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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파혼한 이유

레모나 |2012.04.17 13:49
조회 46,597 |추천 155

예식장 계약하고 웨딩촬영 다 하고 결혼식 한달 앞두고 파혼한 여자입니다.

현재 제 나이는 29살이고

27살때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준비를 했습니다.

결혼 준비 아무 탈없이 무탈하게 잘 되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결혼하기 세달전에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고

그 뒤로 일어나지 못하신체 병원 중환자실에만 누워게셨습니다.

어릴때부터 맞벌이였던 부모님 대신 저를 금이야 옥이야 키워주신 분이라

저에게 할머니는 굉장히 애틋한 분이세요.

 

퇴근하고 정말 날마다 중환자실 면회시간 그 짧은시간이라도 할머니 뵈러갔어요.

의식도 가물가물한 할머니 옆에서 눈물 안흘리려 노력하면서

할머니 손잡고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중환자실 나오면 정말 눈물콧물 쏟으며 오열했습니다.

 

어릴때부터 저 결혼하는거는 보고 가신다고 하셨던 할머니

후에 결혼이야기 오갈때는 제 욕심에 증손주도 봐야한다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 했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입원하셨을때 남자친구가 처음 말하더라구요.

 

남친- 결혼식 앞두고 다른곳도 아니고 중환자실 들락거리는거 부모님이 안좋아하셔

 

솔직히 그말에 어이가 없었어요.

제가 일도 없이 중환자실 가는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 다른사람도 아니고 할머니가 아프신데 손녀로써 당연히 가야지

 

남친- 그래도 저녁에 날마다 가는건 좀 아닌거 같아. 다른 가족들도 있고, 결혼식 앞둔 신부가 그런곳 가는 거 아니야. 요사이 결혼준비도 소흥해진거 같아

 

저- 결혼준비 거의 다 된 마당에 뭘 더 얼마나 신경써야하는지 모르겠다. 가구며 가전 이런것도 신혼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상태이고 내가 좀 소흘하면 너가 신경써서 같이 하면 되는거 아니야

 

남친- 그건 그렇다치더라도 지난번에 우리집에서 저녁먹자고 했던 날 너가 갑자기 약속깨서 우리 부모님 섭섭해하셔

 

 

그날 병원에서 급하게 위독하시다고 오늘 못넘기실것 같다고 전화가 왔던 날입니다.

돌아가실지도 모르는데 제가 그런 연락받더라도 저녁을 먹으러 가야했나요?

 

저- 그날 위독하시다 하셔서 못간거잖아

 

남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돌아가시지 않았잖아. 지금 결혼준비뿐만 아니라 너 생활 통틀어서 다 엉망인거 알아?

 

 

사실 여기서 남자친구와 더이상 이야기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남자친구가 느끼는 조부모와 제가 느끼는 조부모가 다르니 그럴수도 있겠다싶어

목소리 키우고 싶지 않았구요.

그러다 결혼식 한달 앞두고 할머니가 돌아가셨구요.

중환자실 면회를 맞치구 가족들과 돌아가는 차안에서 급작스런 병원의 연락...

그날 마지막날 온 식구와 친척들이 왠일로 모였다 싶은 날 그렇게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참 황망하기 그지없더군요.

 

아기때부터 14살때까지...그 이후 여름방학 겨울방학때는 무조건 할머니와 함께 보냈거든요.

대학가고나서는 할머니께 조금 소흘해졌던게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너무 속상해요.

그래도 할머니 연세 92세셨으니 오래사셨죠.

 

정신없이 장례식장 알아보고 상조회사에 연락하는 사이

저도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남자친구 부모님께도 연라을 드렸습니다.

대뜸 그러시더군요.

 

너도 장례식장에 있을거냐?

 

그러시기에 당연히 있을거라 하니 본인들은 싫으시답니다.

결혼앞둔 예비 며느리 상복입히기 싫으시다는군요.

남자친구는 일단 다음날 저녁에 왔습니다.

저녁에 와서 조용히 저한테 그러더군요.

 

부모님이 결혼앞두고 제가 상복입고 있는 것도 그리고 남자친구가 상가집 가는것도 싫어하셨다고요.

그러면서 결혼식이 한달도 안남았는데

상복입고 여기 있게 하는 저희 집안 어른들이 이해가 안간다네요.

예비신부는 이런거 안시키지 않냐면서요.

어른들도 말리시긴했지만 저한테는 애틋하신 분이라 제가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겁니다.

첫날은 그렇게 넘어갔고

다음날 남자친구랑 남자친구 부모님이 오셨습니다.

저희 부모님하고 네분이서 말씀 나누시는데

남자친구 아버님이 대뜸 섭섭하시답니다.

 

본인은 결혼앞뒀다고 상가집 안갔는데 사돈이 너무하시다고요.

부모들이야 그렇다쳐도 손자도 아니고 손녀고 더우기 결혼 앞둔 애를 상복 입혀야 했냐고요.

계속 그 말씀만 하시면서

술이 몇잔 들어가시더니만 가실때 저희 아빠에게

상복 벗기고 저를 데리고 가겠다하시는 겁니다.

저희 집 다른 친척들도 그리고 손님들도 다 계신 자리에서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다행이 말빨 쎈 작은고모가 나서주셔서 그 상황은 무마됐지만 남자친구가 저한테 한소리 하더군요.

 

자기 부모님 섭섭해 하시는건 안보이냐구요.

제가 손자도 아니고 손녀인데 구지 이렇게까지 할필요 있냐구요.

제가 상복입고 장례식장 지킨다는 소리에 본인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척들까지도 다들 한소리씩 했답니다.

그러면서 저희 집안이 결혼에 대해서 하찮게 생각하는것 같다고

지금 당장이라도 상복벗고 장례식장 나오라는 겁니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절 키워주신 분입니다.

어릴때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면 울면서 할머니 옆에 있어야 한다고

어린 나이때부터 병원을 지켰고

부모니이 집들이 한다고 저를 데려가셨을때

혼자 한시간 거리를 걸어 할머니에게 갔을만큼

할머니를 부모님 이상으로 생각하고 자랐어요.

 

결혼식이야 조금 손해를 볼지언정 더 미뤄서 할수도 있는거지만

돌아가신 할머니를 지키는건 그 당장이 아니면 할수 없는거고요.

 

제게 할머니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있던 남자친구가 그러니 실망스럽기도 했구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과 과연 결혼해서 잘 살수 있을지

아니 무엇보다 이 일을 제가 덮어두고 살 자신이 있을지 생각했을때

혹 지금 당장 덮더라도 결혼 후 앞으로 두고두고 그 일로 남자친구를 원망할거 같아서

결혼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7개월이 지난 현재도 계속 연락이 오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이기적이라고 저밖에 모른다고 하다가

지금은 태도가 바꼈습니다.

본인의 생각이 짧았다구요.

하지만 전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어요.

어떻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이번 일이 저라는 사람에게있어 넘어가지지 않는 일이라는걸

알았거든요.

 

예식장 계약금은 적은돈이라 그냥 손해보기로 했고

가구와 가전은 다행이 올 가을에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돼서

동생이 살게될 신혼집에 들어갈 예정이구요.

 

 

이번일로 인해 결혼이라는게 어려운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무난하게 가는가 싶었는데 이런일이 생기니

사람이 달리 보이게 되더라구요.

다른분들에게는 이런일이 생기질 않기 바랍니다.

 

 

 

추천수155
반대수7
베플짜증나|2012.04.17 14:03
원래 어른들 말에 따르면... 집안에 아프신분이 있으면 결혼을 미루는게 정상입니다... 어찌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지말라하는지.... 참.....안봐도 뻔한 집안입니다... 할머님이 글쓴님 결혼하는게 보고싶으셨지만... 아마도...그런놈한테 시집가는건 막고싶으셨나보네요... 이렇게라도 그런놈이라는거 알게 해주신거보니.... 힘내시구요~...할머니 기일에 같이 슬퍼해줄 멋진남자 꼭 만나실꺼예요~화이팅^-^ ----------------------------------------------------------------------------- 어머,,두번째 베플.............. 글쓴님....너무 속상해 하지도 마시고..속상해할만큼 아까운남자 아닙니다... 할머님 위독하신거랑 부모님과의 약속을 비교하는사람이라면... 나중에 글쓴님 부모님이 병원에 누워계신상황에서도....결과적으로 안돌아가셨잖아?.. 라고 할 그런 개념밥말아먹은 놈일 뿐이니까요..... 아주아주 속이 후련하다고 생각하시는게 맞는거같아요...^-^ 이번일을 계기로 좋은남자분 꼭!!!!만나서 행복하세요~~~~^-^
베플777|2012.04.17 13:58
정말 세상에는 내 상식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이 많다는걸 판 보면서 깨닫네요 결혼할 남자와 그집식구가 저런식으로 나왔다면 저같아도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볼 거 같네요
베플ㅡㅡ|2012.04.17 14:00
하! 진짜 그집안 구석 답안나오는 곳이네.. 사돈댁의 어른이 돌아가셨으면 위로를 해줘도 모자를 판에.. 내 며느리 상복입은 모습 보기 싫으니 벗겨서 데려가겠다? 뭐 저런 무식한 사람들이 다있대~ 그 부모에 그 자식이네.. 진짜... 잘하셨어요. 평생 한으로 가슴에 품고 결혼하느니 그냥 끝내길 잘한거 같네요. 이제와서 후회는 무슨..뭐가 잘못된지도 모르면서 괜히 입발린 소리지.. ㄸㄹㅇ 가족 같으니..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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