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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준비

 

 

 

 

 

그 집앞에서 두시간을 기다렸다.

화를 내고 우리는 정말 아닌거 같다고 자책하며 헤어지자는 문자를 남기고 이튿째 되는날.

 

일요일 아침 그 동네는 매우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들이를 가는 가족들, 낯선 나의 냄새를 맡았는지 으르렁 짖어대는 건너편집의 개,

햇빛이 비추는 포근한 막바지 겨울의 아침을 만끽하며 잠을 청하는 담벼락위의 고양이 까지도.

 

마음이 아픈건지 몸이 아픈건지, 이틀전부터 아파서 침대에만 누워있던 내 몸을 두꺼운 패딩으로 부여잡고 나는 그의 집옆, 작은 주차장에서 핸드폰만 바라 보며 터지는 눈물을 숨죽여 막아내고 벽에기대 쭈구려 앉아있었다.

 

울면서 아침부터 그의 집앞에 찾아간 이유는, 나를 다시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였다.

난 그의 사랑을 의심하고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걸 스스로 느끼고 인정하는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난 다시 예전처럼 날 환한 미소와 따뜻한 포옹으로 맞아주는 그를 기대했다.

 

 

 

이틀전 금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엄마에겐 말도 안한채, 회사엔 하루 휴가를 내고 그와 데이트를 계획했다.

 

남자의 사랑이 식었음을 확인하는 가장 큰 순간은, 여자친구보다 자신의 친구가 먼저가될 때다.

가장 우선순위는 가족이고 그다음은 친구인데, 친구중에서도 애인이 가장 1순위, 오래된 친구들을 그다음순위가 된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땐..

하지만 남자의 사랑이 점점 식어가면 여자친구가 전화를 해도 다시 전화가 걸려오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반응이 아닌 , 나한테 왜 전화했지? 라는 무심함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연락도 뜸해진다. 하루종일 연락을 왜 해야하는지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이유로 나는 생일전날 그와 다투었다.

난 그에게 손으로 직접쓴 편지를 선물로 줄것을 부탁했다. 집요하게..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와 잦은 다툼에 지쳐버린 나는,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아.. 라는 생각 대신에, 내가 착각하고 있는거야 내가 오바하고 있는거야, 그는 날 사랑해.

라는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 마음의 선물을 요구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그런걸 시켜서 받아내고 싶냐고.

마음에 큰 상처가 후벼파지고 제발 아니기를 또 말도안되는 긍정의 바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내 생일날 우리의 데이트를 기대하는건 나뿐이란 느낌을 받았다.

날 위해 뭐든 해주려고 노력했던 그의 마음쓰는 모습을 사라진지 오래다.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반문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나와의 만남을 귀찮아 한다라는 상처를 안고 울며 잠이 들었다.

 

 

생일날,

난 피시방에서 그를 기다렸다. 오전부터 그와 데이트를 하고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하루종일 놀아보자를 기대해서 휴가를 냈지만

그는 오후 네시가 되서야 나타났다.

난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내 표정과 서운함을 감추려 했지만

나에게 전과같은 마음이 없는 그에겐 이유없는 짜증을 내는 한사람일 뿐이었다.

 

다섯시 영화를 보고 일곱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내가 예약해놓은 식당의 음식을 그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게정식을 먹고 싶었는데.. 대게가 먹고 싶다기보단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그는 정색했다.

그리하여 삼겹살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그와 나 사이에 아무말이 오가지 않았다.

음식을 앞에두고 꽁해있는걸 싫어하는 그에게 더 안좋게 보이기 싫어서, 입맛이 없었지만 삼겹살을 꾸역꾸역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가 나에게 던진말. '집에 갈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축하와 축복의 연락을 받은 생일이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날 그렇게 봐주지 않는거 같아서 더 슬픈 생일이었다.

하지만 난 집에 가야 했다. 그가 억지로 나와 있는걸 , 의무적으로 나를 만나는걸 내가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속으로 제발 아니길, 아니길, 그의 마음을 내 마음데로 해석하려 노력했다.

그런 마음이 아닐거야, 내가 또 혼자 어리광 부리고 있는걸 거야.

 

8시 집에 도착했다.

화장도 지울 수 없었다. 침대에 그대로 몸을 누이고 울음이 터져나왔다. 문자도 전화도 그에겐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난 지난일 앞으로일 내가 그렸던 모든 그와의 행복들을 상상해내면서, 슬픔에 취해버렸고 울다가 그렇게 잠이 들었다.

나에게 토요일은 없었다.

토요일 오후즈음에 갑자기 무거워지고 아픈 몸을 들고 일어날수가 없었다.

그에겐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며칠씩 연락을 하지 않는다. 계속 짜증내고 화를 내는 나와는 아무런 말이 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기분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연락을 아예 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해도 역시 그는 묵묵 무답이었다.

그렇게 토요일이 내 방구석에서 우울함과 눈물 찢어지는 가슴을 내가 왜 부여잡아야 하는지 이유를 계속 되내이며 불도 켜지 않은채 어둠으로 보냈다.

 

그렇게 일요일 아침이 찾아온것이다.

엄마가 무슨일이 있냐고 물을때마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이렇게 멍청하고 미련한 내모습을 엄마가 보고 마음상해하는걸 볼순 없다.

 

하지만 더 보기 힘든건..

아무런 연락도 안오는 핸드폰을 계속 쳐다 보는 거였다. 그는 내가 어떻게되던 상관이 없나보다. 라고 나도 체념을 해야지 생각을 해도

갑자기 어느 순간에 정신이 돌아버려 그에게 전화를 한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을 거짓말로 숨길 수 없어서 그의 집앞으로 달려간 것이다.

 

 

 

 

 

한시간반즈음 지났을때, 그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 진동소리만으로도 사람 심장이 이렇게 뛸수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집에 형 있어. 그냥 가라'

 

 

고개를 파묻고 숨을 죽인채 눈물을 쏟아냈다. 정말 일어설 수가 없었다. 정말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를 느껴버린 순간이었다.

얼굴이라도 내다볼줄 알았는데 벽을 사이에 두고 난 그렇게 그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마음이 짓밟혔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내가 그에게 엄청난 짜증을 낸것도, 부담스러운 요구를 한것도, 잘못을 많이 하고 다니는것도 전혀 없는데 그는 날 왜이렇게 힘들게 할까.

답은 간단하다.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답을 알면서도 내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나 스스로 헤어짐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건 말할수없을 만큼 표현이 안될만큼 힘든 일이다.

 

 

 

 

그렇게 집에돌아와 다시 앓아 누웠다.

그에게 문자가 왔다. 푹 쉬라고..

 

 

 

 

눈물이 계속 나는 것도 신기하다. 눈물이 쏟아지다가 흐르다가 마르다가 다시 쏟아지다가 흐르다가..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도 그에게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는것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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