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하신가요!
네이트 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궁극의 찌질남이에요.
어릴 때 이민와 한국생활을 해보지 못한 저에게는 네이트 판이란 아주 소중한 것입니다. 모국의 일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거든요.
띄어쓰기, 철자 밑 맞춤법이 눈에 거슬린다! 하시는 분들은 그냥 스크롤 쫘아악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학교라는 단어가 아직 익숙한 시기에 캐나다로 이민을 왔기에 어휘력이 많이 달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스크롤 압박이 이지스급이니 시간 있는 분들만 천천히 봐 주세요.
후…. 제목에 써 있다 싶이 저에게는 외국인인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사귄 지는 5년 조금 넘었고요… 서로 알고 지낸 지는 10년도 더 된 사이에요. (고등학교 동창에 그 시절부터 정말 친했고 대학교 2학년에 맺어진 커플이에요)
머릿속에 고민과 이런저런 생각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어서 무엇부터 써 내려갈지 잘 모르겠으니.. 일단 저희 커플의 배경부터 설명해 드릴께요.
제 쪽부터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20대 중반으로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명문 공대 졸업 후 대기업에서 Systems Analyst (IT 관련 직종) 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연봉은 세전 캔불로 $72000 (KRW로 8.3천) 정도 받고 있고요.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출근하고 하루는 집에서 일합니다. (북미에선 WFH – Work From Home 체계가 아주 잘 되어있어요 ^^ IT업계 쪽은 특별히 그렇답니다.)
학비는 장학금/대출/코업 (인턴) 시스템에 의지해 제가 다 부담했고요, 아버지가 대견하다고 중형차 하나 장만해 주셨습니다.
전 장남이고 제 아래로 여섯 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동생이 한국말을 거의 못하고 가치관이 완전한 캐네디언이라서 부모님과 꽤 서먹서먹합니다.
저희 부모님께선 아주 쿨하십니다. 수입 꾸준한 비지니스 하나 운영하고 계시고 저에게 항상 말씀하시는 것이 “네 인생은 네 것이니 알아서 결정해라” 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선 조언만 가끔 해주실 뿐 전혀 터치하는 게 없으셨고 그렇기에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으려 아주 애썼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항상 바쁘셔서 집안에서 거의 못 본 것도 있구요)
목표가 있다면 제가 전공한 학문을 위주로 커리어를 쌓고 또한 35세 전에 연봉 여섯 자릿수 (한화 1억원)을 받는 것입니다.
여자친구 쪽은 저와 조금 다른데요…
여자친구는 대만계 아이로 일단 같은 대학에서 졸업했지만, 과는 틀립니다. 회계학과를 졸업했지만 거듭된 제 권유로 다시 미대에 들어갔구요, 아직 학생입니다. (1년간 일하다 다시 입학했어요)
여자친구가 회계학과를 나온 이유가 여유롭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서입니다… 캐나다에서 회계사들 벌이가 참 좋거든요.
하지만 회계일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꾹 참고 졸업하고 취직하니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스트레스라네요. 전 벌이가 좋지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자는 게 인생의 모토라 여자친구가 계속 일하는 것에 대에서 적극반대 했구요.. 결국 미대에 입학시켰습니다. 고딩때부터 디자인에 재능이 있었고 제 옷도 가끔씩 만들어 줬던지라 요즘은 힘들고 바쁘지만 두 눈에 활기가 넘치네요.
가끔 프로젝트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보면 참 뿌듯합니다 ^^
여자친구 위로는 무뚝뚝한 언니 한 명 있고 또 모친께서 계세요. 여자친구 부친께서는 4년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배경은 이 정도로 해 두고 저희 관계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고 졸업 전부터 동거하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패턴이 비슷하고 이것저것 척척 맞아떨어져서 편해요. 예를 들면 전 일단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먹는 것도 아주 좋아하구요… 대신 치우는 것/ 정리정돈은 정말 극악하다 싶을 정도로 못 합니다. 여간해선 터치 안 하시던 부모님께서도 잔소리 많이 하셨거든요..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쪽에 대해선 꼼꼼합니다. 요리는 완전 젬병이구요… 디자인에서 먹힐듯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요리에 적용되는 순간부터 세상 처음 먹어보는 기묘한 맛들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절친한 친구사이로 시작돼 캠퍼스 커플로 진행된 저희는 자기 스스로보다 서로에 관해서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애정표현도 처음 사귈 때 못지않아 다른 사람들이 신혼 커플로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 클럽 가고 술 마시며 놀 때 저희는 소풍 가거나 코스프레 하면서 놀았습니다. (네, 저희 둘 다 애니 오덕입니다 ㄷㄷ)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는 술을 정말 즐기지만 그녀는 잘 마시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여자친구랑 하루를 스캇치나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끝내는 것이 작은 로망인 저에요.
생활에 대해선 일단 시내에 괜찮은 고층 콘도 살고 있어요. 렌트비(월세)는 제가 내구요 식비는 여친이 부담합니다. 외국에선 돈관리 각자가 철저히 해요. 이것저것 따져보면 제 지출이 훨씬 많지만 꾸준한 벌이가 있는 입장에선 당연하다 생각하구요.. 여자친구도 가끔 브랜드 선물같은 것도 원하지만 절대 지나치지 않아요.. 오히려 꽤 버는 제가 더 해주지 않는 게 미안하다 여겨지네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전 저희 부모님에게 제 연애생활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부모자식 간에도 사생활이 있는 북미에선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 여긴 저로서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았구요 동거에 관해서도 룸메이트 문화가 아주 발전돼 있는 덕에 부모님들이 이해해 주셨습니다.
며칠전 부모님을 뵈러 본가에 들렀습니다.. 근데 아버지께서 심각하게 물어 오셨습니다. 아직도 제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느냐고.. 그래서 아버지한테 아직 잘 사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근데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조용히 계시더군요..
나중에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아버지가 대만/중국여자들은 기 세고 못됐다고 잘 키운 아들의 인생 망치는 것을 염려하신다고 하시네요. 아버지가 꽤나 고지식하시고 저희 집안이 고조할아버지부터 장손인지라 좋은 집안에 잘 자란 규수를 맞아야된다고… 그리고 어머니도 딸 없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그러셨습니다… 한국말 잘하는 어여쁜 처자 하나 데리고 오라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시더군요.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항상 말씀하시던 부모님이 그런 것에 화도 나고 어이도 없었지만, 부모님에게 대들기는 싫었기에 서른 전에는 결혼할 마음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나왔습니다.
저도 제 부모님이 저를 위해 그러시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참고로 저희 부모님은 제가 부모님 모시고 사는 것을 반대 하십니다. 캐나다에선 시설이나 펜션 등등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같이 사는 것도 불편하다 하시네요.
그때부터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지금 여자친구가 부모님 마음에 들까… 결론은 완벽한 NO네요.. 이것저것 따져봐도 부모님이 원하시는 처자랑은 거의 180도 틀립니다.
부모님 말씀에 따르는 것은 제가 미칠 것 같고 거스르자니 불효하는 것 같아서 혼자 고민하며 밤잠도 설쳤습니다.
한국어, 예절, 문화 등등을 시간 날 때마다 배우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 여자친구한테 이것으로 상의하기도 그렇고…아 어찌할까요..
가볍게 쓰려고 시작했으나 결국은 이렇게 끝내네요..
인생 선배님들의 지혜로운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