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견간부로 항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박부장은 최근에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회의시간만 되면 졸리고 머리가 멍해서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봄이 되어 춘곤증이러니 하고 지내다고 좀체 몸상태가 나아지는 기미가 없어 한의원을 찾았다가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춘곤증으로 인해 식욕이 저하되고 졸음이 쏟아지며 일할 의욕이 떨어지게 된다. 춘곤증은 봄철 환경변화에 인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이다. 따라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대개 한달 이내에 쉽게 해결된다. 만약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피로감이 한달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처럼 특별한 원인 없이 6개월 이상 심한 피로감이 지속되고, 충분한 휴식에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으며, 50% 이상의 활동력 감소를 초래하는 질환을 만성피로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질환은 주로 20대부터 40대의 젊은 사람에서 주로 관찰된다.
만성피로 증후군이란 명칭은 1988년에 미국 질병통제센터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된 이후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환자들이 이 명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만성피로라는 익숙한 용어가 환자에게 주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사실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오는 일반적인 만성피로와는 구별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다만 여기서는 실제적인 만성피로 증후군과 일반적인 만성피로를 모두 합쳐 포괄적으로 만성피로 증후군이라고 하겠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현대의학적으로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나와 있는 여러 이론들에 의하면 신경 내분비계의 기능 이상, 바이러스 감염, 환경오염으로 인한 독성 물질들, 유전적인 소인 등이 잠재적인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최근의 새로운 관점에 의하면 만성피로 증후군은 마치 고혈압이 어느 한 가지 원인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각종 육체적 혹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성피로 증후군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의 원인을 크게 외인(外因)과 내인(內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외인은 감기와 같은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만성피로가 발생한다는 시각이다.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 감기를 가벼운 병이라고 방치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나게 되듯이 만성피로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처음 발병의 원인을 살펴보면 감기 이후라고 답변하는 것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인의 생활방식이 감기의 발생을 더욱더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현대인의 주거양식으로 등장한 아파트 생활에서는 겨울에도 내복을 입지 않을 정도로 실내를 덥게 해 놓고 지내며, 여름에는 긴 팔을 입어야만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냉방을 해 놓고 생활한다. 이로 인해 외부와의 온도차이가 심하게 나면서 감기로 인한 다양한 질환이 발생하고 있다.
무릇 ‘마음에 병이 들면 몸도 병든다’는 말이 있는데 이처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을 내인으로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칠정상(七情傷)’이라 하여 만성피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경질적이거나 우울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서 만성피로가 쉽게 나타난다.
이외에 과로나 음식의 영향에 의해서도 만성피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외부환경과 심리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인해 만성피로가 발생하는 것을 불내외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나쁜 식생활로 인한 것을 ‘음식상(飮食傷)’, 육체적・정신적 과로로 인한 것을 ‘노권상(勞倦傷)’, 과도한 음주로 인한 것을 ‘주상(酒傷)’, 무절제한 성생활로 인한 것을 ‘방로상(房勞傷)’이라 하여 잘못된 생활습관이 만성피로의 주범임을 강조하고 있다.
만성피로의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오전이나 오후에 항상 몸이 나른하고 무거우며 아프다. 또한 일이 짜증나고 싫증나며 집중력이 떨어져 일의 능률이나 학업의 진전이 없다. 아침에 눈이 잘 떠지지 않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으며 머리가 띵하고 하품이 자주 나온다. 피로하면 편도가 잘 붓고 눈이 피로하거나 충혈되며 성욕이 감퇴한다. 이외에 ① 기억력 또는 집중력 장애, ② 인후통, ③ 경부 또는 액와부 림프절의 압통, ④ 근육통, ⑤ 여러 관절의 통증, ⑥ 새로운 두통, ⑦ 수면이 개운치 않음, ⑧ 운동 후 불쾌감 등의 8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6개월 이상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에 만성피로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만성피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몸에 대한 검진이 필요하다. 피로가 문제되는 대표적인 질환들은 갑상선 질환, 당뇨, 빈혈, 심장 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 질환, 암 등이다. 이 질환들은 수주일 이상 피로가 지속되고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몸무게가 급격히 빠진다든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는 등의 증상과 함께 피로가 날로 심해질 때에는 먼저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불규칙적인 식사시간, 자주 먹는 인스턴트 식품, 폭식, 과로와 충분치 못한 휴식, 과다한 음주, 흡연 등은 만성피로의 주범이다. 평소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과식과 폭식을 피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품은 삼가고 녹황색 채소와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며 특히 제철에 나는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또한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한다.
운동은 최고의 영양제이다. 몸이 피곤한데 운동을 하라고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운동이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다만 이때 평소 체력에 맞은 운동을 적당한 시간동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오랜 시간동안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몸의 원기가 부족해져 피로가 더 심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벼운 산책이나 명상, 단전호흡 등이 더 좋다.
마음가짐을 밝게 바꾸도록 한다.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라 하여 웃으면 젊어지고 화를 내면 빨리 늙는다는 말이 있다. 웃음은 건강의 최대 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예방하는 명약이다. 웃음을 운동량으로 비교한다면 한번 웃는 것은 에어로빅을 5분 동안 하는 것과 같고, 쾌활하게 웃으면 우리 몸속의 650개 근육 중 231개의 근육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매일 저녁 20분정도 냉온탕이나 족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등으로도 만성피로가 없어지지 않는 때에는 섣부른 조처보다는 전문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