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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교육 영재? 두뇌 발달에 따른 적기 교육이 관건

재능교육 |2012.08.29 11:35
조회 28 |추천 0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영재? 두뇌 발달에 따른 적기 교육이 관건

자신의 아이가 영재가 되길 원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여기 "모든 아이가 영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 아이가 영재라고 믿었다가 좌절한 경험을 가진 세상 모든 부모의 귀가 솔깃해질 터이다. 두뇌 계발 권위자인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은 영재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에 주목하라
"전에는 지능 지수(IQ)가 3~5% 내에 들어야 영재라고 했지만, 지금은 지능 위주의 판단에서 진보해 어느 한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아이를 영재라고 부릅니다. 음악 영재니 언어 영재니 하는 식으로요. 따라서 잠재된 재능을 발굴할 수 있다면 모든 아이가 누구나 영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김영훈 원장이 규정하는 영재는 '잠재된 능력'을 바탕으로 '과제 집착력'이 강하고 '창의력'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이 대목에서 그가 다시 요즘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창의력'에 대해 설명을 덧붙인다.
"창의력은 갑자기 뚝딱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분야에 숙련이 돼서 다른 분야와 연결된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걸 말합니다."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이제 우리 아이들의 잠재된 능력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란 과제가 부모에게 남는다. 그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주목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느긋하게 아이들의 재능이 발휘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경험하듯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모든 아이를 영재로 만들 수 있다고 ‘전도’하는 그는 정작 어떤 아빠일까?
"일에 치이다 보니 이미 다 커 버린 아이들에게 어릴 적에 책을 많이 못 읽어 준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대신 '손 놀이'는 함께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블록이나 레고 같은 거 말이죠.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워낙 건축물 맞추기 이런 걸 좋아해서 놀아 준 게 아니고 같이 놀았던 셈이죠."(웃음)

 

1만 시간이 필요한 영재의 탄생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부모의 역할은 그렇다손 치고, 언제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 질문을 던지자 그는 먼저 우리의 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영훈 원장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시기별로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에 지배받는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이를테면 초등학생은 유전적 요인이 40%, 환경적 요인이 60%를 좌우한다. 그러다가 점차 나이가 들수록 환경적 요인보다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따라서 환경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영유아 시기부터 초등학생 때까지 영재 교육이 이뤄져야 효율적이라고 한다.
"좋은 뇌는 시냅스(Synapse, 흥분이 전달되는 신경 회로)의 발달 정도가 좌우합니다. 그런데 시냅스의 숫자가 최고치에 이르는 시기는 24개월에서 36개월 사이입니다. 쉽게 말해 환경적 요인과 무관하게 조물주가 일단 최고치의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죠. 하지만 개발하지 않는 시냅스는 자연 도태되기 때문에 이후부터가 관건이에요. 예컨대 선천성 백내장을 앓고 있는 아이를 생후 12개월 이전에 수술하면 완치가 되지만, 24개월 이후에 수술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없어요. 이미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 시력이 도태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조물주는 차고 넘칠 만큼의 능력을 우리에게 주었지만 제때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가운데 일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는 우리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이 부여한 능력이란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경험 의존적 발달, 즉 그림을 잘 그리거나 피겨스케이팅을 잘 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험 의존적 발달은 교육이라는 자극을 통해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인간의 영역'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경험 의존적 발달을 통해 영재를 만들 수 있을까. 그의 설명을 들어 보자.
"영재의 퍼텐셜(Potential, 잠재력)이 있든 없든 영재 피아니스트는 최소 5천 시간 동안 연습에 노출되어야 하고,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피아니스트에 대한 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영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머리가 좋다는 건 효율성이 높아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익숙해진다는 것이지, 아무리 영재로서 잠재력이 뛰어나도 1만 시간의 노력 없이는 결코 영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1만 시간은 하루에 최소한 3시간씩 10년의 세월을 견뎌야 도달 가능한 고지다. 결국 노력 없는 영재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의 재확인인가?
"그래요. 우리가 기대하는 영재의 탄생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뇌를 알면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말이 나온 김에 이 얘기를 조금만 더 해 보자. 어떤 아이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야 한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3개월은 피아노 앞에 앉혀 놓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스스로 즐겨야만 나머지 시간을 채울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즐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성취욕을 느낄 수 있도록 단계가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부모의 역할이 개입된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는 트레이너 역할이 부모의 몫이다. 그렇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재능교육이 말하는 '스스로 학습'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는 요즘 부모들이 조기 교육에 열을 올리며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재능을 요구하는 세태에 대해 우려한다.  
"한 사람이 두세 가지 재능을 발휘해 각 분야의 영재가 될 수는 없습니다. 1만 시간을 채우는 것이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부모는 하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의할 것이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사람의 재능은 조물주에 의해 이미 완성된 깜냥을 활용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데 사람들은 뇌 발달이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착각한다.  
"자연색을 완벽하게 볼 수 없는 신생아에게 세상의 모든 색을 보고 반응하라고 할 수 없듯이, 뇌 발달 단계에 맞춘 교육이 필요합니다. 문법적 재능이 뛰어난 시기인 4~6세에 문법을 가르치는 것과 그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3~4세에 가르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일까요? 조기 교육이란 미명 아래, 시기에 맞지 않는 교육을 강요하게 되면 큰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그는 "적절한 시기를 분간하지 못하면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에게 '좌절감'만 심어 줘 도리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며 걱정한다. 또한 내 아이를 영재로 키우겠다는 과도한 욕심을 부려서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타계하신 소설가 박완서 씨는 전업주부로 살다 40대 늦은 나이에 등단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역시 등단하기 전에 1만 시간 이상의 노력을 했을 겁니다. 이렇듯 재능은 조금 일찍 드러나기도 하고 또한 늦게 발현되기도 합니다. 조급증으로 아이들의 잠재된 능력을 사장시켜서는 안 됩니다."
인터뷰 도중 불현듯 집단 따돌림과 청소년 자살이 떠올라 물었다.
"요즘 아이들을 1024 사춘기 세대라고 해요. 미디어와 비만 등으로 성조숙증이 생긴 아이들은 10살이면 벌써 사춘기가 옵니다. 그리고 입시 압박 등으로 제때 사춘기를 겪지 못해 대학 입학 이후에도 사춘기를 겪게 되죠. 정체성이 혼란을 겪는 시기에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병실을 찾았더니, 소아 병동의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밝은 얼굴로 몰려든다. 그가 어떤 일상을 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짧은 인터뷰로 다 듣지 못한 그의 얘기를 더 듣고 싶다면, 그가 새로 펴낸 책 「아이의 공부 두뇌」를 참고(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하거나, 이곳(babytree.hani.co.kr)에서 그의 다양한 칼럼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글 최태원(인터뷰전문기자) | 사진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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