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갓 스무살이 된 아직 어린 대학 새내기입니다.
늘상 판에 문제가 되는 게시글들을 보면, 관계가 깊어지고 서로의 가족을 알아가게 되면서, 반대가 하나도 없는 분들은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제가 직접 글 드립니다.
뻔한 얘기고, 인생 살아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실 법 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판에 '가족 누가누가 반대해요' 이런 글도 꽤 올라오고, 반신반의하면서 당하시는 저같은 맘 여린 분들, 어린 분들 많을 것 같아서요...
요약하자면,
가족들이 미친X놈 되어 가면서 지지리도 반대할 땐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약... 98%의 경우엔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리고, 첫 연애였지만, 엄마 말마따나 '옴팡 뒤집어쓸' 뻔 했습니다. 그럼 경험담 갑니다.
평소 옛 남자친구 행실을 적어볼게요.
짜증나거나 기분에 거슬리면 바로바로 전화 끊거나 집에 가고, 헤어지자는 말, 욕설, 때론 입에도 담지 못할 폭언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이게 진짜 간혹이면 제가 사람 삥 돌게 만들었다 생각하고 넘어갈텐데, 원체 상습적이라... 때론 일주일에 몇번씩 그런 일 겪고...
네. 벌써 징조가 안 좋죠...
그의 사과의 말이나 다시 안 그러겠다는 약조, 눈물, 무릎 꿇기에 다 용서해주던 전 엄청난 바보였고요.
근데 더 큰 문제는 제 가족이나 지인들과 그의 문제를 그가 전부 '고자질쟁이 제 탓'으로 몰아갔기에 전 정말 심한 일들을 제 가족과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댔던 겁니다.
하지만 그걸 모르면서도 절 제외한 제 모든 가족이 그를 반대했습니다... 가족의 힘...ㅜㅜ
이 사건도 처음에는 엄마에게 차마 말 못하다가, 엄마에게 결국 너무 늦기 전에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났지, 안 그랬음 큰일날 뻔했어요.
문제의 일이 벌어진 건 벌써 세 달이 넘어가네요... 그리고 헤어진 지도 세달.
공부에 골몰하던 옛 남자친구에게 제가 따끈한 호떡을 직접 만들어 왔습니다. 목 메일까봐 시원한 아이스티도 준비했고요.
그런데 그날 그 사람은 그닥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더라고요.
그도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 같고, 저도 나름대로 공부한다 해서 맛있는 것까지 손수 만들어 왔는데, 시큰둥한 그의 반응에 기분이 상해있었습니다.
전 결국 그냥 집으로 갈 테니, 먹을 거 여기 두고간다고 하고 나왔죠.
호떡은 키친 타올에 곱게 쌓여 새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걸 청소함 위에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걸 버리고 그냥 갔어요. 거칠게 제가 가져온 아이스티를 던져 주더랍니다.
전 무척 화가 났죠. 제가 사는 곳에선 호떡이 구하기 힘들거든요.
게다가 처음 해보는 기름 요리였고, 예쁜 것만 골라 맛있게 먹을 얼굴 생각하며 바리바리 싸 왔는데...
(후에 제 엄마를 만난 그 사람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은 위생 관념이 철저한 아이라 제가 만든 게 더러워 보여서' 버린 거랍니다.
그 말 정말 있는 그대로 쓴 말이예요.
그걸 들은 엄마는 'oo이가 만든 음식이 아니라 청소함이 더러워 보였겠죠.'라고 대답했대요... 시원~)
그를 쫓아가서 제가 그랬죠. 먹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 성의를 생각하면 가져라도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속상해서 울먹거렸어요...
그 당시 저희가 방학중인 학교 도서관에 있었는데, 그가 조용히 하라고, 저 때문에 자기 창피하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울음이 터지고, 제가 만든 건 그가 버리고 가고... 그 쯤 되니까 울음과 속상함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욕 이런 거 한 거 아니구요... 저 화는 내도 욕설이나 인격 모독은 절대 안 하거든요. 근데 잘못은 좀 예리하게 꼬집긴 합니다.ㅜㅜ
그쯤 되니 욱해서 안 닥쳤습니다. 오히려 울먹이면서도 '사람 성의를 생각하면 집에는 가져가서 버리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랬죠.;;;
그러더니 그가 제 어깨를 잡더라고요. 아주 세게. 꽉. 협박이란 느낌이 딱 들 정도로요.
그리고 그 때 그 사람 표정이 또 어땠는지... 그 표정으로 계속 닥치라는 얘기만 사람들한테 안 들리게 낮게 읊조리는데...
제가 아프다고, 놓으라고, 몇번을 말했는지 모릅니다.
그가 저랑 체격이 비슷하고 (저 160이요...) 그는 저랑은 키가 1~2센치밖에 차이 안 나는데, 그런데도 남자는 다르더라고요. 아팠어요. 제 힘으로 빠져나올 수도 없었고요.
절대 안 놓고 계속 닥치라는 겁니다. 낮은 목소리로요. 저는 버둥댔고요.
그런데도 못 빠져나가다, 어느 순간 그가 제 버둥대는 거에 맞았나 봅니다. 그래서 저를 놓더라고요.
저도 당황해서 그 상황에 멍하고 있는데... (사과해야 될까 괜찮냐고 물어야 할까...)
제 머리가 길고, 그 날 머리 하나로 묶고 있었거든요? 그게 잡혀서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 쳐졌습니다.
충격에 또 한번 멍하다가, 어느 순간 울음이 큰 소리로 터져나오더라고요. 솔직히 몸보다는 맘이 더 아팠어요.
게다가 그 당시 도서관엔 사람도 거의 없고...
한명 계신 분께서 등 돌리고 이어폰 끼시고 공부하는데, 그 소리가 안 들렸는지 그냥 사랑 싸움하는 줄 아나 보더라고요.
근데 옛 남자친구가 거기서 우는 절 보고 시끄럽다고, 사람 온다고, 자기 창피하다고, 닥치래요.
안 그럼 (그 당시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도서관 카드를 제 입에 쑤셔 넣겠대요.
그래도 제가 흐느끼니까 주위를 살피고는 절 거기 버려둔 채로 엘리베이터로 나가버렸습니다.
조금 있다 경비원들이 오더라고요. 울고 있고 완전 혼이 빠진 저를 데려가더니 이것저것 질문하더라고요...
전 계속 그 사람 이름은 말할 수 없다, 없다... 말 했는데, 이건 학교 차원에서 넘어갈 수가 없대요.
그냥 학교 내에서만, 주의만, 줄 테니 말하래요.
안 그러면 저 못 갈 거고, 설령 오늘 가더라도 계속 연락해서 물어봐야 한대요.
그래서 전 경찰만은 개입 안 되게만 해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알겠대요.
그 사람들이 아직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절 차로 절 집에 바래다줬는데, 집에 간 지 조금 되니까 전화가 오더라고요. 몇번은 무시했어요. 근데 계속 와서 받았어요...
왜 그 사람들이랑 같이 갔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간 다음에 '걱정되어서' 돌아갔다 봤다나봐요.
그러면서 무슨 얘기 일렀냐고. 자기 훌륭한 학교 생활 이제 저 때문에 다 망치게 됐다고...
또 조금 있다가는 씩씩대면서, 자기 엄마한테 얘기했다고. 저 이제 죽었다고, 당장 자기 엄마한테 전화하래요.
정신이 없기는 없었는데, 그분 어머니는 그 전까지 저에게 친절하셨거든요... 아들이 이랬다고 그 분 잘못은 아니고...라고 생각했어요.
전화를 드리니, 울먹이시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냐고...
그래서 제가 그래서 큰 일은 아니고요, 작은 일이고,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얘기 드렸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그래서 둘이 끝난 줄 알았는데, 반전.
그 사람은 제가 때렸다고 신고하려고 그 날 본인 사진 찍어 놓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그 쪽 어머니도 제 엄마 만나시더니 4자대면하자, 애들 말이니 누가 사실을 말하는 지 모르잖나, 이렇게 나오시더라고요.
하지만 제 엄마는 저 안 부르셔서, 엄마 왜 그랬어! 하니까, 그런 거 필요없다고, 저를 키워온 사람으로 저를 믿지만, 이런 건 제 3자의 시선에서 봐야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내 딸 거짓말 안 하는 건 엄마가 더 잘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 얘기란게 본인에게 유리하게 하지 않았을 거냐고, 이런 건 확실해야 한다고...
그 후, 대학에서 비디오 판독을 했고, 제 진술, 그 사람의 진술, 다 들었어요.
근데 사실 비디오 보고는 바로 저한테 '진술 굳이 필요한 것 까지는 아니었는데 진술까지 와 줘서 고맙다'며,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고 경찰과 대학으로 문제를 넘기시더라고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제 엄마와 저한테 새벽에 막 100통... 이렇게 전화도 걸고요. 합의해달라고.
근데 합의는 대학 선에서 한 일이기에 저희한테 권한은 없었지만... 자기가 너무 미안한 걸 알아달라나요? 그렇게 말하더군요.
결국 그 사람은 경찰에 가서 폭력으로 가벼운(?) 벌금을 물었고, 저희는 당연히 헤어졌습니다.
엄마가 다행이래요.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넘어갔을 것 아니냐면서.
그리고 (어른이고 남자친구의 어머니시고 해서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 분 어머니, 소문같은 걸 즐겨 내신다는데, 만약에 카메라에 안 잡혔으면 그 둘한테 말려서 완전히 미친X으로 몰려갔을 거라고...
내 딸 당한 건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찍히는 데서 당해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제가 결혼같은 것도 안 하고, 하루라도 더 빨리 정신 차려서 다행이라고...
새삼 생각해보니 정말 엄마한테 죄송하네요. 저 땜에 그런 일 겪게 하고, 맘 상하게 해서...
결사 반대했다고 미워했던 남동생도 미안하구...
못난 딸 기다려주셔서 죄송해요...
앞으론 그런 대우 안 받고, 좋은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키워서 현명한 딸이 될게요.ㅜㅜㅜㅜ
진짜 세상에 가족만한 사람 없어요!
아직 상대분이 크게 아직 잘못한 게 없으시더라도, 부모형제가 반대하면 왠만하면 틀린 말 없습니다.
자세한 정황도 모르고 바로 헤어지란 말씀은 아니다만, 만약 예전에 그 사람에게 의심가는 구석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가족들이 정신병이 있지 않다면, 바로 의심해보세요.
사랑에 눈먼 본인과는 달리 가족들은 (특히 부모들은, 자식 일이니까) 촉도 좋고, 현명하시고,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여러분을 가장 생각해 주시니까요.
이 긴 판 만약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