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6살 남자, 여차저차 하다가 누나 ID로 들어왔네요...
제가 이런곳에 글을 올리게 될 줄은 미쳐 몰랐는데 저 나름의 생각과 아픔을 공유해보고 싶단 생각에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벌써 한달쯤 지났는데도 그녀가 잊혀지질 않아서요...
그녀를 처음 만난건 4월 말쯤이였습니다.
토요일 늦은 밤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왔고
동네 술집에 있다면서, 빨리 한잔하자고 나오라고 하더군요
전날에 술을 먹었던터라 처음엔 거절을 하다가 전화가 몇번 더 오길래
투덜거리면서, 씻지도 않고 대충 겉옷만 걸쳐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술집에 들어서니 그친구를 포함해 친구 3명과 못보던 한사람이 있더군요
못보던 그사람은 저보다 한살이 많았고 제 친구와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였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고 술을 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통금시간이 있다며 가야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술잔을 채우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저보고 데려다주고 오라고 하는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어정쩡하게 둘이 술집을 나서게 되었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집앞까지 데려다 주게되었죠.
그게 그사람과 저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짧은 치마, 그리고 짙은 화장에 술까지 취해있었던 그녀의 첫인상은 솔직히 별로 좋진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 카톡을 몇번씩 주고받긴 했지만 대화는 오래 가지 못했고 저는 그냥 '밝고 유쾌한 사람이다'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죠
그렇게 2주쯤 흘렀을까, 어느날 술한잔 하자며 연락이 왔습니다.
서로 집도 멀지 않았기에 동네에서 보면 될 것 같아 알겠다고 하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둘이 보면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밝고 유쾌한 그 사람 덕분에 대화도 잘 통했고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단둘이 처음 술자리를 가졌고, 다음주엔 제가 먼저 보자고 해서 만났습니다.
두번째 만남은 어색함이 많이 사라졌고 저도 말을 많이 하게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눴죠
이때부터 조금씩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연락하는 횟수가 잦아졌고 몇번 더 그런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녀가 제게 묻더군요
친구들이 우리보고 무슨 사이인지 묻는다구요. 뭐라고 얘기해야되냐구요...
(제 얘길 친구들한테 했어나 봅니다)
그때 알았죠.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였구나...
그래서 그날 만나 제 마음도 다 얘기했습니다.
나도 너 좋다고, 너랑 같이 있으면 즐겁다고...
근데 난 아직 학생이고 남들만큼 잘 해줄 자신이 없다고 솔직히 다 얘기했습니다.
그말을 듣더니 그녀가 그러더군요
"서로 좋으면 사귀는거고 아니면 마는거지"
아무튼 그날 많은 얘기가 오고 갔고 그날부터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일!!
연애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될지 잘 몰랐지만 그녀와 같이 있으면 즐겁고, 웃게되서 그냥 좋았습니다.
그녀가 평일날 쉬었기에 쉬는날에 맞춰 데이트를 했고,
일을 하는 날에도 서로 약속이 없는 한 얼굴은 보고 집까지 데려다 주곤 했었죠.
둘이 만나서 손을 잡고 걷고, 맛있는걸 같이 먹으러 다니고,
뭘 하든지 행복했습니다. 그녀와 함께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를 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었고, 어려운 자리에서도
스스럼없이 제 친구들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습니다.
그랬기에 저 또한 그사람 친구들을 만날때면 잘 보이려고 오바도 해가면서 애를 썼구요
그렇게 일주일, 한달이 지났고 벌써 한달이냐며 서로에게 진심을 다해 쓴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그사람은 친구들과의 약속이 잦아졌고 저도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습니다.
원래 아는 사람, 아는 친구들이 많은 그녀였기에 약속이 있다고 하면 알겠다고, 놀으라고, 집 들어갈때 연
락하라고
저는 그정도만 했습니다. 믿음이 있었으니까...
근데 어느날 둘이 술을 먹는데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흔들리면 잡아줄 자신있냐고, 흔들리면 꽉 잡아달라고...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얘길 왜 하는건지, 누구한테 진짜 흔들리는건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알겠다고 대답했
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다다음날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질 않고 화만 나더라구요
그래서 연락이 와도 하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이틀이 지났습니다.
이틀째 되는 날은 아침부터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었는데 저녁때쯤 연락이 오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확인을 했는데 이별통보 였습니다.
미안한 말을 해야될것 같다고, 성격이 너무 안맞는다고, 그만 보는게 날 것 같다고...
저는 너무 황당해서 장난인 것만 같았습니다. 진심이냐고 물었더니 진심이랍니다.
그래서 일단 만나자고 하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자기는 정리했다고, 그러니까 그만 보자고...
집에 간다고 하는 그녀를 붙잡아 술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갑자기 왜 이러냐고, 왜 이런말 하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다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울음을 터뜨리면서 얘길 하더군요. 어제도 걔를 만났었다고,
걔가 너무 잘해준다고, 그래서 흔들린다고...
미치도록 화가 났는데 이렇게 끝내는건 아닌 것 같았기에, 그냥 꾹 참고 얘기했습니다.
누구나 흔들릴 수 있다고, 내가 잡아준다고, 내가 훨씬 더 잘하고 노력한다고,
그니깐 이런말 쉽게하지말라고...
2시간동안을 서로 울면서 맘에 있는 얘길 다 했습니다.
그녀도 그러더군요
오늘 니 진심을 알았다고, 앞으로 서로 잘하자고 하면서...
그렇게 다 풀고나서 다시 평소처럼 지냈습니다.
3~4일 지났을까, 약속이 있다던 그녀, 그래서 집 들어갈때 연락만 하라고 했습니다.
11시 반이 지나고도 연락이 없어 40분쯤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더군요
술을 너무 많이 먹은건 아닌지,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녀의 집근처 마지막 커브길, 거기서 발걸음이 멈춰버렸습니다.
우리가 앉아서 얘기하던 그 벤치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기에...
아닐꺼야 아닐꺼야 설마 설마 하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다 다시 돌아 그쪽을 바라봤는데
어떤 남자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녀가 보였습니다.
꿈이길 바랬습니다. 이런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니깐...
주저앉지도 못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했습니다. 지금 내 초라한 모습을 들키면 안될 것 같았기에...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났습니다.
담배를 몇개나 폈는지 모르겠네요. 전화가 오더군요.
지금 막 급하게 집에 들어왔다고, 핸드폰이 가방에 있어서 전화온 줄 몰랐다고...
너무나 태연한 척 거짓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다 말했습니다. ㅅ1발 장난하냐고 니 들어가는거 다 봤는데 뭔 개소리냐고...
그랬더니 어디있었냐고 묻네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상황에서 그게 뭐가 중요한지...
지금 나오라고, 나 미칠꺼 같으니까 나와서 얘기좀 해보라고 울먹이면서 말했습니다.
지금은 못나오고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더군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참동안 거기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카톡을 몇개 주고받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니 시간은 새벽 1시반, 잠을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날은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였기에...
2시반, 3시반까지 누워만 있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더군요.
담배를 피고, 앉아있다, 누워있다를 몇번하니깐 날이 밝네요.
그렇게 밤을 새고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는데 버스안에서도, 교육받을때도 잠이 오지가 않더군요
너무나 비참하고 화가나서...
예비군 훈련이 끝나고 몇분이라도 빨리 얘기를 하고싶어 기차를 탔습니다.
집에들려 옷만 갈아입고 만나러 갔습니다.
무슨 얘기 할꺼냐고 어디서 얘기 할꺼냐고 묻더니 카폐로 가자고 하더군요
근데 거기선 제가 제대로 얘기를 할 수 없을것 같아서 조용한 술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아무말 없이 앉아있으니까 왜 말이 없냐고 하네요
소주를 2잔 먹고 얘길 꺼냈습니다.
니 뭐냐고, 나한테 왜 거짓말 했냐고, 날 왜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냐고...
또 울면서 그러더군요 미안하다고
저도 그날 끝낼 생각으로 나간거였기에 욕이라도 한바가지 해주고 싶었습니다.
근데 또 그게 안되서, 마음이 약해져서, 또 같이 울었습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그녀가 그러더군요
자기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걔 불러주냐고, 걔랑 얘기해볼려냐고, 밑에 기다리고 있다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분동안 얘기를 하다가 걔를 다시 내려보내고 둘이 얘기를 했죠
또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다가 그녀가 그러네요
걔한테 가야될 것 같다고, 너무 많이 기다리게 했다고...
그말을 듣는순간 미친듯이 눈물이 쏟아졌고, 그리고 부탁했습니다.
오늘은 나랑 있어달라고, 지금 니가 가면 난 미쳐버릴 것 같다고,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결국 걔를 보내고 둘이 같이 택시를 타고 동네로 왔습니다.
집에 데려다 주면서 얘길 했습니다. 앞으로 걔 연락 받지말라고, 쌩까라고...
그랬더니 알았답니다. 그리고 내일 자길 데릴러 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주에 어딜 같이 가자고도 하
더군요
그래서 무조건 알았다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시간낸다고
그렇게 집앞에서 웃으면서 헤어졌고, 다음날 아침에 웃으면서 통화도 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마중을 나갔습니다. 근데 거기서 또 그러네요. 자길 그만 놓아달라고...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어제 웃으면서 집에 들어갔고, 웃으면서 통화한것도 바로 몇시간 전인데 왜 또 이상한 소리하냐고 물었습
니다.
그랬더니 하는말이 걔한테 너무 마음이 커져버린 것 같다네요
그리고 어젠 미안해서 나랑 같이 있어줘야 될 것 같았다네요...
거기선 더이상 붙잡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놔줬습니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얘길 했네요.
이땐 눈물도 안나더군요. 헛웃음만 나오고...
마지막엔 제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나중에 보게되면 둘다 웃으면서 보자고
그렇게 끝을 내고 한달정도 시간이 흘렀네요.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술도 많이 먹었습니다.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빨리 잊으라고, 못잊으면 니가 병신이라고
저도 그러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안되네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이 아픔이 언제까지 갈지...
술먹고 미치도록 연락하고도 싶어도 잘 참았었는데 얼마 전에 무너져 버렸네요 젠장
왜 그래야만 했냐고, 왜 그렇게 떠나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냐고 따졌습니다.
저한테 서운한게 있어고 걔가 너무 잘 챙겨주고, 저한테 기대기엔 너무 미안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저한테 상처 받았답니다.
자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고 연락도 자기가 먼저 안하면 안했고, 친구들 있는데서 제가 챙겨준 적
이 없다면서...
물론 저도 어느정도 이해를 하긴 합니다.
학생이라 여유가 없어 흔한 꽃 한송이, 옷 하나 선물 해준적도 없고
갖고싶다던 머리띠 하나도 못사준 저니까요...
그리고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도 앞에서 직접 해준적도 없고 친구들하고 있을땐 술먹기 바빴으니까요
이런걸 다 느끼면서도 그녀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제가 잘못된건지...
여기까지 읽어주신분들 너무 감사하고 조언이든 욕이든 뭐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아픔을 귀담아 들어준 대전사는 H군, J군, L군, P군, S군, K양, S양 모두에게 감
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버티고 덕분에 웃는다. 기쁠때, 즐꺼울때, 힘들때나 아플때 언제나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