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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로 이어지는 꿀휴일을 만끽하고자, 한강에 자전거타고 산책을 가 봤습니다.
보호장구는 걸치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카라티+청바지+썬글라스 삼위일체로 나갔죠.
양말이나 팬티는 안입냐고 태클걸면 죽일거임 ㅋ
쨌든 불광천 밑을 쭉쭉치고나가 강에 도착하고보니...
휴일답게 사람이 오질나게 많더군요.
통근길에도 없는 도로정체를 자전거도로에서 맛보게될줄은 몰랐습니다.
도로를 덮어버린 인간들에게 짜증이 난 저는 페달은 천천히 밟으면서도,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었죠.
망할 초딩 중딩 고딩 직딩...
저만 이런생각을 갖고있었던건 아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적어도 몇몇은 저와같이 속으로 주구장창 씹어대면서 페달을 밟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요.
망할 초딩 중딩 고딩 대딩 직딩...
아 자학이 되부럿넹ㅋ
쨌든 기분이 뭣같아진 전 원래 가려했던곳보다 훨씬 가까운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벤치에 앉았습니다.
한강공원 미니스탑(편의점) 앞이었죠. 사람이 원체 많으니 도둑걱정따윈 안해도 되겠다싶어서,
자물쇠도 채우지않고 그냥 세워둔채 강가와 마주하는 벤치로 발길을 옮겼죠.
헌데 이게 저를 장애인으로 만들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앉아서 강바람도 좀 쐬고 경치구경을 할라치니,
맞은편 벤치에 앉아있는 참한 아가씨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목구비도 시원시원하고 몸매쩔고...
아힣ㅎ 럭키★
모자를 쓰고있어서 얼굴은 약간 가려졌지만,
상반신에 뭔가가 부자연스럽게 불쑥 튀어나온건 모자로 숨길수 없는 부분이었죠.
휴일에 몰려나온 사람들에게 문득 고마움이 솟아나더군요. 그분들 덕분에 여기 왔으니 말이죠.
다들 속으로 욕해서미안 헤헿
쨌든 그아가씨는 커다란 개가 묶인 목줄을 쥐고있었는데, 생긴걸 보아하니 레트리버 종인듯 했습니다.
종특덕분인지 덩치가 무지막지하게 컸어요.
눈도 또랑또랑하고 얼굴도 잘생겼고 레트리버 특유의 웃는표정까지...
개를 엄청 좋아하는 저로선 정말 새우깡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조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 귀여워해주고싶은데...
조금 쑥맥인 저인지라 모르는 아가씨한테 불쑥 다가들어서 개를 만져봐도 되냐고 묻기가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멀찌감치서 군침만 삼키고있는데, 구원의 손길이 찾아들었습니다.
그건 바로 오는길에 줄창 씹어댔던 초딩이었죠.
패기넘치는 발걸음으로 다가선 녀석은 아가씨에게
"개좀 만져봐도 되요?"
란 멘트와 함께 패기를 내뿜었고,
그것에 감탄한 아가씨는 초딩에게 개님을 만질 권리를 하사하셨습니다.
나이 한참처먹은 나보다 여자를 잘 휘어잡다니...
저도 저나이땐 저렇게 패기넘쳤을까요?
레트리버 종 자체가 본디 사람을 좋아해서인지,
낯선 초딩이 다가와서 쓰다듬고 꼬집어대는데도 그저 좋아라 날뛰더군요.
쓰다듬으려는 손이 다가오기전에 먼저 혀로 햝아버리고,
머릿가에 다가드는 손은 닿기도 전에 이마로 받아버리고...
그 패기와 귀여움이 교차하는 괴상한 풍경을 보던 전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개님 앞까지 직행했습니다.
녀석은 마냥 좋은듯, 꼬리를 풍차처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초딩의 손목은 이미 침 범벅이 되어 반짝이고 있었죠.
제가 다가서니 녀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촏잉 손모가지를 뱉어버리고,
제 손모가지를 주시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마치 후크선장 손목에 입맛들인 악어처럼 말이죠!
저는 녀석을 보며, 일단은 주인양반에게 허락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가씨한테 개좀 만져봐도 되냐고 말을 꺼내려하는데, 왠지 입이 떨어지질 않지 뭡니까.
간신히 말을 꺼내긴했는데, 제가 생각해봐도 무슨 병신이 빙의했던것 같아요.
입술은 굳고 혀는 안돌아가고...
제딴엔 평범하게 개좀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었는데, 그 아가씨 입장에선 이런 말로 들렸을겁니다.
병신 : 개... 더덟져봐도 되나요
아가씨 : 네?
병신 : 어 저기, 개좀 만져봐도...
아가씨 : 아 네네
왜 저렇게 들렸을거라고 예상하냐면,
그아가씨, 제말을 듣자마자 무슨 룬문자 주문이라도 들은듯한 표정을 지었거든요.
네? 하고...
...어쨌든 허락을 받고서 곧바로 개님의 이마빡에 손을 대보았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의 감정이 손끝에 와닿았습니다. 부벼대고 햝아대고...
왜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지, 왜 반려동물을 귀중히 생각하는 건지도 삽시간에 이해할 수 있었죠.
손끝과 손바닥 모두로 녀석을 느끼면서,
그냥 만지기만하기엔 뭣하다고 생각해서 아가씨에게 말도 몇마디 건넸습니다.
병신 : 이녀석 몇살이에요?
아가씨 : 아, 한살요 ㅎㅎ
병신 : 한살밖에 안됬는데 이렇게 크면 앞으로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ㅋㅋㅋ
아가씨 : 뭐 그냥 그렇죠뭐 ㅋㅋㅋ
썬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아가씨의 얼굴은 환한 웃음을 머금고있었고,
저는 제 뭣도없는 멘트가 의외로 통하는것에 놀랐습니다.
더 꺼낼말도 없고 해서, 녀석을 몇번 더 쓱쓱해주고 몇마디나눈뒤 돌아가려 했어요.
병신 : 레트리버인가요?
아가씨 : 네 ㅎㅎ 레트리버에요
잘 맞추시네요...
병신 : 부럽네요 ㅋㅋㅋ 이런녀석을 다 키우시고. 그럼...
멘트를 던지며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던 도중, 잘 맞춘다는 말에 의아해져서 확인한 그녀의 얼굴은...
분명 일반인과 얘기를 나눌때 보이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제 착각이 아니었다면요.
약간의 경탄과 놀라움, 알려지지 않은 신비와 마주하는 경외심이 함께 곁들여진 눈빛과 얼굴이었죠.
감히 짐작하건데...
그아가씨 눈에는 장님이 개를 슥슥 만져보곤 종이 뭔지 맞추는 신박한 풍경이 보였던 듯 합니다.
멀리 내놓은 자전거, 썬글라스, 말 더듬기...
=
한강 공원에 자전거도 없이 혼자서 걸어온, 썬글라스, 말 더듬기...
...착각...일까요?
그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