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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운명같은 사랑

님프이나 |2008.08.13 23:22
조회 577 |추천 0
 

“이런 걸 이렇게 내팽겨 치고 날라 가버리면 안 되잖아?”

유리가 메아리 쳤다. 하지만, 코앞이 탑승게이트다. 수십 개의 탑승게이트 중 하나를 향해 살금 거리던 용호는 코트자락에 쳐 박혀 있던 몸을 일으켰다.


유리 앞의 인천공항 게이트는 구름사이로 푸른 하늘을 보이며 게이트 옆 창문으로 비행기들과 공항건물들을 낭만적으로 보여주었다.

“용호 너에게 이야기할 것이 있단 말이야! 거짓말쟁이.”


“뭔지 알아?”

유리는 용호를 향해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랑의 동전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올렸다.

“키 크고, 예쁘고 섹시하고 화끈하기 까지 한 그녀와 함께 네가 파리에 간다는 것은 처음부터 거짓이었어. 넌 그녀와 파티에도 함께 가지 않았고 상상 속에 만들어낸 그녀를 넌 나에게 매일매일 이야기했을 뿐이야. 처음부터 너와 함께 파리에 함께 갈 그녀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거야.”


“그리고 그가 나에게 줄 프로포즈 반지도 나 몰래 넌 버려 버렸어. 나에게서 그의 마음을 가로 막았던 거야! 나쁜 자식.”


“그래서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하지만, 이유리. 나도 너만큼 그 자식이 싫었어. 나보다 엄청 크고 나보다 엄청 돈 많고 나보다 엄청 잘난 그 자식이 보란 듯이 네 앞을 알짱거릴 때 나도 모르게 눈에서 불이 나더군. 미안해. 어차피 난 너의 운명이 아니잖아.”


“운명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

유리는 진실을 말했다. 수현과 수현의 연인이 된 소장이 유리의 사무실에서 말해 준 모든 진실들이었다. 유리를 찾아 온 그들은 말했다. 용호가 말해 온 파리에 함께 갈 모델 출신인 그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제이슨이 메신저로 힌트를 준 프로포즈 반지도 그들이 말해 주었다. 겉모양만 잘 자란 용호의 동생이 빨간색 복주머니에 사랑의 동전을 담아 유리를 찾아 온 것은 없어진 반지 대신 운명 같은 사랑을 찾으라고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새대가리인 용호의 동생이 동전만 가져오고 해야 할 말을 그 새 가는 새 깜빡해버렸다.


“오, 저거 봐, 소리 좀 키워줘”

공항 게이트를 지나치던 여자애들 서넛이 전광판에서 춤추듯 스쳐가는 제이슨의 영상에 빠졌다. 누군가를 향한 핑크빛 다이몬드를 올려든 그를 보여주던 전광판은 화면의 배경으로 버뮤다 촬영 현장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여주었다. 그를 환호하는 여자애들과 유리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용호는 생각했다.

‘쟤가 뭐라고 그러는 거지? 내가 왜 제 얘기에 이렇게까지 흔들리지?’


“사랑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버리면 안 되잖아? 아무런 설레인 말도 없이 동전을 밀어 던져버리고 가면 안 되잖아. 그럼, 사랑이 안 이루어진단 말이야.”

“뭐라고! 안 들려.”

용호는 명품 전광판과 고함치는 유리를 살며시 등 돌린 채 살금살금 게이트를 향해 다시 한 번 걸어 들어갔다.


“에이 씨!”

고함을 치던 유리는 용호의 뒤통수를 향해 용호가 유리에게 내 팽개쳤던 동전을 집어던졌다. 용호는 계속 안 들린다고 했고 그 소리는 부응하는 비행장의 소음에 뭍혀 버렸다. 하아얀 구름들 사이의 소음 속에서 유리는 사랑을 번갈아 보았다. 전광판에서 빛나는 거의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기다리는 화려하고 삐까번쩍한 사랑, 또 다른 사랑은 오랜 시간 동안 그냥 친구인줄 만 알았던 남자와의 소담한 사랑.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랑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이 진짜 운명이다.’


“손용호! 가지마. 비행기 타지마. 파리에 가는 건 있다 가도 되잖아.”

비행기 소음에 묻힌 유리의 목소리에 용호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아!”

그러자 이번엔 또 다른 황금빛 사랑의 동전이 용호의 뒤통수가 쪼개지듯이 아주 세게 날렸다.


“나랑 결혼해달라는 것도 숨 막히는 키스를 하자는 것도 아니야. 그냥 잠시 나와 함께 있어 줘!”


용호는 도망가던 발걸음 멈추고 똑바로 서서 유리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키가 10센티는 커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마치 10센티가 커지면 어울릴 것 같은 포즈로 코트 안 포켓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왠지 모르지만 기분 째졌다.

“네가 한 말 모두 꿈은 아니지?”


“네가 비행기를 타버리면 꿈이 될 지도 몰라. 아주 영원히! 손용호는 아주 유치한 거짓말쟁이 비겁한 사기꾼이지만 이상하게 그런 네가 밉지가 않아. 네가 자꾸 눈에 어른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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