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여행 : 혼자였고, 씩씩했던 걷기 여행
오대산의 풍경에 푹 빠진 저의 첫 여행. / tj5202님이 네이버블로그에 올린 사진
저의 첫 여행은, 2008년 8월 15일, 오대산 3박 4일 여행이었습니다. 4
학년 여름방학, 남들은 다 인턴이다, 토익 공부다 하고 있는데, 저는 국토대장정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종아리, 엉덩이까지 걷기에 최적화 되는 몸이 만들어진 일주일이 되던 때,
큰 사고로 행사가 전격 중단되었습니다.
충격도 컸지만, 그보다는 사실, 걷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컸어요.
아쉬움으로 술이나 마시며 방황하느니 차라리 실컷 걷고 오자. 그래서 오대산으로 떠났습니다.
진부면에서 걷기 시작하여,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비로봉에 올라 오대산을 가로질러 홍천군 내면까지.
대자연의 품에서 이틀을 내리 걷고 나니, 그제서야 갈증이 좀 풀렸습니다.
걷기의 매력, 그 덕분에 제주 올레길이 더욱 인기인 것 같습니다.
/ artmetal09님이 네이버블로그에 올린 사진
그때부터 걷기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강아지풀로 너를 밀어내고,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미운 너도, 미운 나도 내보내고…
빡세게 흠뻑 걷다 보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남게 됩니다.
근데, 오대산 비로봉-상왕봉-홍천군 내면까지의 구간 정말 좋아요!
지리산보다 코스가 쉬운데, 정말 멧돼지가 나올까 무서울 만큼 거대한 대자연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나의 첫 혼자 떠난 해외 여행 : 짝사랑이 지겨워서
‘스물 다섯의 짝사랑? 무슨 이 나이에 짝사랑이야. 유치하게’
저는 그에게 다가갈 용기도 없었지만, 스스로 아, 내가 지금 짝사랑에 빠졌구나 라고
인지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설사, 내가 내 맘을 알았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제 스스로에게 너무 비겁했어요. .
‘사막 한 가운데에 서면 용기가 좀 생길까? 깊은 대양 속에 몸을 담그면 좀 나아질까?’
그리고 나면, 내가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아름다운 붉은 사막이 있고, 홍해가 있는 요르단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요르단의 붉은 사막, 와디럼
그들의 호감을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들처럼
그리고 그때, 괜찮은 여행 스타일을 찾게 되었어요.
모든 것은 현지인처럼. 이스라엘 일랏에서 요르단으로 버스로 넘어갔어요.
긴 청바지, 검은 색 폴로 티셔츠. 그런데 제가 엄청나게 튀는 거에요.
당장 시장으로 가서 가장 얌전한 히잡을 사서 그걸 입고 다녔습니다.
저에겐 너무 길어서 수선까지 해서^^
그때부터 멀리 있는 잉여 아저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또 저를 알아보는 분들께는 엄청난 호감을 살 수 있었습니다.
히잡 속의 낯선 동양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알라흐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며 사람들이 외쳤습니다.
알라에 대한 믿음이 극동 아시아까지 미치게 되었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그때부터 치약 같은 건 공짜, 기념품은 다 1+1, 숙박비 20% 할인 등등의 혜택이 바로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가장 잘 느끼는 방법? 그들처럼.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에서의 일입니다. 그곳에서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유리되어 있습니다.
숙소도 모두 관광객 전용 게스트 하우스, 이동수단은 일정 기간을 계약하여 타고 다니는 뚝뚝이
(오토바이 택시), 보는 것도 관광객만 많은 앙코르 와트.
이러다 보니 현지민들을 만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이렇게 돌아오고 나니까,
쓸쓸하기만 하더군요. 그냥 돈을 쓰고 다니면서, 그 나라의 옷자락도 잡아보지 못한 기분?
베트남 길거리에 앉아 700원짜리 쌀국수를 먹고, 닭과 함께 버스를 타보고 하는 기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는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다가가봤나? 하는 것이 꽤 큰 것 같아요.
나는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누구나 노는 것을 좋아하고, 누구나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만큼 이유도 각각 다르겠죠?
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역마살? 허영? 뭘까?
그런데 최근에서야 그럴듯한 대답을 찾게 되었어요.
이주간에 걸친 남미 여행을 돌아보면, 함께 하는 기쁨이 너무 커서 내내 웃고만 왔어요.
2주 동안 내내. 그런데 이상하게도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대체 뭐가 빠진 걸까…?
…………..외로움.
지난 여행에서는 외로움이 빠져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깨달았습니다.
나는 외로워서, 그리고 외로워지기 위해서 떠나는구나.
내 시간인데 내가 쓰지 못할 때, 내 마음인데, 내가 없을 때, 내 생각인데, 내가 없을 때.
지독하게 외롭습니다. 그런 때는 떠나야 하는 거 같아요. 내가 오직 나 홀로 남는 외로움을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