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중국 등 다른 나라와 FTA 추진 힘들 것
④ 동북아시아 FTA 허브꿈도 물거품될 것 민주통합당이 한·미 FTA 재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권 후 폐기하겠다는 서한을 미국에 발송함에 따라 오는 12월 대선 후 FTA 효력이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만약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 내년 2월 25일 취임 직후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서류만 미국에 보내면 6개월 후인 8월에 한·미 FTA는 자동 폐기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①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 하락
한·미 FTA가 폐기되면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信認度)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오랜 협상을 거쳐 양국 의회까지 통과한 한·미 FTA를 폐기한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인식할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교통상부의 조병제 대변인은 9일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전례가 없다"고 밝힐 정도로 큰 우려를 나타냈다. 문명국가에서의 조약 폐기는 비우호적인 행위로 인식되기에 국제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
②한·미동맹 균열위기 및 경제 악영향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조약 폐기를 할 경우 "한국이 동맹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관심이 없다"(외교부 관계자)는 뜻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는 6·25 전쟁, 1998년 외환위기 극복, 비자 면제, G20 회원국 참여 등에서 동맹국인 미국의 협조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한·미 FTA가 폐기되면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이런 협력을 받는 것은 어려워질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특히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고려대 김성한 교수는 "한·미 FTA를 폐기한 후에도 동맹이 이전처럼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는 한·미 FTA의 이행으로 앞으로 15년간 연평균 1억5000만달러의 흑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동안 중국에 밀려 위축된 대미(對美) 수출을 늘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용 또한 35만명이 늘어나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 그룹의 평가다. 한·미 FTA가 폐기되면 이 같은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③한·중 등 다른 FTA 추진에 걸림돌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다른 나라와 추가로 FTA를 맺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의 비준동의까지 받은 FTA가 폐기된 나라와 다른 나라가 선뜻 나서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폐기 논란이 계속되는 것만으로도 조만간 협상이 개시될 한·중 FTA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한·미 FTA는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앞서 미국 시장을 무관세로 선점하는 효과를 노리고 시작한 것"이라며 "이를 폐기하게 될 경우 FTA 정책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④사라지는 FTA 허브의 꿈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동시다발적 FTA 체결전략을 마련, 한국을 동북아의 FTA 허브로 만들려 했다. 세계 거대 경제권인 미국·EU·중국과 모두 FTA를 맺어 세계 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효율적인 관계망을 구축하려던 역대 정부의 노력도 허사가 될 위기에 처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FTA 폐기 주장은 우리 국익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또 한·미의 우호 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