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된 얘기인데요...
제가 대학교 갓 입학하고 나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 과외를 한 일이 있습니다.
월, 수, 금 주3회로 한 달 정도 했는데,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듣는 겁니다.
어린 아이여서 집중력이 좀 부족한것은 이해하겠는데,
맞벌이 부모 아래서 오냐오냐 자라서 그런지.. 조금 가르치기 힘든 아이였어요.
사례로 몇가지 들자면
우선 과외 둘째날부터.. 집에는 애 혼자 있고, 선생님이(그러니까 내가) 왔는데도 아이는 TV 앞에서 일어나지 않고 '이것만 보고 갈게요' 이러기에 저는 과외 경험도 없고 경황이 없어 너그러운 마음으로
'끝나려면 얼마나 남았니?' 하고 물었더니 아이가 '5분요'이라고 하기에
그정도는 기다려 주자 싶어서 '그럼 다 보고 방으로 오렴', 이라고 하고 기다린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5분, 1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아서 나가보니 방금 보던 프로는 끝났는데 채널 돌려 다른 것을 계속 보면서 '아직 안 끝났어요! 조금만 더 볼게요' 하면서 이게 아까 보던거라고 거짓말을 하더라구요
제가 그때는 거짓말 하지 말고 수업 하자고 데리고 들어갔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수업 진도 나가는 것도 아이가 자꾸 테이프 한 번 듣고 나면
쉬었다 하면 안돼요?
이러면서 몸을 배배 꼬아서 10분 하고 5분 쉬고 10분 하고 5분 쉬고..
처음에는 그래도 좀 버티더니 나중에는
'아직 5분밖에 안 앉아 있었잖아 ^^ 조금만 더 참자' 이래도
'싫어요!' 이러고 침대에 벌렁 드러눕고..
또 아이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데 ..
아이 어머니께서 혹시 괜찮다면 학교 숙제 다 했는지 확인좀 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학교 숙제는 다 했냐고 물어보면 '네 다 했어요' 라고 하는데, 보여달라고 하면 그제야 '사실 안했어요' 이러면서 웃고..
처음에는 '선생님 가고 나면 꼭 해야돼?' 이러고 약속받고 갔는데,
며칠 뒤 아이 어머님께서 아이가 학교 숙제를 자꾸 안해놔서 퇴근 후 본인이 봐 주고 있다고, 미리 해 놓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시더라구요. 솔직히 이건 무리한 요구라서 제가 '네 그럴게요'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거절 못하는 저는 또 '네 알겠습니다' 해 버리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는 졸지에 수업 하고 숙제 점검이 아니라 아예 숙제까지 같이 해 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그걸 달가워 하지 않았다는 거죠.
학교 숙제 있니? 하면 거짓말로 없어요 라고 주장하는데 알림장 보면 숙제가 있던 적도 있고
게다가 제가 그걸 지적하면서 '이건 숙제 아니니?' 이러면 '그거 안해도 되는거에요!' 라고 하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또 어떨땐 수업 끝나고 '이제 학교 숙제하자 ^^' 이러니까 안그래도 수업 내내 온몸을 배배 꼬던 아이가
'선생님 가고 나서 알아서 할게요' 이러는데.. 믿고 맡길수도 없는 노릇이고..
심지어는 집에 종종 아이 할머니가 계셨는데, 어떨때는 제가
'학교 숙제 하자'고 하니까 '싫어요!' 이러고 문 벌컥 열고 할머님께
'수업 끝났어 밥줘!!' 이러고 나가버려서.. 밥먹는데 다시 불러올 수도 없고..
아, 이런 일도 있었네요.
뭔가 컴퓨터로 해야 하는 내용이 있어서 제가 컴퓨터를 켜서 아이한테 하라고 줬는데,
얘가 하다 말고 갑자기 '선생님 제가 재밌는거 보여줄게요'
이러더니
인터넷을 켜고 주니어네이버? 뭐 그런데서 게임을 하나 켜서 막 하는거에요..
'하나도 재미 없어, 그만하고 숙제 하자' 이러고 못하게 하려니까 제 손을 팍 치고....
이런저런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버텨 보자, 했는데
하루는.. '선생님 제가 재밌는 노래 알려줄까요?' 이러더니
욕으로 된 노래를 .. x발 x신 x새끼~~~ 이러면서 ..
제가 깜짝 놀라서 그런말 쓰는거 아니라고 나쁜 말이라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배시시 웃더니 수업중에 또
'ㅈ나'가 나쁜말이에요? 이러면서 묻기에 그것도 제가 제대로 대답 못해주고..
나쁜 말이니까 쓰지 말라고.. 했더니.. '왜요? 재밌는데?' 이러면서 일부러
ㅈ나 x신 x새끼 x발 ....
ㅠㅠ 이날 제가 참다참다 못해서 그만..
아이 멱살을 콱 잡아들고
'선생님이 하지말라 했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귀 없어? 너같은 애는 도저히 못 가르치겠다. 다시는 선생님 볼 생각도 하지마!!'
이러고 애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집 문을 박차고 나와 버렸어요.....
아이 어머님께도 전화해서 '죄송해요 어머님, 아무래도 과외 더 못할 것 같아요'
이러고 그만둬 버렸네요
아...........
당시에는 아이가 너무 구제불능이라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지금은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제가 너무 자격이 없었던 것 같아서 죄책감이 자꾸 들어요
혹시 아이가 나중에 저한테 맞았던 걸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겪지는 않을지
혹시 그 일 때문에 더 삐뚤어지지는 않을는지
여튼 그 뒤로 과외 알바는 도무지 받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 그 아이.. 이제와서 제게 별 도리는 없겠죠
괜히 찾아가서 그때 미안했다 사과해도 어색하고..
그냥 모른척 잊는 게 최선일까요?,,
제가 너무 한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