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전, 저희 아버지가 평소 신세진 분에게 하얀 진돗개 암컷 한 마리를 선물하셨어요.
그 집 아저씨는 굉장한 애견가시고, 집에 잘생긴 풍산개 수컷도 한 마리 키우고 있어서
외롭지 않게 짝지어 주려는 생각이셨죠.
그런데 얼마 전 진돗개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며 한 마리 데려다가 키우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어제 아끼는 화분 하나를 고이 싸가지고 선물로 드린 다음 35일 된 암컷 한 마리를 데려오셨죠.
저희 집엔 스피츠 성견인 수컷 두 마리, 암컷 한 마리를 마당에서 키우고, 80일 된 새끼강아지를 거실에서 키웁니다. 마당 앞엔 텃밭이 있고, 비닐하우스도 있어요.
그런데 이 풍산+진돗개 새끼를 데려와서 마당에 내려놨더니 스피츠 큰 것들이 짖고 으르렁거리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저희 아버지께서는 일단 새끼니까 집안에서 일주일 정도 키우고, 아버지 농장에 데려다놓자고
결론을 내리셨죠. 새끼라고 해도 스피츠 성견 애미만 하더군요. 저희 집 스피츠 새끼는 그에 비하면
콩알만 합니다.
첫날엔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정말 착했습니다. 그 전 주인이 집안에서 키웠고, 배변훈련도 다 되었다길래 별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저희 집 안에서는 아무데나 막 싸길래 치우면서 힘든 것 빼고는 무사히 잘 넘어갔어요.
그런데 둘째 날엔 본성이 나오더군요. 쉴 새 없이 낑낑거리고, 큰 소리로 짖고.
이웃집에 민폐가 될 것 같아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마침 그 전 주인이 강아지가 엄마 보고싶어 낑낑거릴 것 같아 얼굴도 볼 겸 저녁에 백숙을 만들어 온다더군요.
저는 배변훈련이랑, 식성 등 이것저것 물어볼 것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아버지께 물어봐도 자세히는 모르시는 것 같더라구요.
저녁이 되자 그 전 주인 내외가 왔습니다. 집엔 저 혼자밖에 없어서 제가 진돗개 새끼를 데리고 골목에 마중나갔는데,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치고 핥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역시 똑똑한가 보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주인분들이 저희 집 거실에 들어오고 나서는 표정이 변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않지도 않으시고..
처음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계시길래 혹시 들어오다가 어디 다치셨나 걱정되어 물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울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강아지를 강아지를 안으며 집에 가자고 하시는 겁니다.
아저씨는 강아지 간식으로 육포며, 영양제, 손수 만든 백숙 등 이것저것 꺼내놓고 계셨는데,
아주머니는 집이 너무 좁아서 강아지가 답답할 거라며 데리고 가자고 큰소리를 내셨습니다.
아저씨는 며칠 있다가 농장에 데려 갈 텐데 저희 아버지가 알아서 잘 키울 거라며 아줌마에게 말씀하셨지만, 아줌마는 "여기서는 똥오줌도 제대로 못 싼다"며 큰 소리를 내셨습니다.
제가 옆에서 어제 마당에 내놨더니 스피츠 성견들이랑 싸움이 붙어서 일단 거실에서 재웠다,
내일부터는 분리시켜서 마당에 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설득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막무가내로 강아지를 안고 나가버리셨습니다. 아저씨는 아줌마가 아기가 없어서 개를 아기처럼 키워서 그렇다며, 데려오겠다 하시면서 뒤따라 나가셨지만 결국 그냥 가셨어요.
10분 쯤 뒤 아주머니 홀로 강아지 간식이랑 백숙 등등을 챙기러 다시 오셨다가, 아버지께는 전화드리겠다며, 저희 집에서는 강아지가 답답해 할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 가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통화해서 주인 내외분이 강아지를 가져갔다고 말씀드렸더니 깜짝놀라시며 정말이냐고
재차 물으시더군요.
밤에 돌아오셨을 때 어떻게 되었냐고 여쭈어보니, 화가 많이 나셨는지 그런 강아지 다시 준대도 싫다고 했다고 하시더군요.
어제 오늘 벌어진 일입니다. 처음에 강아지를 데려갔을 땐 저와 정이 많이 들었던 터라 눈물이 많이 났어요. 낑낑거릴 때마다 제가 안아서 달래주고 밥도 주고 똥 오줌도 다 치워줬거든요. 물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지만...
지금은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그 주인 아주머니가 조금 괘씸한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강아지를 사랑해도, 우리집을 모욕한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럼 우리집에 있는 스피츠들은 그저 사육당하고 있다는 말인건지..
아무리 혈통 귀한 풍산개지만 아직은 새끼인데 거실에서 애견처럼 키우는 게 그리 잘못된 건가요??
아무리 개를 사랑하며 키웠다지만, 줬다가 다시 뺐는 경우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