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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식 정치

내일은맑음 |2012.02.09 01:17
조회 73 |추천 1

안철수식 정치

 

   수석논설위원안철수 교수는 확실히 올 한 해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될 듯하다. 6일 기부재단을 설립한다는 기자회견을 두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안 교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나오는 비아냥(기부하려면 조용히 하지 웬 소란이냐)서부터 안 교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취재기자를 향해 던지는 욕(정치 얘기 안 한다는데 왜 자꾸 물어보느냐)까지. 우리 사회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그대로 드러난다.

 

 역시 문제는 정치다. 안 교수가 그냥 기부재단을 만들어 좋은 일 한다는 데 그친다면 이렇게 관심이 높고 이해가 갈릴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안 교수가 아무리 “정치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안 교수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지난가을 서울시장에 출마할 마음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후 안 교수는 싫든 좋든 정치 중이다.

 

 물론 안 교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안 교수의 말은 보통 정치인들과 다른 안철수식 화법(話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진짜로 “고민 중”이라고 믿는다. 그는 ‘장고(長考)’하는 스타일이었다. 의사를 그만두고 벤처로 나서는 고민에 6개월이 걸렸고, 다시 학자로 변신하는 데 1년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엔 얼마나 오랜 장고가 필요하겠는가.

 

 그런데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는 ‘정치한다’는 답을 설정해 두고 이에 대한 자기확신을 굳히는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지난가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고민은 3가지라고 밝혔다. 첫째, 정말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가. 둘째,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셋째, 실제로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가.

 

 첫째와 셋째 고민은 이미 지난가을 인터뷰하던 시점에서 끝나 있었다. 첫째 고민과 관련해 안 교수는 정치 참여의 의미를 일찌감치 경험했다. 노무현 정권 취임 직후 한 회의석상에서 경제부총리가 자신이 주장했던 “벤처기업 95%는 망한다”는 얘기를 무심코 하는 것을 듣고 ‘사회적 발언의 값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사회적 발언을 작심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안 교수는 또 산업구조를 바꾸고 개선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치 참여의 의미에 대한 확신은 오래전부터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고민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여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대학원장으로 행정을 해보니 “별 게 아니더라”는 결론이다. 기업을 경영하고 행정을 해봤기에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수영하는 사람에겐 2m 깊이 수영장이나 태평양이나 마찬가지란 비유도 했다. 정치만 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자부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은 둘째. 그래서 안 교수는 지난 1월 8일에도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6일 회견에서 “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 중이며 정치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이다. 정치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 정치를 한다면 기존 정치인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마지막 남은 둘째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시간적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어차피 안 교수는 기존 정치판과 다른 안철수식 정치를 구상하고 있다. 굳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거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곧바로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고 캠페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뉴미디어로 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정당과의 연대나 단일화는 부차적이다. 그런 생각이라면 야권의 후보가 정해지는 올가을까지만 결심하면 된다.

 

 결국 정치 참여를 할 것이란 추론의 객관적 근거는 대선 구도다. 안 교수는 정치 참여의 대전제로 ‘역사의 흐름’을 앞세웠다. 현 집권세력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난가을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 여당(당시 한나라당)이 다시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을 보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안 교수 입장에서 ‘응징’의 대상이다. 그래서 출마를 생각했다고 한다.

 

 연말 대선 구도 역시 비슷할 것이다. 안 교수가 빠진 선거판에서 여야는 어차피 접전할 것이다. 안 교수가 나서면 여당을 ‘응징’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올 것이다.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안 교수는 ‘역사의 물결’에 따라 선거판에 뛰어들 것이다. 안철수식 화법에 따르면 안철수식 정치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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