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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기차안에서의 인연

영아 |2008.08.14 10:18
조회 682 |추천 0

 

(좀 길어요. 긴글싫어하시면 짜증날텐데~ 그냥 패스하세요 )

 

내 나이 열 여덟이었는지 열 아홉이었는지 ..

겨울 방학 때 경기 광명 시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 댁에 놀러 간적이 있다.

혼자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 보는 건 그때가 처음 인걸로 기억된다.


목적지까지 나를 안전하게 모셔다 주기도 하지만

옆에 누군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게..기차를 타는 매력 인 것 같다.

아마도 그 당시부터 나는 기차를 타면 옆에 멋진 사람이 앉아 주길 바랬 던 것 같다.


시골에서 올라간 나를 반갑게 대해주시는 작은 아버지 어머니 그때 나에게

이쁜 가죽잠바를 선물해 주셨다.

작은집에서의 2박 3일이 그다지 즐거웠던 기억은 없었고

오고 가는 차안에서의 기억이 많이 남는걸 보면 상경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스스로의 대견함이 큰 여행이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서울 가면 전철 타는 게 두렵다.

몇 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 서울 보기완 다르게 내성적이어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볼까 말까 고민과 두려움 또한 컷 는데

그런 나에게 그 나이에

버스에서기차, 기차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하는 일들을 해냈다는 게

지금생각해도 대견한 것 같다.


서울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함과 즐거움이었던 이틀을 보내고 한보따리 싸준 선물을 들고

집으로 내려오던 기차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은 좋은 만남이 있었다.


누가 타도 말도 걸지 못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겠지만 .

내심 좀 잘생긴 내 또래의 남자가 타길 기대했었던 것 같다.

기대와 어긋나지 않게 예쁘장한 남자 아이가 내 좌석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쑥스럽던 내게 말 걸어 주던 그 애는 ..

키도 작고 얼굴도 작고 손도 가늘고 여자처럼 예뻤다.


“ 어디 갔다 오는 거예요 ?”

“ 아...예..작은 아버지 댁 요 .”

“ 저 가방에 든 건 다 뭐예요..짐이 많네요?”

“ 작은 엄마가 가죽잠바를 선물로 사주신거예요.”

“ 와..작은집에서 그런 것 도 선물 해줘요? 너무 좋겠어요?”

‘ 뭐..시골서 놀러 가면 그냥 저 정도는 해 주는 거 아닌 가 .ㅋ (혼자생각)’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고...

서로 주소를 주고받았다.

그는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생이었고

기차 안에서 예쁜 시를 써서 나뭇잎과 함께 코팅한 책갈피 서너 게를 선물 해준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그 아이 에게 내가 먼저 편지를 썼던 것 같다 ..

잘 있냐 뭐 이런 내용이 아니었을까?

사실 편지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내가 그때의 일이 기억 나는 건 ..지금 말했던 그 아이 말고 ..다른 사건 때문이었으니..~


그 아이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렇게 몇 번 편지가 오가고~그에게 들은고백은 ~

역시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중요했던 내용은 ..나에게 편지를 쓴 아이는 기차 안에서 만났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인연이다 싶어~

몇 번의 편지 후에 전화 통화도 되었던 것 같고

그 남자애가 내가 사는 곳까지 내려온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소심했던 나에게 그 아이가 이런 시골에 와서

같이 있는 걸 남에게 보여 진다는 건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되었기에

몇 번 거절했지만 ...결국은 만날 약속을 했다.

내가 있던 건물 앞에서 전화를 한 그 아이~


기차 안에서의 그 아이완 전혀 다른 얼굴을 한 그 남자애가

분홍색 남방을 입고 공중전화박스에서 나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실망스러운 외모를 한 채~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맘에 든 구석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

은색 교정 틀 까지 끼운 그 남자애는 그때 소심하고 철없는 나에겐

같이 하루를 다니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고 .

못생긴 아이랑 다닌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았다.


사연은 이랬다...

영아라는 아이가 쓴 편지가 그 학교에 왔는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더라는 거..

내 이름이 자기 조카이름이랑 똑같아서 궁금해서 편지를 뜯었더니

기차 안에서 좋은 만남이 있어서 편지를 한 모양인데

아무도 가져가질 않으니 본인이 그 기차에서 본 남자아이라고 거짓말 을 시키고 계속 편지를 내게 보내 왔던 것 같다.


뭐~ 다 좋았다..

이런 인연도 저런 인연도 내게..다 재밌고 의미 있으니까~

그런데 ..정말 외모는 아니었다 ..

교정 틀만 아니면 ..좀 낫게 봤을까?

촌스러웠던 남방에 어울리지 않은 청바지..

작달막한 키에 말하는 센스하며 뭐하나 맘에 드는 게 없었다.

젠장~서울서 내려왔으면 좀 세련되야 하는거아냐 ? 그때 내 맘이 꼭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던 그 아이와 맘에 없는 하루를 이곳 여행을 시켜주며

힘들게 보냈다.


그 남자아인 서울 가서도 줄곧 편지와 전화를 했지만

난 그 후로 그 앨 만날 생각이 없었기에 .무시해버렸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도 기차여행을 하면 기차 안에서 만났던 그 아이가 가끔 생각이 난다.

무척 아파 보였는데 아마도~ 병 때문에 죽은 건 아닐까?

내게 먼저 주소를 알려줬던 아인데~ 왜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장난 친건가?

많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기차를 타면 내 옆에 멋진 사람이 타길 기대한다.

대부분은 어르신들이 내 옆 좌석에 앉을 때가 많은데 간혹 ~

젊은 사람들이 타서 대화를 하면서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낸 적도 더러 있는 것 같다.


그 후로~ 세월이 많이 흘러흘러 ~

한 2년 전인가~

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 좌석이 없던 차에

자기 부인의 표를 취소한 덕에 내가 그 자리에 타게 된 운 좋은 날도 있었는데

경북 쪽에 가던 분이었는데 그분은 혹시 30방에 계실까? 모 대학 교수님 이었던 것 같은데..


작년엔 별3개인가 ..그런 대단한 분도 옆 좌석에 앉았었는데

그분은 내 뒷모습이 너무 이쁘다고~ 칭찬까지 해주셨는데..그분은 50방이 있었으면

들어오실 법도 한데 .ㅎㅎ~

왜 ..기차 안에서 기대하는 인연은~ 남자이길 바랄까? 나만 이상한 아이인건지..


아랫 분의 기차 안에서의~ 이런 제목을 접하고 문득 떠오른 20년 전의 이야기~

꼭꼭 숨겨둘 이야기도 아닌데 어디 가서 한번도 얘기 한 적이 없었네요

그 닥 특별한 일이 아니긴 하지만요.

여기 와서 나에 대한 얘기는 많이 해서 더 이상 사건 사고는 쓸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기억 나길래 끄적여 봤어요.


혹시 이글을 읽고 ...

그때 기차 안에서 만났던 남자아이랑 ..분홍색 남방을 입었던 아이가 ..

나설지 새삼 기대하며 호호호~

40공방에 오실지도 모르는 교수님도 .50방에 오실지도 모르는 별 아저씨도~


지루하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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