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을 털어놓을 곳도 없고 고민을 상담할 사람도 마땅하지 않아서
판에 글을 쓰네요.
길더라도 읽어보시고 제게 도움되는 댓글들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이제 26이고 제겐 1년 좀 넘은 21살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제가 부산, 여자친구가 서울인 장거리연애입니다.
둘 다 학생인데다 특히 전 집에 형편이 좋은것도 아니고 용돈 겨우 모아서 KTX타고 가니
여자친구가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내겠다했고
지금도 이런식으로 부담하며 데이트 합니다.
여자친구 집은 좀 부유한 편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거 먹고 입고 배운 한마디로 귀하게 자란 사람입니다.
반면에 전 가진것도 없고 딱히 좋은 대학을 나온것도 아니고
집안 형편이 좋은것도 아닙니다.
그런 저를 위해서 자기는 받은 용돈으로 천원짜리 김밥 사먹으며 끼니 떼우고
저 만날땐 아귀찜이나 장어구이 같은거 먹이고..
제가 꾸밀만한걸 살 형편도 안되고 그런 생활이 오래다 보니 관심도 없는데
그런 절 위해서 남자 스킨이나 향수 등등 좋은게 뭔지 이리저리 알아보고는 선물해주고
그러면서 정작 자기는 눈썹그리는 펜 하나를 못 사서 친구들이 주는 쿠폰 모으고
제가 차비가 없어서 보고싶어 죽겠는데도 서울에 못가면 통장에 돈까지 넣어주고
그래놓곤 자기도 부산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외박하기 힘든것도 있지만
가는 차비와 데이트비용 다 부담하기엔 형편이 안된다며 미안해하고
헤어질 때 기차타서 지갑보면 항상 만원짜리 한 장 넣어줍니다..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말려도 자기 만나러오느라 용돈 탈탈 턴거 안다고
집에 갈 때 버스말고 택시라도 타고 가라고 바락바락 우기고
부산부터 서울까지 왔다갔다 하느라 힘든데 무슨 찜질방이냐고 오만원 쥐어주면서 모텔에서 자게하고
통화할 때도 제가 먼저했는데 통화가 길어지면 여자친구가 끊고 자기가 걸고..
다른 여자들은 뭐 백같은것도 선물 받고 한다던데 전 꽃다발 사줄 돈도 없네요..
저희 부모님이 고물상을 하시는데..처음엔 그 사실을 계속 숨기다 어쩌다 여자친구가 알아버렸고
전 실망할 줄 알았는데 왜 그런걸 숨기냐면서 되려 화를 내고
여자친구는 제가 처음입니다. 남들처럼 콘도나 좋은 곳에서 뭐 이벤트도 해주고해야하는데
전 한심하게도 허름한 모텔에서 안아버렸네요...
순종적이기만해서 제가 질리거나 부담스러운게 아니라 애교도 많고 여우같은 면도 있고..
생각하는것도 깊은데다 말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똑부러지고..
뭐 술도 못하고 클럽이나 그런건 가본적도 없고
혹시라도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날에는 11시까지 집에 들어가서 저 걱정한다고 집전화로 전화합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어쨌든 정말 저한테 잘해주고 제가 더 잘해줄 수 없어서 미안한 사람입니다.
비록 장거리에다 금전적 여유가 되는것도 아니라서 일년넘는 시간동안
데이트한 횟수는 고작 15번? 20번이 채 안됩니다.
그래도 매일 통화 1~2시간씩하고..
둘 다 나이가 어리고 특히 여자친구는..많이 어리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고 내 인생에 이 여자만한 사람만나서
이 여자 사랑하는 만큼 다른 누군갈 사랑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저에게 과분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 사람이 절 붙잡고 통곡을 했습니다.
우는 것도 처음봤고(뭐 영화나 드라마 볼 때 우는거말고요) 너무 서럽게 울길래 무슨일이냐 물었더니
부모님께서 유학을 가라고 하셨다네요.
어머니 회사를 물려받기로 했는데 한국에서는 공부하기 좀 한계적인 부분이 있는 분야라..
그리고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작은 한국에서 새장에 갇힌 새처럼 살기보다는 많은것들을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A4용지 50장을 손글씨로 빽빽히채워 편지를 써왔습니다.
주 내용은 기다려달라, 자기는 이러이러한 마음으로 배우겠다, 유학생활동안 이렇게 하겠다
등등 저를 설득하는 말들이 가득 적혀있었습니다.
저는 물론, 기다릴겁니다.
오히려 기다리는건 제가 아니라 여자친구겠지요.
여자친구가 유학을 끝내고 돌아오면 저와의 차이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거고..
여자친구 부모님께서 절 만족 못하실 수도 있고
저보다 앞 날이 창창한 사람을 놔줘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제가 욕심좀 부려보려고 합니다.
유학 가있는 4~5년동안 열심히 벌어놓고 열심히 일 배우면 내 사람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다짐해봅니다.
아직 어린 여자친구지만 제가 이런 생각으로 곁에 있어도 되는걸까요?
작은 실반지라도 하나 해서 둘끼리 구두적으로라도 약혼같은걸 하려하는데..
제 욕심이 너무 큰 걸까요?
정말로 제 여자친구를 위하고 여자친구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