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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엄마가 아스퍼거 증후군일까요...

글쎄 |2012.03.10 15:17
조회 6,034 |추천 4

일단 전 올해로 만 22세 되는 성인이고, 저희 가정은 표면적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만 가끔씩 보면 저희 엄마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일단 저희 엄마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으신 적은 없고, 표면적으로는 유치원 보육교사까지 하실 정도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가족으로서 22년을 같이 살아오면서, 가끔씩은 우리 엄마가 장난 아니게 이상해 보이는 적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 어릴 때부터 우리 엄마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뭔가가 이상했습니다.

제 쌍둥이 동생은 유치원 때였나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무렵에 제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 사람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떠오르는데 이상하게 우리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귀할멈이 떠오른다고.

그리고 제 기억에도, 유치원 재롱잔치 등의 자리에서 다른 아이의 엄마와 제 엄마를 같이 만나보았을 때는, 다른 아이의 엄마에 비해 제 엄마가 유난히 이질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2. 단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는 일이 많으십니다.

카카오톡은 '카카오리톡', 아스퍼거 증후군은 '아그퍼스 증후군' 이런 식으로요. 그 단어를 처음 보셨을 때 몇 번만 그러셨으면 처음 보는 외래어 단어에 익숙하지 않으시구나 할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자기 방식대로 읽으시는 단어는 매번 그렇게 읽으십니다.

그래도 이런 거 하나만 가지고 무슨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이 성향이 심하신 건 아닙니다만, 진짜 아스퍼거 증후군도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약해진다고 하는 말이 있어서 말이죠...

 

3. 사람들 기분 상태를 너무 심각하게 못 읽으십니다.

제가 재수 때 지쳐서 그걸 달래려고 노래를 하면서 집에 들어왔더니 "뭐가 기뻐서 노래를 그렇게 부르냐"고 하시는 적이 여러 번 있으셨고, 언제는 제가 참을성이 바닥나서 "엄마는 사람이 힘들어서 노래를 하는 거랑 기뻐서 노래를 하는 거랑 목소리 톤을 들으면 구분이 안 가냐"고 하니까 "그걸 어떻게 구분하냐"고 하십니다.

또, 중3 때 엄마한테 저희 반 찐따 하나가 저보고 왜 사냐고 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제가 이 때 왕따였습니다... 부모님은 물론 학교 선생님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였구요) 폭소를 터트리시더니 "그러게? 너 왜 살아?" 그러십니다 ㅡㅡ... 비아냥거리는 말투 같은 것도 아니라 순전히 재밌다는 말투로요.

 

4. 언어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모습.

흔히들 '완전체'라고 부르는 사람들 있죠? 엄마가 그런 사람이라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외가친척끼리 모임 약속 잡으면 엄마 때문에 파토가 날 뻔한 적도 많았구요. 저희 아빠가 엄마랑 외가친척들이랑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서로 자기 얘기만 줄창 하는데 어쨌든간 대화가 통하니 참 신기하다"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근데 외가친척들이 전부 다 완전체인 건 아니고 저희 엄마만 그럽니다. -_-;

 

저번 설날엔 친가댁을 가기 전에 저희 엄마 제안으로 외가댁을 들렀다 갔었는데, 엄마가 제안해 놓고서는 엄마가 제대로 스케줄을 안 잡아 놔서 전부 다 일정이 꼬일 뻔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뭐 워낙에 이런 상황에 이골이 났으니까 -_- 그냥 닥치고 있었고, 저희 아빠에 동생까지 전부 다 엄마보고 일처리를 왜 이 따위로 하냐며 까는데, "원래 여자들이 계획 세우는 거 잘 못 한다"면서 발뺌하시더니 결국엔 외할머니한테 소리를 지르십니다 -_-. 원래 여자들이 계획 세우는 걸 이 정도로 잘 못 한다니, 대학 팀프로젝트 멀쩡히 수행하시는 여성분들을 전부 다 싸잡아서 엿을 먹이는 소린가요 -_-;

 

제가 재수를 했을 무렵에는,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제가 성격 문제로 심리상담을 다녀야 하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동생이 저보고 "노홍철은 컨셉을 대놓고 또라이로 잡는데도 오히려 그게 인기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본인 성격이 이상하다고 너무 기죽어 있지 말라는 얘기였지요. 아버지도 동생 말에 동의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엄마는 거기서 뜬금없이 노홍철의 선행 이야기를 꺼냅니다. 휴우... 그게 지금 얘기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건 이 때 한 번만 그랬으면 그냥 엄마 성격인가보다 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엄마는 대부분의 대화가 이런 식입니다.

 

제가 중3 때는 이런 일도 있었네요. 엄마가 살을 빼신다고 동네 하천 걷기코스에 매일 운동을 다니시면서, 그러시면서도 먹는 건 전혀 줄이지 않으시니까, 아빠가 "그런 식으로 먹을 거 다 먹으면서 운동할 거면 앞으로 나가지 마"라고 하십니다.

이 때 엄마가 뭐라고 하셨게요. "네 알았어요. 안 나갈게요." 이러십니다. 설마 아빠가 진짜 엄마보고 운동 나가지 말라고 그런 말씀을 하셨겠냐구요 -_-;;; 이것도, 대부분의 대화가 이런 식입니다.

 

5. 듣는 사람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언행.

역시 재수 시절에, 가족들끼리 다 모인 자리에서 제 친구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엄마의 반응이 가관이었습니다. "우리 ○○이가 친구가 있어?!"

3번 문단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절 비꼬거나 하는 말투가 아닙니다. 그런 말투가 느껴졌었으면 애초에 "저희 엄마가 아스퍼거 증후군일까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지도 않았겠지요. 정말로 기쁘다는 말투십니다. 그런데 아니, 초딩한테 해도 기분이 나쁠 발언을 성인한테 하시면서 그걸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걸 전혀 자각을 못 하십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화를 냈더니, 기쁜 걸 기쁘다고 했는데 왜 화를 내냐는 말투...

이런 말투도 한두번이 아니라서, 언제는 동생이 저랑 엄마랑 얘기하는 걸 듣고, 그렇게 말하면 듣는 형이 기분이 나쁠 수 있지 않냐고, 말할 때는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말하라고 얘기했습니다.

... 이 때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게요? 3번 문단과 똑같습니다. "그걸 어떻게 다 알고 말하냐" 랍니다.

 

6. 목소리 톤도 이상하시고, 약간의 틱 증상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1번 문단에서, 어릴 때부터 저희 엄마는 다른 애들 엄마에 비해서 너무 이질적이라고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 이미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게 바로 목소리 톤과 억양이었습니다. 요즘은 제가 적응을 한 건지 엄마가 나아지신 건지 (진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도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저절로 가벼워진다고 하죠...) 지금은 저희 엄마가 1번에서 느낀 것처럼 이질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가끔씩 자폐증 환자 특유의 맛이 간 목소리를 저희 엄마 목소리에서 느끼는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아빠랑 통화할 때라던지 아빠가 부르면 나름 귀엽게 대답한다고 "네~" 하는데, 그게 딱 자폐증 환자 톤이구요.

틱 증상 말씀드린 건, 그렇게 심하신 것 같지는 않긴 한데... 방에서 컴퓨터를 할 때 TV가 있는 방에서 가끔씩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 보면 그게 엄마 소리입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씁니다. 정말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이런 일련의 증상에 덧붙여 표정을 이상하게 짓고 사람들이랑 눈을 못 맞추고 걸음걸이나 뛰는 폼이 이상하고... 등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있는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이런 증상들은 30대 이상으로 나이를 먹으면 별다른 치료 행위를 하지 않아도 많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고, 저는 엄마가 낳은 아들이니만큼 엄마가 30대 이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제 나이 23살이고 저희 엄마도 50줄에 접어드셨는데, 저희 엄마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맞고 정말로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으신다고 해서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겠지만... 혹시나 싶어서 이런 데라도 여쭤봅니다. 분명히 저희 엄마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는 절 사랑하셨지만 그 방법이 너무도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 때문에 저까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기 때문에... 이 글에는 쓰지 않았습니다만 저희 엄마가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까지 있는 것처럼 의심될 때도 있으니까요.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붙어 놓고도 저희 엄마 때문에 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일평생 물리학과를 위해서만 공부를 하신 것을 뻔히 아실텐데도, 장난삼아 원서를 쓴 수학교육과를 붙어 버리니까 수학교육과를 가라고 하시면서 제 인격을 아예 깔아뭉개 가면서 압박을 하셨습니다. (전 물리학과를 전부 다 떨어지지 않았으면 수학교육과는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제가 수학교육과를 붙어 놓고도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는데,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날에 엄마 핸드폰으로 연락이 갔습니다. 그게 화근이었죠...)

 

이 때 전 사이버 테러에 시달려서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던 입장이라 엄마가 절 압박하는 걸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었는데, 오죽하면 그 무뚝뚝하신 아버지도 제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시고 제게 시간을 주시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다 쓰셨는데, 엄마는 제가 그 때 온갖 싫은 티를 다 내던 걸 정말로 모르셨던 모양입니다. 그 날 뒤로 제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죠... 3수를 해서 물리학과를 돌아가긴 했으나,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상황입니다.

저희 엄마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맞을까요. 그리고 맞다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중학교 시절이라면 마구 벗나가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성인이라서 그러기도 힘들고, 엄마 때문에 제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상황에서는 이젠 그냥 지쳤습니다.

 

엄마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알고 싶네요. 엄마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고 하면 제가 헛된 의심을 품은 것이 될 것이니까 앞으로라도 그런 의심을 거두면 될 것이고, 엄마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맞다고 하면 남은 여생이나마 엄마를 더 잘 이해해 드릴 수 있을 거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1 : 중3 때 엄마가 아니라 제가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병원에서 추천해 준 아스퍼거 증후군 전문 병원이란 곳에서 제 진단서를 보시더니 "참 개떡같이 해석했구나" 라고 하시면서 전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고 하셨구요. (그 병원 원장 선생님이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으로 책도 쓰신 분입니다)

그 때 아빠랑 엄마랑 대화하다가 또 말이 안 통해서 아빠가 "애가 아니라 당신이 발달장애같아"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때 엄마는 또 4번처럼 받아치셨고 -_-; 저는 재수 무렵에 다시 정신과를 갔다가 거기서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구요. 제가 치료를 받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아무리 봐도 제가 아니라 엄마가 아스퍼거 증후군 같아서... 글 올려 봅니다.

추천수4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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