를 처음 봤어
그때나 지금이나 난 생긴건 이따구인 주제에
눈은 드럽게 높아
근데 넌 진짜 예뻣어
그래서 게임을 접고나서도 그 형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곤 했지
넌 나한테 정말 잘해줬어
지금은 매직을 하고 다니지만
심한 곱슬이라 완전 폭탄맞은 머리 같았던 내 머리도 자주 만져주고
내 고민도 많이 들어줬었고
나한테 관심이 부족했던 부모님보다 나한테 더 잔소리 많이하고
이거 하지마라 저거 하지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너의 잔소리들이 너무 좋았어
항상 나를 생각해주고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웠던 니가 너무 좋았어
화장실 가려다가
문이 고장난 너희 집 화장실 문을 열었다가
니가 샤워하는 모습을 실수로 보기도 했고 ㅋㅋ
그 때 너 나한테 샤워기 집어던져서
나 젖은 옷 입고 집에갔다 =_=!
머리감는다고 돌아서 숙이고 있어서
등짝밖에 못봤구만!!!
중학교 2학년 때 한창 뿔테 안경이 유행했을 때도
난 은테로 된 안경을 쓰고 다녔었지
그게 너무 촌스럽다며 니가 나한테 뿔테 안경 선물해줬었잖아
비록 가격도 싸고 안경테 뿐이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안경 닦는걸 잘 안해서 항상 뿌연 내 안경 렌즈도 자주 닦아주고
난 그런 니가 너무 좋았어
하지만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그게 사랑인지조차 모르고 있었고
난 워낙 그런 거에 둔감해서 고백이니 뭐니 이런건 상상도 못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중3때 너희 오빠한테 니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도 멍해지게 만들었고
난 그때는 병문안이라던가 이런게 어떤건지도 잘 몰라서
니가 퇴원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2달쯤 뒤에 만난 너희 오빠한테
혜지 퇴원했어요? 라고 물어보니까
'혜지 하늘나라로 먼저 가뿟다.' 라고 그러더라..
나 솔직히 그땐 어려서 사람의 죽음이 어떤건지도 실감이 안나서
그리 슬퍼했던 것 같지가 않아...
그냥 니가 없단 허전함이 더 컷었어
그리고 나도 이 외모랑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근데 하나같이 너에 비하면 너무 부족해보이고
아무리 내 마음을 포장하려고 해도 마음이 안가더라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난 지금 대학 2학년으로 올라가..
니가 사줬던 뿔테
유행이 지나고 촌스러워서 다들 바꾸라는데도
나 렌즈는 바꿧어도 절대 그 안경테는 안바꿧어
칠이 다 벗겨지고 안경테가 휘어져도 계속 끼고 다녔었는데
1학년 동기엠티때 내가 술에 많이 취했었어..
그 날 중국에 다녀온 동기놈이
75도짜리 고량주를 들고 온거 있지?
벌칙으로 3잔정도? 마셨던 것 같은데
정말 독하더라..
양주랑은 다르게 뭔가 냄새가 역해서 더 취하는 것 같았어..
내 술버릇이 술취하면 계속 술마시는 거라
그날 완전 필름 끊기고 개가 되도록 마셔버렸어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
바닥에 토하고 헤엄치고 난리도 아니었다더라...
근데 그 때 안경테가 부러졌었나봐...
친구들은 별 생각없이 부러졌으니까 버려버렸데...
나한텐 정말 소중한거였는데 그걸 아는 친구들이 없었으니까..
나 그래서 그 날 기분이 엄청 안좋았어..
숙취때문에 머리도 깨질 것 같았구...
그래서 집으로 못가고 근처에 있던 할머니 댁에서 좀 쉬었다 가려구
할머니 댁으로 갔다?
근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5만원짜리가 떨어져 있는거야
냉큼 주웠지
근데 그게 또 2장이더라 ㅋㅋ??
집으로 와서 새로 안경 맞추러 갔는데
왠걸? 안경테랑 렌즈 합해서 딱 10만원인거야
원래 10만 7천원인데 7천원 깎아줘서 10만원에 샀어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몇년째 그 촌스럽고 낡은 안경 끼고 다니니까
니가 답답해서 일부러 나 안경 새로 하나 맞춰준거라고
괜시리 그런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어
니가 하늘에서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잘 끼고 다니고 있다.
근데 혜지야
나 요즘 힘들어.....
많은 시간이 지났는대도
너만큼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도 없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도 없고
여자를 만나려고 해도 너보다 나은 애가 없다?
욕심이 과한거지 ㅋ??
근데 웃긴건 나 좋다는 여자도 없어 ㅋㅋㅋㅋ
괜시리 외로워
그럴때마다 니가 자꾸 생각나서 좀 슬퍼져
진짜 노래 가사처럼
난 니가 없는 이 세상에 시간에 혼자 살고 있어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닌 거 같애
나 너 너무 보고싶어
나한테 잔소리 좀 해줘
이렇게 살지 말라고
힘내서 살라고
나 지금 완전 폐인처럼 지내고 있어..
근데도 잔소리 해주는 사람은 없고
친구라는 놈들은 자꾸 놀자고 꼬드길 뿐이야
내가 내 할 일 팽개치고 놀려고 해도 안말리고
오히려 같이 놀기만 하고
난 시간이 지날 수록 왜 이렇게 니가 절실해지지?
나 진짜 니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나 오늘 약도 엄청 많이 먹었는데...
평소같으면 약에 취해서
진작에 쓰러졌어야 정상인데
아직도 잠을 못들겠어
항상 마음이 편치가 않아...
얼마 전에 할아버지도 떠나가시고
나 외로워
진짜
허탈하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외로워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
나 너 너무 보고싶은데...
그 형이랑 연락도 끊겼고
니가 어디에 묻혔는지
납골당에 들어갔는지 무덤에 있는지도 몰라
그저 하늘나라에 있단 것만 알아
너 항상 나 걱정해주고
나한테 도움이 되어주고
잔소리도 많이 해주고
그랬잖아....
끝까지 너한테 도움만 청하고 이런 난데....
넌 항상 도와주고 위해줬잖아
그런 니 모습이 좋아서
나도 너 따라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었는데
내 주변엔 그런 내 맘을 알아주는 애들조차 없다?
나 천성이 이기적인 놈인데
어울리지도 않는 착한 일도 엄청 많이 했어
왠지 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난 언제쯤 널 잊을까?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건가?
나 너 진짜 필요한데...
넌 없잖아
이게 무슨 경우야
나 좀 웃게 해줘
나 좀 즐겁게 해줘
나 기운내서 다시 열심히 살게 해줘
너 없으니까 이런 날 제대로 붙잡아줄 사람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