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초반, 여친은 30대후반~ 누가 봐도 많이 늦은 결혼.
같은 회사지만 소개로 만나 5개월째 열애 중입니다.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대기업으로....
저는 차장, 여친은 과장입니다.
저희집은 평범...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결혼하는데 도움줄 수 있는 정도고, 결혼해서도 부모님 도와줄 걱정 할 필요는 없어요.
여친, 소개받을 때는, 아버지는 퇴직교사, 엄마는 지방에서 학원장.
여기까지 보자면 제 여친, 멀쩡하지요?
그러니까, 여친이 우리나라 대기업에 다니는 과장이고
아버지와 같이 분당 아파트에 둘이 살고 있으며
어머니는 혼자 떨어져서 전주에서 학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처음 만났을 때, 왜 어머니는 혼자 지방에 계시냐 했더니,
서울은 학원도 이미 포화상태고,
남의 건물에서 하다 보니 월세가 만만치 않아
자가 건물로 가기 위해 찾다가 대전으로 가게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인데
아버지는 전형적인 FM 교사타입, 어머니는 사업자 스타일이고 외향적인 성격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겁니다.
몇달 사귀면서 진실을 알게 됐죠.
어머니와 아버지는 여친 대학 때 이혼했으며
어머니가 자립할 수 있도록 여친이 자기가 번 돈, 다 그 건물에 쏟아 부었고
학원은 내년 정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해서 이제 이익이 나기 시작할 거라는 것.
(본인 변명으로는 어머니 자립도 도울 겸 노후를 위한 투자였다고 하죠)
아버지는 재혼할 여자가 있으며
여친과 제가 결혼하면 곧 재혼할 것 같다는 것.
그리고 여친은 어머니 건물에 자기 돈을 다 쏟아 붓다 보니
40이 가까워오지만 혼수자금도 없다는 것.
소개해 준 사람이 이런 속사정은 몰랐던 거죠.
스펙은 멀쩡해 보이니....
여친, 너무 착하죠.
기본적으로 성품이 온화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그런 복잡한 상황에 대해 너무 미안해 하고
항상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저에게 잘 해 주려고 합니다.
둘 다 음악이나 음식 등 취향도 비슷하고, 주말에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한 마디로 쿵짝이 잘 맞습니다.
그리고 소개팅에 소개팅을 거듭하다가 늦은 나이에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만나
서로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합니다.
그런데, 현실이 참... 그야말로.... 돌아버리겠네요.
제가 낸 안은, 여친이 갖고 있는 돈 몇 천만원과
어떻게든 어머니 아버지랑 상의해서 7천을 만들 수 없겠느냐.
그럼 나는 어떻게든 전세를 얻겠다.
여친, 그러겠노라고 답했죠.
근데 가만히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7천 만들기 버거워서 헥헥 거리는 겁니다.
올해 안에 결혼하자 했는데 그러려면 지금 식장이며 대강 큰 틀이 정해져야 하잖아요.
7천 만드느라 정신이 팔려서 그런 생각을 미처 못 할 뿐더러
아버지랑은 같이 살지만 사이가 안 좋아서 도와달라는 말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재혼할 사람이 있으니까 본인 살 궁리도 하시는 것 같구요.
(아버지 연금도 나옵니다.)
그리고 어머니란 분은.... 듣자하니... 둘 다 버니 둘이 어떻게 하겠지.. 하는 것 같아요.
항상 내세우는 건, 내년까지 건물 대출 다 갚고, 이익 나기 시작하면
우리한테 한 달에 몇백은 줄 수 있다, 그러면 고생 끝이다~ 라는 것.
저희 엄마는 이런 상황에 대해 한숨만 쉬죠.
나이 든 아들이 간만에 마음 맞는 사람 만났다는데 헤어지라 할 수도 없고
결혼 시키려니 집안 복잡하고, 모아 놓은 돈 없고..
아이 낳으면 퇴직할 테고...
건물이 있다고는 하지만 명의도 여친 어머니 것이고
여친 어머니가 학원을 하고 있으니 마음대로 처분도 못 하고.....
내년부터 이익이 날 거라고 하지만 그것도 가 봐야 알고....
어제도 예식장 등등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분위기가 급 다운됐습니다.
여친은 미처 7천 이외에 들어가는 돈에 대해 생각을 못 했던거죠.
예식장, 신혼여행, 시댁결혼선물 등등하면 한 2~3천은 더 있어야 할 거다... 했더니
표정이 급 어두워집니다.
저는 솔직히 그 동안 제가 저희 집에 왠만큼 할 도리도 다 했고
(부모님 환갑 선물도 번듯한 걸로 했고, 집 소파며 TV 등등도 제가 바꿔 드렸어요.
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이든 아들로서 도리 하느라구요)
저희 집은 형 결혼할 때 집을 분양받아 줄 정도는 돼서
여친이 조금 번듯만 하면 집에 여친 예물 같은 것은 잘 해 달라고 조를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도 그 정도는 해 줄 생각을 하고 계셨구요.
그런데 이건 원, 여친 속사정이 번듯하지 못하고
혼수도 제가 보태게 생겼으니 집에 뭐 해 달라 말도 못하겠습니다.
그저 아들로서 죄스러울 뿐이죠.
이 결혼 하는 게 맞을까요?
그 여친 어머니는 딸이 40 다되어 시집 가겠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모른 척 할 수 있지요? 어쩜 그렇게 하나도 준비를 안 해 놓았지요?
그것도 그 동안 자신을 위해 그렇게 희생한 딸인데....
돈 뿐 아니라 지금도 한 달에 한 두 번은 어머니한테 꼬박꼬박 가서
건물 청소며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다 일 해 주고 옵니다.
그 아버지도 생각하면 너무 섭섭합니다.
본인은 매달 연금 받고, 대출 하나 없는 31평 아파트에 살면서..
당신의 이혼으로 딸이 그렇게 마음 고생을 하고
엄마 뒷바라지 하느라 30대를 다 보냈는데
늦은 나이에 전세 자금 하나 없는 딸에게 어쩜 그리 무심할 수 있을까요?
여친은 너무 사랑하는데.... 현실은 돌아버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