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23일 탈북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제 북송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민주당은 2005년부터 7년간 새누리당 등이 추진해 온 북한인권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런 민주당이 이번에 탈북자 북송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낸 것이다.
◇여론 비등하자 적극 대응 전환
대표 발의자로 나선 김동철 의원은 이날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냈다"고 했다. 이 결의안은 중국 정부가 탈북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 송환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고,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며 한국 정부가 이들을 안전하게 국내에 입국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한 달 사이 중국 선양·창춘·단둥 등지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가 45명에 이르고 일부 언론에서는 8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할 만큼 강제 송환 위기에 놓인 탈북자가 급증하고 있어 중국 정부에 대한 우리 국회 차원의 대응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탈북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탈북자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적극적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연예인과 정치인, 국제사회까지 탈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며 대형 이슈가 되자 적극 대응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탈북자 문제가 쟁점이 될 것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도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탈북자 북송 반대 여론이 커지는데도 손 놓고 있을 경우 '반(反)인권 정당', '친북(親北)성향' 같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난 10월에도 탈북자 북송 중단 결의안을 냈고,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며 "이번에 예외적으로 결의안을 낸 게 아니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과 새누리당 구상찬 의원 등이 이날 각각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낙연 신낙균 김춘진 의원 등은 박선영 의원이 낸 결의안에 서명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당 차원의 결의안을 내 다른 당과 균형을 맞추고 나선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진보층이라도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말라는 데 반대하긴 힘들지 않으냐"고 했다.
◇북한 인권과 탈북자 분리 대응
민주당은 그동안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북한 주민 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보여 왔다. 새누리당이 북한인권법을 처리하려 할 때마다 반대했고, 법안 이름을 북한민생인권법으로 수정하고 법안 성격도 대폭 바꾸려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인권법은 18대 국회 내내 상임위에 계류돼 있으며 5월이면 자동 폐기된다.
북한인권법에는 반대하면서 탈북자 북송엔 반대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측은 "두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했다. 북한 인권은 체제 내부문제인 반면 탈북자는 북한 체제 밖의 난민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북한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에 따라 인권문제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는 민주당의 논리는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당 고위 관계자는 "북한 내부 인권을 비판할수록 북한 주민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