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5살 백조입니다. 인서울 4년제 졸업해서 전전긍긍하며 살다가 면접 보고 알바하고 면접보고 학원다니고 그렇게 흐지부지 졸업하고 직장생활이라는걸 갈망만 할 뿐 취업을 못하고 찌질거리는 잉여생활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취업이 될 것을 감안해서 학원을 다니더라도 오후에 다녔고, 안하무인같은 태도의 면접관을 마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벤치에 앉아서 눈물을 쏟아내고도 그날 저녁에 다시 이력서를 쓰고 현실에 안주 하지 않고 있던 저였어요.
(참 이건 제가 눈물이 헤프다고 오해하실까봐 쓰는데, 운적이 그 때와 오늘 딱 두번이었는데요. 당시에 제 혈액형이 A형인 것과 겨울이었는데 면접관 기다리면서 직원이 아무데나 앉아 기다리라길래 옆에 있는 난로에 가까운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제 모습을 보시고는 취업안되는 이유를 알겠다고 막말하던 여자 면접관을 겪고 나서 일 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저런 회사 면접 보는 과정 중에서 성희롱 발언을 포함한 그 밖에 다른 인격모독에는 기분나빴지만 안되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나오면 잊어버리곤 했는데 유독 여자들이 저렇게 나오는건 괴씸하고 서럽고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오늘 면접을 보고 왔는데, 마음이 약해질대로 약해진건 알았지만(자기 최면도 많이 걸면서 살았어요 요즘은..) 이렇게 약해져있었을 줄은..정말 몰랐네요.
사원은 사장님 포함 4명인 회사였어요. 뭐 그 업계에서는 국내3위 안에 드는 내실있는 회사라고는 하는데, 겪어보지 않았으니 회사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할 부분은 없습니다.
일단 사무실에 도착을 했습니다. 과장이라는 여자분과 실무자 면접을 잠깐 보고 사장님이 오시는 사이에 의자에 앉아있었어요.
그런데 옆에 책상에 앉아있던 30대 초중반정도 되는 여자분께서 교회는 다니느냐, 몇년생이냐, 남자친구는 있냐, 한다리 건너면 다 알고 있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무튼 저는 교회는 안다니고 남친은 있고(몇년사귀었나까지도 물어보시더라구요), 가족관계 등등 대답하고 이제 사장님이 오셨길래 면접을 보러 사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사장님과 면접을 보고나서 사장님께서 아침에 면접보러 온 사람도 괜찮았다고 하면서 엑셀 능력 좀 평가하라며 과장님을 불렀습니다. 저는 이런말 하는것도 면접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요즘은 이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계속 나이가 많다. 나이가 많다. 재수했는데 1년 쉰걸로 취급하시더라구요. 경력이 없다. 경력이 없다. 면접 내내 이말씀만 하시더라구요.
전 분명히 신입으로 검색해서 신입을 채용 했었던 회사인지 다 보고 갔는데, 과장님 호출하면서 "아~ 경력 공고 낸 것 같은데~" 라고 하고.
그래서 과장님 컴퓨터에가서 엑셀작업을 하는데, 오른쪽 하단에 주황색으로 번쩍 번쩍 하더라구요..
네이트 새 대화창이 뜬 것을 딱 알고 남의 컴에 뜬 남의 대화니까 무시하고 엑셀 작업하는데도 순간 눈에 각인되더라구요. 왜 각인되었다고 생각한 줄은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만큼 그 말이 와닿았었나 봅니다.
저쪽 책상에 앉은 위에 설명에 쓴 그 여자분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면접온 사람인줄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이름)가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요. 순간 민망한 상황이라 저는 억지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고, 옆에 과장분은 본인도 민망했던지 좀 격하게 웃으시더라구요.
계속 웃는데, 저는 작업하던 손에서 맥이 탁 풀리면서 손이 떨리고 순간 눈물이 뽝 차오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참으려고 하니까 온갖 생각 '저 사람이 내 무엇을 보고, 잠깐 대화한 것 밖에 없는데 저런식으로 나를 평가하는거지', '서럽다', '난 왜살까..' 등등 잡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덥디다.
아무리 참으려해봐도 그럴수록 눈물은 더 차오르고 옆에 과장분이 민망하니까 휴지 쥐어주고 저는 울면서 웃으면서 계속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러고, 결국 과장이라는 분이 그 대화창 여자분을 불러와서 그 여자가 서서 저를 쳐다보는데, 왜우냐는 식으로 쳐다보더라구요. 그래서 "죄송합니다. 신경쓰지마세요억억"하며 또 웃으며 울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도 불편했던지 바로 자리를 뜨고요.
황당했겠죠. 거기서 제 모든걸 들켜버린 마음이었습니다. 나약한 모습을 보였고 별거 아닌 일에도 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리점을 상대해야 하는, 싫은 소리 듣는거 참아가며 일하는게 주 업무인 사무실인데, 그것을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 순간이었습니다. 네, 백수다 뭐다 하면서 현실과 부딪혀 보려고 날뛰는 제스츄어만 취했지 실상은 아직까지도 온실 속 화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손님상대하면서, 사장님 상대하면서 느꼈던 팍팍함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하지만 그 순간은 정말로 사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더라구요
글쎄요, 오늘의 경험이 살면서 하나의 소동으로 끝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제가 하고픈말은 그거예요. 면접자가 사무실을 떠나지 않았는데도, 그 면접자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 얘기들을 한다는것이 과연 상식적인 행동일까요. 제가 그 컴퓨터에서 엑셀작업을 하지 않고 사장님과 면접을 계속 봤거나 사무실을 나왔더라면 더한 뒷담들이 난무했겠지요. 단순히 "나는 누구누구씨가 됐으면 좋겠어~"이런 자기 바람에서 끝날 일이었을까요.
제가 뒷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몇마디 나눠 보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는 사람. 서로의 눈을 깊이 쳐다보고 그 사람의 진심을 알기도 전에 선입견을 가지는 그런 사람은 뒷담, 뒷말 하고도 남을 거라고 없는 얘기도 지어내고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가끔 사람들은 보면 그사람의 처음 표정, 손짓, 말투등을 보고 그 사람에대한 파악이 끝난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것은 실무자와 임원들에게나 허용된 의례적인 대사나 직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개 사원이 그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마치 임원이 된 것인냥 면접자를 평가하고, 회사에 입사하기도 전에 그런 행동을 한다는 사실은 솔직히 그 회사에 취직이 되더라도.. 의욕있게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네, 가끔 어떤 사장님들은 직원에게 면접자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가 오늘 겪은 상황과는 그 종류가 다른 것 같네요. 어느 집단이든 뒷담, 알력다툼이라는거 있을 겁니다. 근데 그것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사람이 입사하고 나면 생기는 성격차이, 업무능력부실 등의 이유로 생겨야 하는 일이지 면접당일 날까지 허용되는 일은 아니라 생각되네요.
우울하네요. 사무실을 빠져나오는데 날씨도 우중충하고 찌는 더위에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더군요. 집에 금방 들어가지도 못하겠고, 어딘지 모르는 건물 내에서 지칠때까지 울다가 집에 도착해서 넋두리 해봅니다....
+) 글구 제가 들어가서 태도가 풀어졌다거나, 손짓이나 발짓이 무례했다거나 도에 어긋나는 발언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하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한 개인"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실수를 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입장, 제 기억으로는 그런 상황은 없었습니다. 그 분과 대화 나눈 것은 1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분, 말대로 한 동네 살아서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이고 길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데 그러는거 아닙니다. 그 회사 되더라도 어디 무서워서 다니겠나요. 취직이 된 것도 아니고 일개 면접자한테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거 보니 회사 다니면 얼마나 더 할지. 당신 입김이 얼마나 쎈줄은 내 모르겠으나, 길에서 마주치면 그냥 평범한 아줌마로 밖에 안보이니까 권력(것두 권력이라면)남용하지 마세요.
설마 제가 교회 안다녀서 그런건 아니겠죠? 제 능력 평가보다 종교 평가가 더 무서울 따름이네요. 초면에 교회다니냐고, 그것도 본인이 일하는 일터에서 그러는거 누가봐도 정상 아니예요. 교회 전도하러 회사 다니는거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