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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찌들어사는 동생이 불쌍해서 올려봅니다.

ㅠㅠ |2012.02.21 02:08
조회 252 |추천 2

저는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20살이 된..................흔녀입니다방긋

 

 

저한텐 두살 위인 언니가 있구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 된 8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습니다.

가족 모두를 사랑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저희 동생을 가장 좋아하고 아끼고 지켜주고 싶습니다.

언니가 서울에서 살고 별로 이야기 할 일이 없는데다

동생과 터울이 많이 나서 그럴진 모르겠지만

암튼 전 동생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갈게요....ㅠㅠ

 

 

 

 

 

 

 

저희 동생은 12살인데 학원을

피아노, 태권도, 주말에 다니는 수영의 예체능을 비롯해서

영어학원, 영어 학습지(윤...선...), 수학학원, 컴퓨터학원, 독서토론과외 등등의

과외, 학원에 찌들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 또 우리 시에서 초등생 몇명 뽑아다 시키는

영제교육인지 뭔지 기계 조립하고 도형쌓는

과학영재교육.... 뭐 이런 것도 다닙니다.

 

그리고, 아이북인가 뭔가 하는 일주일에 책 몇권씩 가져다주는 그런 프로그램도 합니다.

 

 

 

하루에 쉴 수 있는 시간이 밥 먹는 시간, 또 씻고 자기 전 몇시간 뿐입니다.

 

 

 

저희 언니는 학원과 과외를 다니긴 했어도 저것보단 덜다녔습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라면 의과대학에 진학을 했어야 됐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ㅋㅋ

 

 

 

언니는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에 합격했지만, 공과였기에

부모님의 권유로 반강제 재수를 시작했구요.

수능을 다시 봤지만 결국 명문대 의대는 커녕

지방대 의대도 떨어졌습니다.

 

 

 

부모님은 삼수를 권유했지만 언니는 못하겠다며 1년 전 합격했던

서울의 사립대학교의 최하위 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재수를 해서 오히려 망한 케이스라고 보면 돼죠............ㅠㅠ

 

 

 

저는 어린시절부터 학원 다니기 싫다고 떼를쓰고 해서

결국 학원, 과외 한번 다녀본 적 없어요.

중학생 시절 450명정도가 전교생이었는데, 상위 7%로 졸업해서

인근 인문계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습니다.

 

 

계속 학원 없이 혼자 공부해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고,

저는 지금 광주에 있는 4년제 국립대학교에 입학합니다.

물론 내로라하는 명문대는 아니지만 여태까지 열심히 해서 거둔 성과이기에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언니와 나의 입시실패를 학원과 과외가 모자란 탓으로 돌리시고

언니에게 바랐던 의대생의 꿈을 아직 12살인 동생에게서 이루려고 하고 계십니다.

 

 

 

아직 초등학교 5학년인 애가 학원을 그렇게 다니고 힘든데

거기다 고등학교 들어가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며 여러가지

예체능 학원에다가.............

 

 

 

 

벌써부터 국제중이며 뭐며 명문 중학교를 알아보고 계시고

벌써부터 진학할 고등학교를 정하고 계시고..

 

 

 

 

저에게 고등학교 들어가서 수행평가 매기는 법과 시험 보는 법, 과목 수 까지

상세하게 말하라고 하셨어요.

동생의 진로에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요.

 

 

제가 고등학교를 이번에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데도

동생 때문에 내년, 내후년의 대학 입시제도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동생이 한번이라도 1등을 놓치는 날엔 진짜 집안에서 말도 한마디 못합니다.

동생은 혼나서 울기만 하고, 틀린 문제를 노트에 빼곡히 적어서 엄마께 제출해야 하고...

또 학원수가 부족해서 1등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누구누구네는 어느 학원을 다닌다고 하시고..

 

 

 

언니가 입시에 실패함과 동시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동생의 목표는 강제적으로 의대생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화가가 되고 싶다고 입에 달고 살던 아이였습니다.

저는 동생 그림을 칭찬해주었고, 앞으로 훌륭한 화가가 되겠다면서 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나깨나 입에 달고 살던 동생 때문에

엄마는 결국 다니던 미술학원을 그만 다니게 하셨습니다.

그 많은 학원 중에서 유일하게 동생이 흥미를 느꼈던 학원인데도요............

 

 

 

혹시나 의대생이 아닌 미대생이 될까봐 두려웠나봐요..ㅋㅋ

 

 

 

가끔 동생이 학원에 가기 싫어 눈에 훤히 보이는 꾀병을 부릴 때는

너무 안쓰럽습니다.

 

친구들이 놀자는 전화도 엄마가 대신 받아서

"지수 지금 학원 가야 돼."

하시면,

 

시무룩해져서 학원가방 메고 신발끈을 묶는 동생이 너무 불쌍합니다.

 

 

 

영어 학습지를 밀리는 날이면 거의 초상집이 됩니다.

 

 

이럴거면 공부며 뭐며 때려치라고 동생한테 야단을 치시고,

저는 우는 동생을 달래주며 옆에서 밀린 학습지 숙제를 도와줍니다.

 

 

 

벌써부터 입학사정관전형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며,

고등학생 때 임원은 꼭 해야 되는 것이며,

봉사시간은 몇시간이며 또 그 시간을 넘겨서 채우면 무슨 이익이 있는 것이냐는 등등

항상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제가 왜 그런 걸 묻냐며 짜증을 내면 이게 다 동생을 위한 일이라십니다...ㅋㅋ

항상 동생은 의대생이 되야 한다며, 우리 집안에 의사 한명 나와야 하지 않겠냐며...

동생 입에서 화가라는 말이 나오면 동생에게 짜증을 내십니다.

 

 

 

제가 엄마께 왜 말씀을 안 드렸겠냐만은

항상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철이 없다, 언니로써 자격이 없다, 넌 입다물고 있어라 하는 내용 뿐입니다.

 

 

 

 

오늘 동생이 수학학원을 다녀와서 태권도를 가기 전

짧은 시간동안 저랑 같이 TV를 봤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모두들 아실 거에요.... 사람들 고민 들어주고 상금 주는 프로그램

 

 

동생이 그걸 보더니

 

언니, 나도 저기에 사연 내고 싶다.

학원에 갇혀사는 저좀 구해 달라는 내용으로.

 

 

말을 듣고 나서 정말 동생한테 아무 것도 못해주고

때 맞춰 학원 가방만 바꾸어주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학원에 있는 동안,

그 이야기를 엄마께 했더니 혼만 났습니다ㅋㅋ

 

 

 

철이 안 들었다,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

도와주지 않을 거면 입이나 다물고 있어라.

내가 지수 잘못 되라고 학원 보내는 것이냐, 다 잘 되라고 보내는 것이지.

그래서 힘들까봐 피아노도 치게 하고, 태권도도 보내는 것이 아니냐.

(오히려 이게 지수를 더 옭아매는 존재일지도 모르는데도요.)

대한민국에 이정도 하는 애들은 넘치고 넘친다.

 

 

 

 

제가 너무 화가나서

 

아예 학원자체를 보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지수가 못하는 과목만 따로 다니게 해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보내니까 오늘 배운 내용을 머리속에 집어넣을 수나 있겠느냐

미술학원을 제일 좋아했는데도 왜 막무가내로 끊어버렸느냐며 따졌습니다.

(저 항상 부모님한테 존댓말써요...ㅠㅠ 물론 싸울때도요..)

 

 

 

그 뒤로도 엄마가 저한테 화가 나셨는지 말도 안하시고 눈도 안마주치시네요...ㅠㅠㅋㅋ

 

 

 

 

항상 일요일 밤이면

날이 밝지 않기를 빌면서 자는 동생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그래서 항상 일요일엔 제 방에서 저랑 누워서 같이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잡니다.

 

학원 스트레스인지 뭔지는 몰라도 잠버릇도 예전보다 더 심해졌고

자다가 깨서 헛소리 하는 일도 많습니다.

정말 동생이 불쌍해서 가끔은 눈물도 납니다.

 

 

 

동생을 정말로 사랑하는 언니로써 더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픕니다.

 

 

 

저희 집안이 잘사는 것도 아닙니다.

IMF 때 회사에서 쫓겨난 아버지가 겨우 가게 하나를 장만하셨고

그 가게를 아직까지 이어오고 계십니다.

유명한 가게도 아니고 그냥 그럭저럭 의식주는 해결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법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리를 해서 동생을 수많은 학원에 깔리게 해야되는 건가요.

 

 

대학교를 멀리 가지 않아서 집에서 통학을 해야 한다는 일 때문에 짜증도 났었지만

동생을 두고 멀리 갔으면 어쩔 뻔 했냐는 생각에

왠지 안도가 되기도 하네요.........

 

 

그냥 계속 동생 옆에서 지칠 때마다 응원이나 해줘야 겠네요....

근데,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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