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생이별을 했던 것도 벌써 638일 전.
우리가 만난 지 190일 되는 날 널 보내고
이젠 올 것 같지 않던 전역 날을 앞두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해.
입대 전 날 날 어떻게 두고 가냐며 펑펑 울던 널 달래보내고서야 울 수 있었어.
네 앞에서 울면 네 발걸음이 더 무거워질테니까.
그렇게 덤덤한 척 널 보냈어.
학교 끝나고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너와 함께 했던 하교길이
이젠 꿈같은 일이란 게 며칠 동안은 믿기지 않았어.
저 뒤에서 네가 숨어있다가 뛰어나올까 싶어 집에 가는 길에도 계속 뒤를 돌아봤었지.
너에게 문자를 보내는 대신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믿기기 시작하더라.
그때부터가 내 곰신 생활의 네 군 생활의 시작이였어.
훈련병인 너에게 편지 한 통이라도 오면 뜯어보지도 않고 방방 뛰어 다녔어.
네가 힘들게 모은 점수로 전화 한 통이라도 하면 히히히 웃다가 끊어야 하기도 했었지.
이땐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
너와 함께 했던 날들이 바로 어제 일인 것처럼 너무 생생했거든.
네가 후방기 교육 때문에 대전에 있을 때 너희 가족과 널 보러 가기로 하곤
혹시라도 눈이 많이 와서 널 못보러 가게 될까봐 눈 오지 말라고 얼마나 빌었는지 몰라.
두 달 만에 만나는 너 정말 반가웠어.
2월 14일
널 나라에 빌려주고 널 만나고 널 자대에 보내고 처음 만나는 발렌타인 데이였어.
학생인 나라서 한달 용돈 탈탈 털어야 네 선임 꺼 후임 꺼 네 꺼 살 수 있더라.
다른 곰신들 하는 거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구성이였고 그래서 미안했어.
혹시라도 내가 너무 소박한 선물을 보내서 네가 놀림 받진 않을 까 걱정되어 일일이
선후임 분들께 손 편지도 써붙이며 나름대로 내조한 거 였어.
네가 바싹 군기든 목소리로 전화를 할 때
네 속도 모르고 난 네 마음이 식었나 왜 이렇게 전활 빨리 끊고 가나 싶었어.
그러던 네가 점점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사람에 익숙해지고
전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내게 권태기가 왔었지.
시도때도 없는 네 전화에 귀찮음을 느꼈고 지루함을 느꼈어.
너와 함께 했던 날들이 점점 잊혀져가고 무뎌져갔었거든.
그렇게 우리에게 끝이 올까 싶었지.
하지만 네가 첫 휴가를 나오고 권태기란 게 왔었나 싶을 만큼
너와 나 더 알콩달콩해졌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는 일
많이 힘들었을 너 인데도 내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주었잖아.
학교로 배달된 장미꽃 내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몰라.
내가 주기만 하던 일기장 네게 받고서 매일 밤 읽다가 잠든 거 알아?
또 군인이 돈이 어디있다고 커플링까지 선물해준 너 잖아.
너 먹을 거 아껴가며 내게 보내준 PX 과자들, 편지봉투에 들어있던 앙증맞은 별사탕
하나하나가 즐거운 추억이 되었고 널 기다릴 이유가 되어주었어.
길다 길다 했었는데 일주일 남았네?
네가 다시 민간인이 되기까지 딱 일주일 남았어.
1년 9개월 떨어져있던 나이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아.
내 10대 마지막 시절을 너 하나 기다리는데 보낸 일 전혀 아깝지 않아.
네가 있어서 그 힘들다는 곰신 생활 지금껏 해낼 수 있었어.
사랑스러운 내 남자야
예쁜 꽃신들고 와 그저 날 한 번 꼭 껴안아줘.
애정 가득한 이 말과 함께.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