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제1 기준이라는 '정체성의 正體'가 뭔가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는 17일 수도권 후보자 면접 심사를 벌이면서 김진표 원내대표 지
역구인 경기 수원 영통만 심사 일정을 미뤘다. 당 지도부는 "김 원내대표가 당일 경남 창원에
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으니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야권 내 일부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
다.
강철규 민주당 공심위원장은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려는 것은 정체성"이라
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에서 정체성 배점은 지난 총선 때는 100점 만점 중 10점이었으나 이번
총선서는 20점으로 늘어났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정치 신인 영입 기준에 대해 "예전에는
대중성과 경쟁력이 있는 인사를 중시했지만 이번엔 당 정체성에 맞는 인물을 발탁하려고 한다
"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야당 노선을 좌우하는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된 이유는 두 가
지다. 김 원내대표가 국회 전략을 책임진 작년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여당
단독 처리로 통과된 것이 첫째요, 지난 9일 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안이 국회
에서 부결된 것이 둘째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서 '(김 원내대표가)여당의 FTA 날치기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널리 전파했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라디
오에서 조 재판관 선출안 부결에 대해 "김 원내대표가 의도적으로 부결시키지는 않았다 할지
라고 무능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가 FTA 비준안이나 헌재 재판관 선출안을 몸
으로라도 막지 않고 표결까지 가도록 한 것이 정체성을 의심받는 이유라는 얘기다.
김 원내대표는 유권자 성향이 여당에 가깝다고 분류되는 수도권 지역구서 두 번 연속 당선됐
다. 한나라당 강세(强勢)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을 꺾고 당선된 그가 공천 배제 대상으로 몰리
고 있다니 요즘 민주당 안에 흐르는 공기를 알 만하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는 중도층 표를 굳
이 잡지 않아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계산이 섰거나, 그게 아니라면 의석 몇 개는 포기하더라
도 정체성 맞는 사람끼리 뭉쳐서 화끈한 정치 한번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일 것이
다.
그렇다면 민주당 수뇌부와 공천심사위원장이 그처럼 떠받들겠다는 민주당 정체성의 정체가 도
대체 무엇인지가 궁금해진다. 정체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유권자에겐 정체성의 본질을 공개
하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에서 뭘 믿고 민주당을 찍어 달라는 말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