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뱃속에 아가가 올해 말이면 세상을 보게 되는 예비 엄마입니다.
너무 귀한 첫아이인지라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너무 행복해 하시고 아이가 태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십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로 생활하고 있구요.
그럭저럭 좋을 땐 서로 재미있게 살아갔던(?) 평범한 부부였습니다.
많은 얘기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진 않겠어요..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현재 저희는 별거중이구요.
별거라 해서 정식으로 뭔가를 딱 정리하고 갈라진 건 아니고..
그냥 제가 조그맣게 짐을 싸서 나왔어요.
그럼 가출인가... 여튼 현재 집을 나와서 집이 아닌 곳에 머물고 있답니다.
누군가 절 도와주거나 보호해 주고 있는 건 아니구요,
작업실로 쓰는 곳에 쪽방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와 있습니다.
오랫 동안 그냥 창고 개념으로 두던 방이라.. 좀 퀘퀘하고 안의 물건들도 정리가 필요하고
결혼 후 몇 번 남편과 싸울 때도 매번 화가 난 남편이 너 갈 데 있잖아..하며 제게 언급했던 '작은 방'인데
당시만 해도 창고 개념으로 닫아 둔 그 방을 내가 왜 가냐며 서러워 울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 하고 그랬네요..
너무 방치해놓았던 곳이라 가기 꺼려지는 것도 있었지만 싸울 때마다 가령 가기 버릇해 버린다면, 정말 툭하면 싸우는 우리가 서로 부대끼며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보다는 적어도 이 집 아니어도 갈 데가 있다는 생각부터 하게 될 것 같아 피해 왔었습니다..
얘기가 길었네요..
암튼 지금 그 쪽방에 와 있구요, 아직 아가가 뱃속에 있지만 위생이 너무도 걸려 온 즉시 무거운 몸 낑낑 대며 '작은' 방을 '대'청소 했지요. 그리고 공기청정기까지 주문해 들였어요.. 혹시나 해서...
닦은데 또 닦고.. 새로 산 간단한 침구 놓고.. 작업실로 쓰는 곳이니 전화기, 컴퓨터, 티비, 취사, 샤워 모두 됩니다. 단지 이 방만 닫힌 채 방치되고 있었지요.. 그리고 오랫동안 작업실로만 쓰던 공간이라 휑하고 그렇게 위생적이지는 않고 그 정도에요..
여기서 왜 남편이 나가지 않고 제가 나오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 덧붙이면.. 남편은 직장이 아주 멀리 있어요. 보통 한도시 안의 결혼이 아닐 땐 여자쪽에서 일을 관두고 남자가 있는 곳으로 많이들 가지요.
그런데 우린 제가 하는 일이 자영업이다 보니, 일궈놓은 것도 좀 있고 해서 쉽게 제가 일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기에 주말 부부하기 보다 남편이 한시간 반 거리로 출퇴근하겠다고 양보 했던 거에요.
고마웠죠.. 시댁 어른들 배려에다 남편이 또한 저를 많이 아꼈었나 봐요. 그때만 해도...ㅎㅎ
그래서 결혼 후 우리가 싸울 땐 남편이 저보고 나가라고 해요.
자기는 갈 데도 없고 회사 근처로 가는게 지리적으로는 편하겠지만 실상 머무를 곳은 없다고..
이곳엘 온지도 일주일이 되어가네요.
남편은 절 찾지 않습니다. 네, 저흰 이혼하자는 말을 끝으로 이렇게 갈라섰습니다.
사실 남편이 이혼하자는 결단을 아주 강하게 내렸었구요,
전 아기 생각해서 계속 회유했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남편은 끊임 없이 우리 결혼에 대해 회의를 표했고.. 그토록 사랑하는 뱃속 아가도 이제 모르겠답니다. 사랑하고 안하고 떠나서...
전 그냥 받아들여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어느 순간.
회유와 아우성, 눈물과 한탄 끝에..어느 순간 말이죠..
여기서 읽고 계신 님들은 이유는 말안하고 주절주절댄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부부싸움이 너무 잦았구요, 싸울 때 서로 고집이 너무도 쎄서 절대 먼저 양보하거나 참아주는 쪽이 없는 싸움이 계속 되었었어요.
이유야.. 둘의 성격 트러블부터 해서 시댁 문제, 남편의 잦은 과음, 맞벌이 부부로서 집안일 배분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소재로 싸움이 일어났죠.
암튼...
결론은 서로 성격이 안맞다. 사랑해도 그러면 같이 못산다.
지금 아이가 생긴 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우리 당사자의 맘이 제일 중요하고, 아이도 태어나서 끊임 없이 싸우는 부모밑에서 자라는 것보다는 우리가 미리 헤어져 그런 것 아이가 안보게 하는 게 낫다 뭐 이런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네요...
물론 이건 저보다 남편이 밀어부친 생각들입니다.
전 이혼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이번 남편의 모진 행동, 끝없이 아이를 생각 안하고서 하는 행동, 과음.. 제 맘에 상처를 주는 말들.. 물론 저도 그런 것들을 하겠지요.
하지만 임신 중이라 뭐..까놓고 남편처럼 스트레스 쌓인다고 어디 밖엘 나가 누굴 만나서 술을 진탕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많이 스트레스가 쌓였었습니다.
결국 남편의 뜻과 맞춰진 건은 아기에게 제 스트레스가 끝없이 갈까봐 너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아가한테 몹쓸 짓을 한 거겠죠.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좀 편안하게 아빠가 부재하더라도 태교에 좀 더 전념하려구요. 혼자서라도....
오늘 생각했죠. 아빠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던데...어떡하나...
근데 지금 마당에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집에 있던 태교 자료들 몽땅 가지고 왔습니다.
막연히.. 저질렀는데.. 앞으로 시댁에다, 친정에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제부터 제 출산으로 향하는 모든 향후 일들을 어떻게 계획해 나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가 정말 무모한 짓을 한 건가요?
지금은 그저 막연하고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