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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연애를 몇 년 쉬었습니까?

이영배 |2012.03.14 22:13
조회 46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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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연애세포가 죽었나봐.”
요즘, 주위의 많은 남녀들이 연애를 쉬고 있다. 게다가 지난 연애가 언제였는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 ‘연애 휴지기’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지만 딱히 소개 받으려 하지도 않으면서 가끔 멍한 눈동자로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며 서둘러 자위한다.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다가도 금세 다시 솔로로 돌아가버리는 그들이 가장 꾸준히 하는 일은, 죽어버린 연애세포를 애도하는 일이다.
 
늘 외롭다는 푸념과 변명이 교차하는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세 가지 마음이 뛰놀고 있다. 곧 죽어도 내 것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욕심과 내가 아직도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인가? 하는 자신감 결여, 그리고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 그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애에 대한 환상이 줄어드는 대신 취향에 대한 고집은 단단해진다. 거기서 거기인 남자를 만나 재미도 없는 신변잡기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맘에도 없는 밀당에 힘쓰는 것 보다 키우는 고양이와 집에서 뒹구는 게 더 좋고, 만 원짜리 지폐를 가득 채운 지갑을 들고 쇼핑하러 가는 게 더 즐겁고,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커피를 홀짝이는 시간이 더 만족스럽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은 이렇게 널리고 널렸는데, 연애, 그거 꼭 해야 돼?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러고 보면 나의 연애세포를 죽인 것은 다름아닌 ‘나’다. 이성을 대할 때 장점 대신 단점을 먼저 세고, 잘될 이유보다 안될 이유를 빨리 찾고, 아무 이유 없더라도 금세 귀찮아 하는 사람이니, 가끔 내가 연애와 결혼에 이다지도 회의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한숨이 난다.
 
대외적으로는 주변의 커플 중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라고 말하면서도 실은 나 역시 그들 중 하나가 될까봐 염려하는 것. 나는 나 같은 애인도 싫고, 나 같은 아이도 싫고, 나 같은 부모도 싫다. 게다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인생을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도 못 된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쉴 수 없는데… 너무 긴 휴식은 어느새 생활이 되어버릴 텐데… 하지만 이럴 땐 고맙게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끔찍한 말을 들었다. 다음날 오후까지 침대 위를 뒤척이면서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 한마디는 바로, “넌 여성성이 좀 부족하지” 였다. 나는 이제 여자도 아니게 된건가? 그러면서도 어느새 불끈 주먹을 쥐게 됐다. 그래. 따지고 보면 나는 늘 자극에 강한 사람이었다. 조금만 밟혀도 세차게 꿈틀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 새해 덕담대신 들은 그 충고로 다시금 움직여봐야겠다. 두고 봐. 조만간 연애할 거다.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연애세포 복원, 스스로 하고 말거라고. 내 연애 세포는 죽은 게 아냐. 다만, 잠들어있을 뿐이지.


 


 


도서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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