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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밖.에.나.가.지.마.시.오 (59화)

레몬굿 |2012.05.28 23:33
조회 2,637 |추천 9

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글을 퍼온것입니다~

 


 

 



누군가 내 몸을 흔든다. 서서히 잠에서 깨어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동생이다.

“아침 먹으래.”

그리운 단어.. 매일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기 싫어 빵이나 시리얼로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항상 잔소리를 들어 놓았었다. 나중에 몸이 망가진다고.. 아침을 먹어야 공부가 잘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부모님에게 점점 반항기가 세져갔다. 동생에 대한 열등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부모님 말에 군소리 없이 묵묵히 따르던 녀석이 꼴보기가 싫었다. 그래.. 어쩌면 내가 동생으로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몇시야?”
“7시 조금 넘었어.”
“그래?”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모두 밖으로 나간 듯 고요하다. 목을 좌우로 돌리며 버스에서 내린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비 때문인지 온 대지가 촉촉하게 젖어있다. 어두운 어제와는 다르게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햇살이 내 눈을 따갑게 했다. 눈을 찌푸리고 두리번 거린다.

“으응?”

이 맛있는 냄새.. 익숙한 냄새다. 버스 앞 쪽에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천천히 걸어가니 저번 라면을 삶아 먹었던 냄비에 찌개가 끓고 있었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빈 참치 캔들과 포장용 김치와 식어버린 밥. 언제 챙긴거지? 꼬르르륵. 위장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준우 아저씨는 내 표정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오늘은 해인이가 만든거야.”

해인이는 발그레한 볼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모두가 희미하게 웃었다. 동생 옆에 앉으니 수저와 젓가락을 주었다. 봉수 아저씨가 은근 자랑스러워하는 어조로 말했다.

“애가 요리에 흥미가 많아서 집에서 자주 요리를 했었지요. 아마 못먹을 정도는 아닐겁니다.”
“아유. 냄새만 맡아도 숨 넘어가겠는데요.”

낯선 사람에게 말을 잘 못하는 해인이가 택한 방법은 요리였다. 해인이의 나름대로 사과의 방식일 것이다. 모두 어제의 일이 크게 번지지 않았기 때문에 해인이에게 딱히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

“근데 이 밥이며 김치는 뭐야?”
“밥은 마트에서 데운거야. 찬밥이긴 해도 먹을만 할거야. 김치도 가져온거지. 쉬었을거야 아마.”
“그래?”

그래도 상관 없었다. 아침 다운 아침을 먹는게 더 중요했으니까. 어느 정도 찌개가 끓자 불을 끈 아저씨가 수저를 들었다. 한 입 맛을 본 아저씨는 해인이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로 답했다.

“정말 잘하는걸? 잘 먹을게.”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빠르게 식사를 시작했다. 뜨거운 찌개.. 김치와 어우러진 참치를 적당히 건져 한입에 넣는다.

“후하. 후..”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연약한 혀와 입안의 살들이 덴 것 같다. 그렇지만 맛은 최고였다. 차가운 찬밥이 입안에서 녹는 것 같다. 모두 한 마디의 대화도 하지 않은채 입에 넣기 바쁘다.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해인이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천천히 드세요..”
“넌.. 이걸.. 후우. 천천히.. 후우. 먹으라는.. 거냐?”

입안 가득 음식물을 우물거리며 말하는 준우 아저씨. 동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아유 정말 거지가 따로 없네.”
“맛있는걸 먹을땐 거지가 되어야 해.”

그 말에 동생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그건 어디 논리에요?”
“몰라.”

둘의 모습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아저씨는 여전히 은혜부터 챙기고 있다. 남자는 뒤에서 묵묵히 밥을 먹을 뿐이고 봉수 아저씨와 해인이도 그제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의 저돌적인 모습에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따스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꽤 오랜만이다. 다들 집안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잘 먹었다.”
“해인이가 요리를 잘하네. 종종 맡겨야겠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준우 아저씨와 동생. 거의 밥을 비운 나도 둘을 따라나섰다. 버스 뒤편으로 느리게 걸어가는 둘. 그리고 한 곳에서 멈춰 선다. 빗물에 다 씻겨나갈 줄 알았던 피들이 바닥에 흡수가 된 듯 그대로 남아 있다. 준우 아저씨는 담배를 꺼내 나와 동생에게 나눠주었다.

치직.

불을 붙이고 서서히 타들어가는 담배를 힘껏 빨았다.

“저기로 간 것 같네.”

녀석이 사라진 경로를 가리키는 준우 아저씨.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굵은 핏자국이 주욱 이어져있다. 노란 풀들 위를 적색으로 만들어버린 많은 양의 피들. 꽤 멀리도 갔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니..

“아저씨 말대로 그 녀석이 정말 우리에게 도움을 줄까요?”
“모르지. 우리 중 하나라도 홀로 남겨진다면 저 녀석이 우리를 먹이로 인식하고 공격하겠지.. 아마?”

후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동생이 말했다.

“하긴.. 어차피 괴물 시체를 어디다 쓸 것도 아닌데..”
“하이에나라고 생각해. 어딜 가나 뒤처리 반은 꼭 있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담배를 태웠다. 곧 완전히 타버린 담배 꽁초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다시 버스 앞으로 갔다. 사람들은 거의 식사를 마쳤는지 슬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정리를 도우며 버릴 것들은 바닥에 대충 두고 남은 물건들을 버스 옆 공간에 넣었다.

10분 정도가 소요되자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 모두 버스에 탑승한 것을 확인한 아저씨는 서서히 버스를 몰았다. 서서히 속도가 올라가는 버스. 어느 정도 가니 커다란 표지판 위에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작게 안성시장이라고 써 있다. 감사는 개뿔.. 마트에서 있었던 일.. 상가로에서 있었던 일.. 밴을 버리고 온 일들.. 하나하나 머릿속에 찬찬히 그려진다.

부우우웅.

막힐 것이 없는 버스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우리들은 자리에 편하게 누워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 멀리 안성시에 있는 건물들이 보인다. 수많은 괴물들이 저곳에서 서로를 죽여가며 살아가고 있겠지.. 그리고 옆으로는 커다란 산과 평지가 전부다.

톡톡.

익숙한 소리. 마이크가 켜지는 소리다. 아저씨는 ‘아아.’ 테스트를 몇 번 하고서 말했다.

“휴게소 들릴 사람 있나?”
“관광가는 기분이네 정말..”

동생이 뒷좌석에서 그렇게 중얼거린 것 같다. 별로 내키지 않았다. 특별히 먹을 것도 부족한 것도 아닌데 괜히 들려서 시간을 뺏기는건 아닌지.. 그러나 준우 아저씨는 단박에 말했다.

“가야죠! 여행의 필수 코스 휴게소를 빼 놓으면 섭합니다.”
“5키로 정도 남았어.”

다시 꺼지는 마이크 소리. 고개를 쑥 내밀어 앞 좌석 창 밖을 보니 휴게소라고 크게 적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몸을 일으켜 준우 아저씨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준우 아저씨는 의아한 눈빛으로 날 본다.

“혹시 안에 뭐라도 있으면 어쩌죠?”
“낮이야. 그리고 휴게소는 사방이 트인 공간이야. 그늘진 곳은 없어. 괜찮아. 다들 옷 좀 보라구. 버스 칸에 여벌의 옷이 있긴 하지만 어디 그걸 입을 수나 있냐?”

그 말대로 버스 안에 있는 옷들이 전부 노인들을 위한 옷이었다. 농촌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커다란 바지나 낡아 보이는 얇은 셔츠들.. 우리들 인원이 다 입으려면 턱없이 모자르다. 게다가 실용적이지도 않다. 무조건 오래 입을 수 있고 단단한 소재의 옷을 입어야한다.

“그렇겠네요..”
“거기서 해인이 석궁 연습도 시킬겸.. 좋잖아. 겸사겸사.”

준우 아저씨는 항상 긍정적이고 밝았다. 저번 당구장에 일이 있고 난후부터 그렇게 변한 것 같다. 그 모습이 썩 보기가 좋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이런 우울한 여행 속에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되는거니까.. 물론, 준우 아저씨가 담고 있는 상처나 두려움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준우 아저씨의 모습.. 왠지 모르게 닮고 싶어진다.

부우웅.

버스가 서서히 우측으로 돌기 시작한다. 앞에 커다란 간판으로 써져있는 ‘휴게소’라는 세글자가 눈에 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채비를 한다. 각자 들고 갈 소총들과 배낭. 그리고 해인이에게 가르쳐줄 석궁을 챙긴다. 무기들이 한정적이여서 봉수 아저씨에게는 주지 못하지만 안에 쓸만한 것들이 있으면 챙겨줄 생각이다. 게다가 총알도 언제까지나 무한이 아니기 때문에 타격류의 무기가 필요했다.

커다란 휴게소 앞 공터에 서서히 멈추는 버스. 창 밖을 통해서 봤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공간이었다. 치이익. 문이 열리고 우리는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곳곳에 주차가 되어 있는 소수의 차들과 휴게소에 있는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

“가지..”

아저씨가 제일 앞에 섰다.

“....”

그리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은혜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녀석들의 위치를 알 수가 있다. 모르고 대비하는 것보다 알고 대비하는게 확실히 생존 확률이 높아서 준우 아저씨 말대로 심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화장실 좀..”

해인이의 작은 목소리. 우리는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아무래도 남자끼리의 여행이다 보니 해인이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을 잊은 것 같다. 물론 은혜가 있기야 하지만 은혜가 화장실에 가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해인이의 편의를 생각지도 않은 것 같았다.

“아, 미안하게 됐네.. 은혜랑 같이 가고..”

아저씨는 해인이에게 은혜를 붙여주며 말했다. 해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혜 손을 잡고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남자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다. 무슨 일이야 있겠어? 남은 우리들은 꽤 빠른 걸음으로 휴게소 가운데 부분에 있는 편의점 비슷한 곳에 멈춰섰다.

지이잉.

아직까지도 작동되는 자동문.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악어의 그것과 비슷해서 선뜻 걸음을 옮기기가 두려웠다. 대충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아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이지만 어제 마트의 일처럼 녀석들이 몰려올 것 같은 나쁜 예감이 자꾸만 든다.

소총을 앞으로 겨누고 좁지도 크지도 않은 편의점 안을 둘러본다. 비릿한 피 냄새를 제외하고는 특이한 점은 없다. 우리들은 가져온 배낭에 여러 가지 물건 등이나 음식류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5분 만에 끝마친 우리들은 편의점에서 나와서 바로 옆 스포츠용품 가게에 들어갔다. 일을 마치고 온 해인이도 우리의 뒤를 따랐다.

지이잉.

빠르게 열리는 자동문. 고요한 가게 안. 우리들은 각자가 입을 것들을 빠르게 챙기기 시작했다. 활동하기 편한 등산복 위주로 택했다.

“해인아, 은혜도 챙겨주고 저기 탈의실에서 갈아 입고 올래?”

준우 아저씨 말에 해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것과 은혜의 것을 챙겨 탈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가려는 남자의 어깨를 잡은 준우 아저씨가 걸려 있는 옷들을 보며 턱짓을 했다.

“너도 그 후드 벗어버려. 멀리서 보면 오인한다구.”
“....”

남자는 말없이 우리와 비슷한 옷들을 골라 그 자리에서 입기 시작했다. 앙상히 마른 흑색의 몸이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상상이상의 힘을 내는거지? 신기하네.. 탈의실로 들어간 해인이와 은혜를 확인한 후 우리들도 서둘러 옷을 갈아 입기 시작했다. 상의를 벗을때 나는 매캐한 냄새 때문에 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이런 쓰레기 같은 옷을 입고 여지껏 잘 버텨왔다니..

10분정도가 지나 말끔히 차려입은 우리들은 남은 옷가지들도 양손 가득 챙겼다. 그에 맞춰 탈의실에서 나온 해인이와 은혜도 여러 가지 옷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모두 챙긴 것들을 확인한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 버스 쪽으로 향했다. 고요한 거리에 우리들의 발소리만 가득 울린다.

“온다..”

지이잉.

은혜의 목소리. 그에 맞춰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우리들은 일제히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으.”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명백히 괴물인 한 녀석이 스포츠용품 옆 건물에서 튀어나와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잡힌다. 한 마리 정도라면 무시할 수 있다. 우리는 빠르게 버스 쪽으로 뛰다시피 했다.

지이잉.

어렴풋이 들리는 자동문소리. 슬쩍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불어난 5마리의 녀석들. 흉흉한 기세로 붉은 안광을 빛내는 녀석들의 입에서 침이 줄줄 흐르고 있다. 위험하다. 서둘러야 한다. 빠르게 버스에 오른 우리들은 대충 옷들을 아무렇게나 팽개쳐놓았다. 아저씨는 바로 버스 시동을 걸고 서서히 버스를 출발시켰다. 워낙 대형 버스라 단번에 가속도를 내기 힘든 것이다.

“크아아!”

우리들이 떠난다는 것을 눈치챈 녀석들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불어났는지 수가 8마리 이상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동료를 이용해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휴게소 출구 쪽으로 빠져나가려는 찰나에 다닥다닥 붙은 녀석들. 날카로운 손톱을 이용해 매끄러운 버스 옆면에 붙은 것 같다.

“꽉 잡아!”

서서히 올라가는 버스의 속도.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바싹바싹 마르는 입술. 소총을 다시 장전하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다. 녀석들은 분명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추천수9
반대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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