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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Selective)1~5

왕보리 |2012.05.29 15:09
조회 1,842 |추천 3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무조건해라 님 >

 

 

 

1화 - 선택 아닌 선택

 

 

 

 


내 나이 18살.


이 나이면 학교를 다녀야겠지만 난 소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죄목은 부모폭행 및 살인 미수죄.


어떻게 해서 폭행을 했는지는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평소의 나는 상위권의 평범한 학생이지만 가끔가다 이성이 마비되고 돌아버리는 수가 있다.


아버지는 그날 술주정을 하며 나를 마구 구타했는데...


어느 순간 내 이성이 끊기더니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때였던 것 같다.


내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한 것은.


어쨌든 그렇게 재수 없는 일에 꼬여 소년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곳에 들어오고 난 이후로 난 매일같이 환희와 기쁨을 느끼고 있다.


잠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가진 나.


이제껏 애써 누르며 살아왔지만 이곳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가장 질 나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내 폭력성을 누를 필요가 없었다.


날이 갈수록 나는 변하고 있었다.

 

 

“어이 기수. 잠시 나와라.”


나를 부르는 관리원.


오늘도 나는 어떤 재수 없는 놈의 코를 부러뜨려버렸다.


분명히 정당한 것이었는데.


그놈이 먼저 내 발을 밟았다.


물론 사과를 했지만 그런 일을 사과로 끝내기엔 내 폭력성이 용납하지 않았다.


“아 진짜. 귀찮게 또 불러대싸네. 귀찮지도 않습니까?”


“닥치고 따라 나와.”


한두 번도 아니고 이거 참.


이제 그 늙은이와 상담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그냥 날 감방에 처넣지 왜 이런 소년원에 계속 썩히고 있는 건지.


소년원장은 내가 착해질 수 있다고 믿는 듯 했다.


“자 다 왔다. 들어가라.”


한숨부터 나왔다.


차라리 몽둥이로 날 개 패듯이 패는 게 낫지.


원장의 설교를 2시간동안 듣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온갖 짜증의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었는데, 약간은 의외였다.


늘 원장실에서 원장과 단둘이 상담을 했었는데 오늘은 웬 검은 양복의 사내 2명이 보였다.


우락부락하게 생겼으며 몸도 좋은 게 꼭 경호원 같았다.


“기수군. 여기 앉게.”


보통 때처럼 웃으며 나를 타이르던 원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굳은 표정의 원장.


드디어 교도소로 가게 되는 건가?


왠지 흥분되기 시작했다.


“자 이쪽을 먼저 소개해주도록 하지. 여기 있는 분은 검찰청의 전나수 검사님이시고, 이쪽은 민부석 검사님이시다.”


검찰청?


교도소로 가는데 검사까지 출동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것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자네가 이기수인가?”


전나수 검사라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알면서 물어보는 게 좀 짜증났다.


“그런데요?”


그렇다해도 검사에게까지 틱틱거릴순 없었다.


약간 쫄긴 쫄았던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선택해라. 다음 중에서.”


이 거참.


난데없이 뭔 선택을 하라는 거야?


쫄은것도 잠시. 짜증이 밀려왔다.


“그게 뭔 소리...”


“아니면 여기서 죽던지.”


전나수 검사.


총을 빼들더니 내 머리에 겨누었다.


금속의 총.


굉장히 이질적이면서도 소름 돋았다.


“아니 그게 무슨...”


“자. 선택의 조건을 주겠다. 우리와 함께 갈건 지, 아니면 그냥 여기서 뒈지던지. 선택해.”


의외로 간단한 질문.


그러니까 꼬리 내리고 같이 가던지, 아니면 개죽음을 당하던지, 선택하라는 거 아냐?


이런 제길.


둘 다 개되는건 똑같네.


“이런 시발. 좋아. 따라갈게요. 거기가 어딘데요?”


대답은 민부석 검사에게서 나왔다.


“네가 좋아할만한 곳일 거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지금 당장 출발한다. 준비할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냥 따라오면 돼.”

 

정말 막무가내다.


이 새끼들 정말 검사가 맞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이기수군. 부디...몸조심하게.”


그들을 따라 나가려는 찰나 원장이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나 따위를 걱정할 시간 있으면 자기 몸이나 챙기라고.


웃기는군.

 

 

밖으로 나오자 검은색의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소년원 생활을 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는데 갑작스럽게 밖으로 나오다니.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 뒤에 타라.”


그 말을 하고는 앞좌석에 타는 검사 2명.


내가 뒤에서 무언가 꿍꿍이를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은 그런 것을 생각 못한 건지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는 건지 나를 뒷좌석에 태웠다.


도무지 의도를 알 수가 없네.


차에 올라타자마자 차는 곧바로 출발하였다.


어디론가 가는 듯 했지만 나로서는 당연히 알 턱이 없었다.


그래.


어차피 소년원도 따분할 참이었으니.


조용히 따라가자.


왠지 이들을 따라가면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한참을 달리더니 어느 빌딩에 멈춰 섰다.


대략 10층 정도의 빌딩.


주위는 굉장히 인적이 드문 숲속 같았는데 그 가운데 이런 빌딩이 있을 줄이야.


꼭 무언가를 연구하기 위해 몰래 지어놓은 건물 같았다.


“이것을 손에 차라. 그리고는 저기 보이는 정문을 통해 1층 로비로 들어가라.”


“당신들은?”


“지금은 아무것도 물을 수도 선택할 수도 없다. 아까 한 협박 한 번 더 할까?”


“젠장. 들어가면 되잖아 들어가면. 거 되게 센스 없네. 퉤.”


그가 준 것은 시계였는데 초침이 있어야 할 곳에는 초침 대신 동그란 액정화면이 있었다.


현재로는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았다.


왼손에 그것을 차고는 조심스럽게 1층 로비 쪽으로 향했다.


첫 번째 문을 지나자 또 다시 커다란 문이 하나 나왔다.


열려고 했으나 잠겨있는지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리지가 않았다.


그 순간 왼손에 차고 있던 시계가 소리를 내며 켜지더니 웬 문구가 화면에 떴다.

 

 

‘문을 열려면 A, 밖으로 나가려면 B를 선택하세요.’


문구 밑에는 A, B로 된 아이콘이 보였고, 아마도 누르면 선택되는 시스템 같았다.


문을 열려면 A고...밖으로 나오면 B라...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밖으로 나갈 리가 없잖아.


난 힘껏 A를 눌렀다.


그러자 새로운 문구가 떴다.


‘A를 선택하셨군요. 좋습니다. 문을 열려면 토끼의 피가 필요합니다. 문 오른쪽에 작은 박스가 있는데 그 안에 토끼 한
마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제한 시간은 60초. 그 시간동안 열지 못하면
이 문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겁니다.’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난데없이 60초의 제한시간이라니.


지체할 시간 따윈 없었다.


난 재빨리 상자를 찾아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조그마한 새끼 흰 토끼와 작은 나이프, 검지만한 유리병이 들어있었다.


고개를 돌려 액정화면을 보자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덧 40초.


이까짓 토끼 따위에게 동정 따윈 없지만...


왜 이렇게 꺼리침학 느낌이 드는 거냐고.


38...37...36...


아악 젠장.


안 돼. 이대로 문이 닫히게 되면 왠지 내가 위험해 질 것 같다.


난 얼른 나이프를 들어 토끼의 배를 향해 푸욱 찔렀다.


순간 피가 얼굴까지 뛰어올랐다.


마구 반항하며 몸을 흔들어대는 토끼덕분에 내 팔 쪽은 빨갛게 물들 정도였다.


이런 하찮은 토끼새끼가. 좀 가만히 있으란 말이다.


몇 번 쑤시고 나서는 토끼를 들어 병을 향해 피를 채워 넣었다.


으윽. 토쏠린다.


칼로 찌르는 것보다 들어서 피를 채우는 이 장면이 더욱 토쏠렸다.


그런 생각을 애써 지우며 시계를 보니 벌써 21초였다.


조금만 더...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됐어. 신발. 다 채웠다고!!!


17...16...15...


병을 들고 문 쪽으로가 문을 열어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런 젠장. 뭐야 이거?


왜 안 열리는 거야?


아 신발. 열리라고. 열려!!!


그 때 문 가운데에서 깔때기가 튀어나왔다.


그냥 오래된 금속의 문이 아닌 신식의 시스템 문인 듯 했다.


난 지체 없이 토끼피를 모두 쏟아 넣었다.


이젠 10초대.


깔때기는 다시 들어갔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7...6...5...


이런 이런랄.


날 갖고 논건가.


이 빌어먹을 문. 빨리 열라고!!!


화면에 3초가 뜬 그 순간.


철컥.


문에서 소리가 났다.


화면을 보니 시간은 없어지고 새로운 문구가 떠있었다.


‘문이 열렸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라...욕이 입속에서 맴돌았다.

 

 

피 묻은 손으로 문을 밀자 천천히 문이 열렸다.


갑작스런 검사의 방문.


그리고 끌려온 이곳.


수많은 의문점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선 나는 놀라고 말았다.


그곳은 넓은 강당 같은 곳이었는데 물론 넓어서 놀란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나 말고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대략 30명 정도?


그들은 모두 나처럼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수고하셨어요, 여러분.”


앞쪽 스탠드 쪽에서 들려온 소리.


그곳엔 하얀색옷의 긴 생머리를 한 여자가 있었다.


직감적으로 난 그녀가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아니 직감, 그 딴것도 필요 없었다.


굉장히 쉬운 유추였다.


그녀 혼자만이 몸에 피칠을 안하고 있었으니까.


“이곳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첫 번째 관문 통과를 축하드리며...이제 두 번째 관문으로 가도록 할게요. 호호.”


2번째 관문...


“미친. 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입에서는 욕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2화 - 팀 구성의 선택

 

 

 

 

그 어떠한 설명과 룰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2번째 관문이라는 게 시작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팀을 짜서 움직일 거예요. 여기 계신 분은 총 36명. 6명씩 6개조를 짜세요. 물론 자기 마음대로 짜시면
됩니다. 제한시간 10분. 그 안으로 조를 짜지 못하신 분은 자동 퇴출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강당 뒤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왼손을 들어 시계를 보니 10분이라는 시간이 적혀있었다.


난데없이 팀을 짜라니.


도저히 이들이 의도하는 게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은 살기 위해서라도 팀을 짜는 게 우선.

 

 

난 주위를 살펴보았다.


강당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단 요만큼도 없었다.


나이 많은 아저씨부터 어린 초등학생정도의 소녀까지.


너무나도 다양했다.


서로 눈치만 보며 5분여가 흐르자 사람들도 초조해졌는지 조금씩 서로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도 늦기 전에 얼른 팀을 짜야겠다는 생각에 물색을 하던 중 괜찮은 아이가 눈에 띄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예쁘장한 여자애였는데 일단 생긴 게 마음에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자에 환장하는 나란 놈은...도대체가...후훗.


“저기...”


“네?”


“너 나랑 같은 팀 할래?”


아직은 상황에 적응을 못했는지 놀란 눈만 멀뚱멀뚱 치켜뜨고 있었다.


약간 백치미도 있는 게 딱 내 스타일인데...


“같은 팀 하자고. 왜? 싫어?”


“에엥? 아...아뇨...”


“그럼 됐어. 나머지 4명 더 찾자. 따라와.”


그 여자애의 손목을 잡고는 사람을 물색하러 돌아다녔다.


다음으로 팀을 짜게 된 사람은 30대의 아저씨였는데 이미 20대의 여자, 초등학생정도의 여자애와 팀을 짜고 있는
상태여서 우린 총 5명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한명.


둘러보니 대부분 팀을 만든 듯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분.


한명만 더 있으면 되는데...

 

 

“이봐. 나도 좀 끼워줘.”


돌아보니 나보다 1~2살 형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서있었다.


인상이 날카롭고 사나워서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으응? 글쎄...”


“그러지 말고 그냥 껴주는 것이 어떤가? 지금 사람들도 별로 없고 말이야.”


30대 아저씨의 말에 조금 찜찜했지만 어쩔 수 없이 껴주기로 했다.


이로써 우린 6명 다 채우게 되었다.


제한 시간이 다 흐르자 흰옷의 여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모두 팀을 완벽히 짜셨군요. 축하합니다. 호호. 자 그럼 이제 지체 없이 바로 2번째 관문 가도록 할게요. 이곳에는
왼쪽과 오른쪽, 2개의 문이 있는데요, 원하시는 곳으로 가시면 되요. 그 곳에 2번째 관문이 있답니다. 물론 지금 이게 2번째
관문은 아니니까 마음 편하게 먹으세요. 단 힌트를 좀 드리자면 왼쪽은 몸, 오른쪽은 머리. 이렇게 되겠네요. 그럼 건투를 빌게요.”


몸과 머리...?


우리 팀은 어디를 가면 좋을지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났다.


모두들 머리라고 불린 오른쪽 문을 선택했다.


물론 한명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난 왼쪽이 가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거든.”


마지막으로 우리 팀에 낀 놈.


지금 이 상황을 재미있다고 표현한 게 기가 막혔다.


“다수결로 오른쪽을 선택했으니 그대로 따라. 잔말 말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반항하는 듯 한 표정으로 눈을 치켜세웠으나 같은 팀 사람들도 나에게 동조하는 분위기라 더 이상은 그도 어쩌지 못했다.


시계를 보니 3분의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아마도 문을 선택하기까지의 시간인 듯싶었다.


“어서 갑시다.”


아저씨의 말에 우린 서둘러 오른쪽 문으로 향했다.

 

 

대충 주위를 보니 우리 팀을 포함해 왼쪽으로 3개 팀 정도, 오른쪽으로 2개 팀 정도가 들어
가는 듯 했다.


우리보다 앞서 들어간 팀.


그들은 지금 어떤 상황을 겪고 있을까?


어찌 보면 늦게 들어가는 게 오히려 나은 것일지도.


아저씨가 앞장을 선 상태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우리.


안에 들어가자 새카만 어둠이 우리를 반겼다.


완전히 암흑지대는 아니었지만 꽤나 어두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내 또래 여자애는 무서웠는지 내 손을 꽉 잡았다.


아무래도 내게 의지하는 듯 했다.


점차 어둠에 익숙해지자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있었던 강당에 비교하면 굉장히 좁은 곳이었다.


대략 빌라집 정도의 넓이랄까.


조금씩 눈이 밝아지기 시작하여 천천히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악!!!”


아저씨와 함께 앞쪽에 있던 20대 여자의 목소리였다.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왜...왜 그래요?”


“바...바닥...바닥!!!”


바닥이라니.


아직 위쪽도 잘 보이지 않는 판국에 바닥이 어떻게 보이냐 말이야.


더욱 집중하여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데 뭔가 동그란 무언가가 보였다.


그 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듯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제 2번째 관문을 시작할게요. 준비 되셨나요?”


여자 목소리를 듣는 동안 내 눈은 더욱 어둠에 익숙해졌고 난 그제야 바닥에 있는 동그란
물체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사람 머리.


꽤 좋은 나의 기억력에 의하면 방금 들어간 팀 중 한명의 머리였다.


“으...으으으윽...”


순간 손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여자애가 있는 힘껏 힘을 준 것이다.


얼굴을 보니 입술을 꽉 깨물며 비명소리를 힘겹게 막고 있었다.


하아...머리...머리는 저걸 뜻한 건가...?


“그러게 내가 왼쪽으로 가자고 말하지 않았냐. 멍청한 새끼들.”


뒤에서 말하는 그놈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들려왔다.

 

 

3화 - 첫번째 선택의 결과

 

 

 

 

앞쪽에 조그마한 전구가 켜지면서 아까보단 훨씬 주위를 보기가 쉬웠다.


다시 한 번 눈에 들어온 사람의 머리.


머리와 좀 떨어진 곳에는 몸으로 추정되는 것이 보였다.


입은 옷으로 보아 방금 전에 들어간 팀의 한사람이 분명했다.


몸에서 피를 내뿜는 것으로 보아 시간도 딱 적당했다.


“까악~~~”


20대 누나는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여자.


여자를 팀에 넣은 것이 약간 후회가 되었다.

 

 

“2번째 관문은 매우 쉽습니다. 문 쪽을 보면 작은 바스켓이 보일거에요. 그곳에 3kg이상의 무게를 가진 무언가를 넣으시면 돼요. 무엇을 넣을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고요. 물론 다
가가서 손으로 바스켓을 내리는 건 불가능해요. 앞쪽에는 다가갈 수 없도록 장치가 되어있거든요. 무언가를 넣어서 바스켓이 내려간다면 장치 또한 풀리게 되니 다음 방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자 그럼 열심히 해주세요.”


안내 방송은 우리에게 2번째 과제를 주고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시계를 보니 제한시간 5분.


초조해 하는 우리를 보며 아저씨가 말했다.


“무엇을 넣어야 하는 거지? 3kg이상의 무언가라면...음...”


문 쪽의 바닥을 보니 평편한 이쪽의 바닥과는 달리 경사가 있었다.


대략 15도 정도.


그 길이는 대략 3m이었고 안내 방송에 의하면 그곳에 장치가 있는 듯 했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던져서 바스켓 안에 넣는 수밖에 없다는 뜻.


바닥에 있던 머리를 보니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대략 4kg정도의 머리.


바스켓은 머리 크기와 매우 흡사한 크기였다.


“우리 팀 중에서도 머리를 대 줄 사람이...필요할 것 같은데...?”


저 기분 나쁜 새끼.


네 머리를 자르자고 해도 저런 말이 나올까?


“어...어떡해...흐흑...”


20대 누나 뿐만 아니라 다들 눈치를 보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뭐야? 저 놈 말에 동조라도 한다는 거야?


상황이 우릴 미쳐가게 만드는 듯 했다.

 

 

“이제 5분밖에 시간이...아무래도...”


“자...잠깐만요 아저씨!!! 일단 저 바닥에 머리가 있잖아요. 방금 전 팀이 저 머리로 빠져나갔으니 저희도 저것을 이용하면 되잖아요.”


사실 나도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우리 팀의 머리가 아닌 바닥에 저 머리를 이용하면 되는 거였는데.


워낙 충격이 커서 저것을 이용할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맞아요. 저걸로 하면 될 것 같아요.”


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는 초등학생 여자애.


잘려진 머리를 앞에 두고도 별로 놀라지 않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약간 의아스러웠지만 상황이 급박했던 터라 그냥 넘겨버렸다.


“그렇군. 그럼 방법이 있었구먼. 알겠네. 그럼 내가 던져보겠네. 뒤쪽으로 물러나 있게나.”


아저씨는 머리 쪽으로 다가간 후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들어올렸다.


됐어.


아저씨의 운동신경이 안 좋아서 바스켓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쪽 바닥은 경사져있기에 머리는 다시 굴러내려 올 거야.


그렇다면 문제는 없어.


여러 번 시도하면 되니까.


“으...응? 이게 뭐야?”


잔뜩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머리를 흔들며 이상한 듯 소리쳤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이거...굉장히 가벼워. 무지무지 가볍다고!!!”


그리고는 머리를 통통 튀기듯 손에서 튀겼는데 딱 봐도 굉장히 가벼워 보였다.


말도 안 돼.


바스켓 안에서 머리의 무게를 줄였다는 건가?


다시 쓸 수 없도록?


“저 정도 조취는 당연히 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냐? 멍청한 새끼네 이거.”


“뭐? 뭐라고 이 새끼야? 다시 한 번 말해봐!!!”


아까부터 거슬렸던 상태인지라 그 말 한마디에 난 폭발해버렸다.


그놈 멱살을 잡으며 노려보았지만 그놈은 심드렁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20대 누나와 내 또래의 여자애가 말렸지만 난 쉽게 화를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이제 제한시간은 불과 2분 남짓.


그 초조함이 나를 더욱 옭아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누구 한명 머리를 자르는 수밖에.”


“네 머리를 자를래? 씨팔. 네 머리를 자를까?”


“잠깐!!! 둘 다 그만!!!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그만들 싸우게나.”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비장한 눈빛을 보였다.


“아저씨...?”

 

 

“저 바스켓까지는 3m정도니까 멀리 뛰기 하듯이 뛰면 닿을 수도 있을 거야. 바스켓만 내리면
되는 거니까 어렵지 않을 거라고. 내가 하겠네.”


경사진 바닥 바로 앞에 서는 아저씨.


그러나 누구도 그런 그를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걱정되는 눈빛으로 보고는 있었지만 막지는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젠 1분의 제한시간.


그 시간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버렸다.


“휴우...”


아저씨는 약간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뛰기 시작했다.


아씨. 무언가 방법이 있을 텐데. 무언가...


응?


바스켓을 내리기 위한 3kg의 무게?


그럼 꼭 머리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잖아?


분명히 있어...3kg의 무게가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뭐가...


아 맞다!!!


바로 우리들의 옷.


각자가 입은 옷을 벗어서 묶은 다음 뭉치면 충분히 3kg은 될 거야.


그 생각을 왜 하지 못했지?

 

 

“잠시만 아저씨!!!”


그러나 아저씨는 이미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조금만 더 일찍 생각해냈어도...


제발...제발 성공하길...


펄쩍 뛰어오른 아저씨.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외로 아저씨는 운동신경이 좋은 듯 꽤나 높이 힘 있게 날아올랐다.


그런데 반 정도 갔을까.


뭔가에 부딪힌 듯 아저씨의 몸이 힘을 잃고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떤 장치가 발동될 줄 알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가 굴러내려 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아저씨의 잘려진 머리였다.


숨 막히는 정적의 시간.


트랩은 바닥에 있는 게 아니라 위에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잘려진 아저씨의 목은 비장한 표정 그대로였다.


아니 자세히 보면 조금은 웃고 있었다.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웃은 거겠지.


울컥 분노가 느껴졌다.


“내가 말했잖아 또라이 새끼야. 어차피 우리들 중 한명은 목이 잘렸어야 했다고.”


어느 샌가 아저씨의 머리 쪽으로 다가간 놈은 머리를 집어 들고는 바스켓을 향해 던졌다.


머리는 깔끔하게 바스켓에 들어갔다.


“이런 강아지!!!”


그 놈에게 달려드는 나를 내 또래 여자애가 울먹이며 힘겹게 막았다.


“죽여 버리겠어!!!”


“제발 참아. 응? 이러면 아저씨의 죽음이 무의미하잖아. 응? 제발...일단 우리는 살았으니까...흐흑...”


하핫. 그런 건가.


일단 우리는 살았으니까. 하하하하핫.


“축하합니다. 2번째 관문도 통과하셨군요. 자 그럼 3번째 관문으로 가도록 하겠어요.”


안내 방송이 나온 후 문이 스스로 철컥하며 열렸다.


“일단은 그만 으르렁거리고 따라오는 게 어때? 한심한 새끼.”


빠득.


저 새끼.


꼭 죽이고 말테다.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4화 - 3번째, 낯선 생물체.

 

 

 


3번째 방으로 들어가자 두 갈래 길이 나왔다.


한곳은 파란색 빛이 나오는 곳이었고 한곳은 붉은색 빛이 나오는 곳이었다.


“3번째 방으로 가기 위한 선택의 시간이네요. 어느 쪽으로 가시겠어요? 왼쪽은 파란색 빛이 나오는 곳으로써 스릴 넘치는 곳이에요. 반대로 오른쪽은 붉은색 빛이 나오는 곳으로 안정된 곳이죠. 물론 팀이 같이 가야 합니다. 분리되어 가시면 자동 탈락처리 하겠어요. 자!!! 선택해주세요.”


방송이 끝나자 시계에는 파란색 길, 붉은색 길의 선택 문구가 떴다.


다수결로 인해 결정되는 듯 했다.


스릴과 안정.


난 파란색 빛의 길을 선택했다.


“선택 다 하셨나요? 좋아요. 파란색 길로 선택되셨습니다. 출발해주세요.”


의아스러워하는 내 또래의 여자애.


당연히 붉은색 길의 안정된 곳으로 선택될지 알았나 보다.


하지만 방송에서 나온 말은 분명 함정일거야.


난 그렇게 직감했다.

 

 

방송이 끝나자 붉은색 길은 어떠한 문으로 닫혀버렸고 파란색 길만 남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그놈이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질세라 안으로 들어갔다.


3번째 방은 굉장히 넓은 하나의 숲이었다.


다음방 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주위엔 나무로 우거져있었고, 바닥은 흙과 잡초로 되어있었다.


한마디로 숲이었다.


겉보기엔 이 빌딩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또 다시 방송이 들렸다.


“3번째 관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일명 사냥의 방이에요. 여러분들은 시간제한 동안 각자 작고 네모난 파란상자를 구하시면 돼요. 그 상자는 어디 있냐고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순간 우리들 앞에 홀로그램의 영상이 떴다.


사람 크기만 한 생물체였는데 자세가 꼭 개구리 비슷했다.


온몸은 파란색이었고 4개의 발이 있었는데 개구리와는 달리 물갈퀴가 없는 그냥 사람의 발 같았다.


얼굴 또한 사람이었기에, 흡사 엎드려 있는 굉장히 뚱뚱한 사람 같기도 했다.


“이 생물체 뱃속에 상자가 있습니다. 공격력은 없지만 그래도 꽤나 까다로울거에요. 이 넓은 곳에 무작위로 있으니 찾아 돌아다니시면 됩니다. 각자 차고 있는 시계에 레이더를 켜두었으니 다음 방으로 가는 문과 이 생물체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덤으로 무기도 같이 넣어드렸어요. 작살과 도끼. 이렇게 2종류가 있으니 시계를 통해 쓰시면 됩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시계를 보니 방송그대로 레이더와 무기, 그리고 제한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레이더에서 우리의 위치는 노란색이었고, 문으로 보이는 것은 초록색, 생물체는 여러 개가 있는 것으로 보아 파란색이었다.


레이더 바로 밑에는 도끼모양의 아이콘과 작살 모양의 아이콘이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쓰라는 거지?


아이콘을 누르면 시계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는 건가?


제한시간은 3시간.


이제까지와는 달리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뭐야 이게? 존내 쉽잖아? 후훗. 어이 떨거지들. 잘들 해보라고. 여기서부턴 각자 알아서 하자고. 하하.”


그놈은 그렇게 말하며 왼쪽 숲길로 뛰어가 버렸다.


어찌 보면 잘된 일이라고 느꼈다.


굉장히 신경 쓰이는 놈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있기도 싫었고 말이다.


“에엥...어...어쩔 거야...? 너도 따로...움직일 거야?”


걱정스런 말투로 말하는 내 또래의 여자애.


가만 보니 나머지 초등학생 여자애와 20대의 여자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긴. 생물체를 잡는 일이란 게 여자인 그들에겐 어려운 일이겠지.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녀야 할 듯싶다.


“일단 힘을 합쳐야지. 그 편이 더욱 쉬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여자들.


3명의 여자를 데리고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의욕보단 걱정이 앞섰다.

 

 

우선은 생물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 시간동안 서로를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 우리.


“나는 19살이고 이름은 김민경. 휴우...”


나보다 겨우 한 살 많구나.


20대인지 알았는데...


민경이 누나는 어깨까지 오는 머리에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있었으며 꽤나 섹시한 미모를 갖고 있었다.


“난 15살. 강초롱이야. 히힛.”


초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인건가.


아까나 지금이나 상황이 이런데도 굉장히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이기수. 18살이야. 민경이 누나. 이런 상황에서...존대 그런 건 좀 웃기겠지? 하핫.”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는 민경이 누나.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농담 식으로 말했지만 여전히 누나의 얼굴에선 어둠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어이. 너도 소개해야지.”


“에엥...? 나는 18살이고...음...이름은 박소영.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건지는 나도 잘...흐흐흑...”


갑자기 흐느끼는 소영이라는 아이.


굉장히 마음이 여린 게 걱정이 되었다.


“울지 마. 운다고 해결 되냐? 휴우. 그건 그렇고 레이더를 보니 이제 거의 가까워진 것 같은데. 왜 안보이지?”


내 말에도 여전히 훌쩍거리는 소영.


얼굴만 보고서 같은 팀으로 짠 내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휴우...

 

 

“어엉. 오빠. 저기!!!”


초롱이가 가리킨 곳에 아까 본 그 생물체가 있었다.


홀로그램에서 본 것과 거의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훨씬 거부감이 심했다.


정말 이제껏 본적이 없는 생물체였다.


정신 나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엎드려 가만히 꼼짝도 않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혼자서 앞으로 나아갔다.


일단은 생물체의 주위를 돌며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까들은 설명대로 공격성은 없어보였으며 그저 자신의 앞만 보며 멍하니 있는 생물체였다.


분명히 약간 까다로울 거라 했는데.


뭔가 건드려 볼만한 게 없을까...


주위를 돌며 돌멩이 비슷한 것을 찾았지만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는 없었다.


순간 떠오른 생각.


아참. 작살과 도끼가 있었지.


근데 이거 과연 사용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시계에 있는 작살 아이콘을 세게 눌렀다.


근데 그 순간 놀랍게도 아이콘을 누르자마자 내 오른손에 작살이 쥐어져 있었다.


시계에는 ‘작살 사용 중’이라는 문구가 떴고 그 밑에는 무기교체와 사용 중지의 아이콘이 보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무슨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도 잠시, 난 작살을 움켜쥐며 생물체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도 생물체는 관심이 없는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 다가간 나는 작살을 들어 살짝 건드려보였다.


근데 놀란 것은 맨들맨들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감촉은 굉장히 단단하고 두꺼웠다.


이런 작살로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실험삼아 작살을 높이 들어 생물체의 뒤쪽으로 가서 등을 향해 힘껏 내리꽂았다.


팅강!!!


내리꽂는 힘에 비례하여 작살은 튕겨져 나갔고 나는 팔이 부서지는 듯 한 고통을 느꼈다.


뭐가 이리도 단단한 거야?


이래가지고는 어떻게 박스를 꺼낼 수가 있는 거지?


“기수야. 조심해!!!!!!!!!!!!!!!”


그 때 들려온 민경이 누나의 목소리.


생물체는 조금씩 나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방향까지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우리.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흐리멍덩했던 생물체의 눈이 확 바뀌었다.


뭐...뭐야 이건?!!!


생물체는 내게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5화 - 생물체 사냥.

 

 

 

 

 

덜컥 겁이 났다.


설명으로는 분명히 공격력은 없다고 했으나 까다로울 거라 했다.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대한 두려움.


몸이 으스스 떨려왔다.


“오빠. 어서 도망쳐!!!”


초롱이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이 생물체 몸속에 있는 박스를 가져야만 다음 방으로 갈 수 있다.


피해봤자 시간제한으로 죽을 뿐이겠지.


“가까이 오지 말고 잘 봐!!!”


어느덧 내 바로 앞까지 기어온 생물체.


남녀를 알 수 없는 인간의 얼굴을 한 생물체는 나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자. 준비는 다 됐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


이 괴물 생명체야!!!


“으으엑엑엑...인간...인간...”


생물체에게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확실히 인간의 언어였다.


무슨 언어라고 말하기는 곤란했지만 확실히 내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조심해 기수야!!!꺄악!!!”


소영의 비명소리를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생명체는 몸을 더욱 웅크리더니 잠시 후 뛰어올랐다.


그 육중한 몸으로 뛰어오른 것이었다.


거의 3m에 육박하는 높이.


그러나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뛰어오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생명체의 낙하점.


그게 중요했다.


낙하점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쿵...


몸을 간신히 옆으로 굴렸고, 내가 원래 있던 자리엔 굉음을 내며 생물체가 안착했다.


고막을 자극하는 굉음.


그 상대가 땅바닥이 아닌 나였으며 어땠을까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식은땀을 닦으며 한숨을 돌리자 생물체는 다시 내 방향으로 몸을 틀기 시작했다.


근데 그 속도가 아까보다 훨씬 빨랐다.


“크으으윽으으윽윽...가...가...지마...”


이런 썩을.


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생물체는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아까보단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아까야 몰라서 당황했다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기수야? 괜찮아? 응?”


민경이 누나의 말에 정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무작정 이렇게 피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저 생물체를 죽여야 하는데...


어딘가 분명히 약점이 있을 거야.


약점이...


쿵...


이놈은 갈수록 체력이 좋아지나 보다.


점프 속도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고.


이래가지곤 승산이 없어.


난 결단을 내렸다.

 

 


생물체의 다음번 점프 후, 바로 달려들어 얼굴에다가 작살을 내리꽂았다.


팅강.


정확히 눈을 향해 찔렀는데도 예상과는 달리 작살은 튕겨져 나왔다.


등을 찔렀을 때 보다 훨씬 단단함을 느꼈다.


아씨.


이제 나도 지쳐간다고.


멀리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만 있는 여자 3명.


도움이 안 되는 그녀들이 한심스럽고 짜증났다.


진정하고...곰곰이 생각해보자.


이번 과제는 사냥.


이 생물체의 뱃속에 있는 박스를 꺼내는...


뱃속?


그래.


생물체의 배.


그것이 약점이야!!!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으나 그 이후가 좀 막막했다.


어떻게 배를 찌르지?


워낙에 이 생물체는 웅크려있기 때문에 배를 찌르기는커녕 배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점프하고 있을 때 작살을 찔러 넣는다는 것은 자살행위고.


어쩌지...? 어쩌면 좋지...?

 

 

“오빠. 그만 하고 이리와. 오빠 지금 굉장히 지쳤어!!!”


“아니야. 이제야 알았어. 이놈의 약점은 분명히 배 부분이야. 아 젠장. 배에 작살을 찔러 넣으면 되는 건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아 제기랄!!!”


쿵...쿵...쿵...


3번 연속으로 피하며 궁리를 해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저렇게 빠른 속도로 점프를 하는데 언제 그 사이에 찔러넣냐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할 때쯤 어디선가 작살이 날아왔다.


그 작살은 생물체를 맞고 튕겨져 나간 것에 그쳤지만 생물체의 관심은 끌 수 있었다.


생물체는 몸을 돌려 작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내 쪽이 더 좋지 않아? 응? 나한테로 와. 이 괴물새끼야!!!”


민경이 누나.


작살을 던진 사람은 민경이 누나였다.


“기수야. 내가 유인할게. 어떻게든 피해 볼 테니까...그때...작살을 꽂아 넣어...알았지?”


“누나? 할 수 있어? 이 괴물 지금 엄청 빨라.”


“응...할 수...있을 거야...”


이 생물체에게 깔리면 그대로 즉사다.


그 사실은 분명하다.


게다가 지금은 굉장히 빨라진 상태.


말 그대로 민경이 누나가 미끼 노릇을 한다는 건데...


그건...


생명과도 직결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


생물체는 민경이 누나의 도발에 넘어갔는지 민경이 누나 쪽으로 기어갔다.


기회는 단 한번.


누나에게서 그 이상의 요행은 바라기 어려워.


그 한 번에 모든 것이 달렸다.


난 작살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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