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입니다.
저희 언니의 일로 많이 혼란스러워 여러분께 조언을 얻고자 글을 올리게 됐네요.
쓰다보니 글이 너무 엉망이고 깁니다만, 간절한 상황이니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큰 언니는 40대 중반으로 고등학생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결혼한지는 이제 20년 남짓 되었네요.
언니는... 좋게 말하면 순둥이고 안좋게 말하면 미련곰탱이네요.
결혼 전에도 남자 손목 한 번 안 잡아보고 4년의 대학생활 중에 강의실에 남자 선배들이 뒤에 있으면 고개 한 번 돌리지 못할만큼 바보같이 살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나간 선자리에서 순한 언니를 예쁘게 보신 사돈어르신의 간택(?)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당시 뭘 몰랐던 저희 어머니는 다섯의 누나와 두 명의 여동생, 남동생이 하나 있는 것보다 형부 앞으로 된 집 한 채와 교육자 집안으로 인품이 좋으시다는 시부모님의 모습에 믿음이 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하고 학원강사였던 언니는 전업주부가 됐지요.
사돈어르신이 마련해주신 형부의 이름으로 된 작은 주택에 1층은 전세를 준 상태, 2층에서 형부와 미혼인 두 시누이와 살았구요. 생리 묻은 팬티까지 빨아줘가며 뒷바라지 해서 시집들 보냈네요.
그리고 곧 군대 제대한 시동생 역시 언니와 함께 2년 쯤 지내다 결혼했구요.
그리고 2년 쯤 지났을까, 시골에 계시던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두 분을 모시기 시작했네요.
도무지 집에서 케어가 안될 즈음에 요양병원으로 모셨고 일주일에 두 번씩 택시타고 찾아 뵈면서 근 7년이 지났고 시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여전히 시아버님은 댁에 계시구요.
그 이후로 10여년을 시아버님 모시면서 집안 일이고 아버님 일에고 손하나 까딱 안하는 형부랑 살고 있네요.
저희 형부... 라고 부르기도 싫은 그 분은 결혼한 후 1년 좀 넘었을 때 실직을 했습니다.
아니, 그냥 본인이 그만둔 거지요.
회사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그 곳까지는 못간다 하여 그만두었는데 그 뒤로 3개월 이상 회사를 다닌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되었네요.
허리 아프다 그만두고, 가슴이 답답하다 그만두고, 아이가 아프니까 그만두고, 언니가 잔소리하니 그만두고, IMF 터져 구조조정한다고 자신이 제일 먼저 손들고 그만두고...
실제로 결혼생활 20년 중 일한 기간은 5년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네요.
중간에 가게랍시고 차려서 친정이랑 시댁에서 각각 몇 천씩 돈을 가져다 쓰고는 1년만에 홀랑 말아먹고 갚지도 못했습니다.
결혼 초기, 형부가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동안 약 2년간 아버지는 생활비랍시고 50만원씩 꼬박꼬박 엄마 몰래 보내셨고 어머니도 간간히 부족하다고 할 때마다 용돈을 보내셨다네요.
언니는 공공근로에 식당일에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결혼 전 전공으로 모학교 전산실에 취업을 했고 현재까지 평생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네요.
그 이후에도 제대로 근무한 회사는 없었고 매일같이 술을 마셔대다가 알콜릭으로 센터 입원한 것만 일곱번이고 여기저기 안아픈 곳이 없다면서 입원해 재낀 것도 수십 번... 때마다 회사는 그만뒀어야 했네요.
그러다 2년 전 시동생이 지인을 통해 겨우 들어간 회사에서 최장기간 근무중입니다.
한 달 급여는 120여만원 정도. 현장직에서 일하면서 주말 이틀에, 공휴일, 월차, 년차, 꼬박꼬박 다 챙겨가며 쉬시는 지라 그나마도 못받아 오시는 적도 수두룩...
매일같이 한 병씩 마시는 소주에 쉬는 날이면 온 몸에서 술이 삐져나올만큼 마셔대서 개가 되었답니다.
그 와중에 부끄러운 건 아는지 친정에는 거의 발걸음을 하지 않았고 언니 혼자 1년에 한 두 번 왔네요.
그것도 김장이나, 아버님 생신 정도...
명절 때는 명절 뒷 날 아침에 와서 점심먹고 바로 가는.. 그것도 형부는 늘 방에 쳐박혀 자다가 갔구요.
여기까지가 제가 이제껏 알고 있던 내용입니다. 그냥... 힘들게 살고 있구나... 정도만 알고 있었지요.
너무 형부에게 나쁜 말만 했나봅니다.
이제 저희 언니의 잘못을 말씀드릴게요. 얼마 전... 언니는 본인에게 빚이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작지도 않네요. 무려 사천만원...
저희는 다 망연자실했어요.
엄마는 죽일년 살릴년으로 언니를 쥐잡듯이 잡았고 동생들인 저희도 실망을 많이했구요.
그래도 앞뒤 사정 알고 나서 얘기하자고 찾아간 언니 집에서 저희는 그냥... 눈물만 삼켰네요.
40대 후반의 언니의 옷장에는 형부의 옷만 그득하고, 언니는 아직도 고등학교 졸업식에 엄마가 사주신 옷을 입는 것에...
화장대에는 아이들 스킨, 로션 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그 와중에 형부는 또 술을 떡이되게 마시고 잠들어 있었구요.
언니는 학교에 출근했다가 술에 취해 차를 몰고 죽이겠다고 운동장을 질주하는 형부때문에 결국 조퇴하고 집에 와있었구요.
이 미련한 것아... 울면서 가슴치던 엄마 앞에서도 잘 못들으시는 시아버지 방으로 식사 챙겨다 드리고 당뇨 주사 놔드리는 언니 보면서 저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이혼하라고 했네요.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형부는 여전히 120만원 남짓되는 돈을 벌어오고 있으며 그 중 60만원을 자기 용돈으로(차량유지비) 사용하며 2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종합비타민과 간장약들을 사서 먹는답니다.
회사에 통근버스가 있음에도 뺑뺑 돌아 퇴근이 늦어져 싫다고 아침에 20분 더 못잔다고 그냥 차를 타신답니다. 120만원 중 80만원이 형부앞으로 들어간답니다.
언니는 전산보조로 130만원 남짓되는 벌이에 생활비에 고등학교 두 아이들까지 건사해야 한답니다.
빚 터졌을 때 형부가 내가 벌만큼 벌어다 줬는데 왜 빚이 생기냐고 묻더랍니다.
큰 아이는 상고를 다니니 학비도 안들고 아버님은 병원 갈 때마다 병원비 따로 빼서 주시니 돈 들어갈 데가 없는데 그 돈 어디다 다썼냐고 하더랍니다. 너같은 거랑 못산다고 나가랍니다.
돈이 없어 학원 한 번 못보냈는데, 이제와 왜 학원도 안 보내는데 돈이 어디로 다 나가냐고 묻더랍니다.
얼마 전에 치매끼가 있으신 시아버님은 언니한테 20년을 맞벌이 했는데 그 돈 다 어디가고 모아놓은 것 한 푼 없냐 소리도 들었답니다. 형부는 맞는 말이라 맞장구 치더랍니다.
맞벌이요? 맞벌이 하면 뭐합니까, 다른 집 한 명 버는 것만도 못 버는데.
형부가 120중 한 푼 안쓰고 가지고 와도 생활이 될까 말까인데...
그 와중에 지 옷하나, 지 화장품 하나 안 산 것이 더 마음이 아프네요.
팔은 안으로 굽지요. 압니다.
저희 언니가 많이 잘못한 것도 알아요.
진즉에 돈 없으면 없는대로 없다 해야 하는데 바보같이 참고 참고 혼자서만 감당하다가 이 지경을 만든 것도 잘한 짓 아니지요. 압니다. 알아요.
그래도... 형부가 저렇게 나와선 안되는 거 아닙니까.
처음에 화를 내더라도 최소한 왜 그리 됐는지 생각해보고 서로 이제 좀 노력해서 집 대출이라도 해서 일단 갚고 조금씩 저축해서 갚아내자...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구요.
20년간 별 거 아닌 직업이라도 한 번 쉰 적도 없고 명절이라고 친정에서 하루 잔 적도 없습니다.
시아버님 밥상 차려야 한다고 동생들이 밥 사준대도 단 한 번 나온 적 없구요.
고등학교 때 입던 옷을 아직도 입고 스킨푸드에서 나오는 스킨 로션 외에는 화장품 하나 없습니다.
간혹 들고다니는 가방도 오죽하면 윗 시누가 불쌍해서 하나 사다줬답니다.
근데 그 돈 어디다 썼냐고 묻는 형부가... 사람인가요?
술먹고 애를 얼마나 헤집어 놨는지 머리는 한웅큼이 빠져있고 온 몸엔 멍이 가득합니다.
도저히 안되서 어제 언니를 데리고 친정으로 왔고 방금 엄마가 병원 데리고 왔다는 전화에 지금 저는 또 악에 받쳐 이렇게 글을 쓰고 있구요.
이혼해야 합니다. 그건 확실한데 많이 부족한 동생으로써는 아는 것이 거의 없네요.
도움이 되는 조언이 필요합니다.
언니에게 귀책이 있긴 합니다만, 그동안 집안에 헌신한 것이 있는데..
이대로 이혼하면 위자료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시아버님이 아이들 학자금 명목으로 언니 이름으로 적금을 넣어둔 것이 2천만원짜리가 하나 있는데요. 그건 돌려드려야 하나요?
너무 정신없이 휘갈기다보니 글이 두서가 없습니다.
읽는데 힘드시더라도 꼭 좀 읽어보시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