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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적 FTA ‘글로벌 호구’의 결말

참의부 |2012.09.10 18:22
조회 126 |추천 0

한국 정부는 EU와 FTA를 체결한 데 이어 미국과도 FTA를 체결했다. 특히 한·미FTA 협정의 경우에는 많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당인 옛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다수 국민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간 협정을 비공개로 통과시킨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비준안 통과 뒤에 대부분의 기득권 언론은 ‘다수의 독재’를 비판하기보다는 찬양 일변도로 나갔다는 것이다. 21세기 무역 강국이 될 기회라느니 한국 경제의 재도약 시험대라느니 헛소리를 해댔다. 한·미FTA 협정은 소비자 후생, 물가 안정, 저축액 증대, 상호 교역 및 투자 확대, 고질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 타파, 투명하지 못한 절차 개선, 국가 및 사회 시스템의 도약, 내수시장 확대, 대·중소기업 사이의 동반 성장 등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를 해소할 만병통치약처럼 포장되었다.

 

과연 그럴까? 이는 모두 헛소리이거나 근거가 매우 빈약한 말이다.

 

① 손실은 세금으로, 이익은 재벌의 돈주머니로

 

간단히 생각해보자. 2000년대 들어 여러 나라와 FTA를 신나게 맺었는데, 한국 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졌는가? 물론 유럽발 재정위기 탓도 있지만 한·EU FTA 발효, 4개월만에 흑자 규모가 37억 달러 감소했다. 칠레와의 교역에서도 흑자 한번 기록한 적이 없다.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고 있다. FTA는 수출 기업 대 내수 기업,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오히려 가속화시킨다.

 

세계 경제의 악화는 개방 국가인 한국의 수출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한국의 교역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한국은행에서 작성한 한국의 주요 지역별 상품수지 추이 표(서적 원문을 참조)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상품수지에서 중국, 동남아, EU, 미국 등에서 흑자를 내는 반면 중동과 일본에서 적자를 내는 구조다. 일본에서 첨단 부품과 기계 장비를, 중동에서 원유와 가스 등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든 뒤 중국, 동남아, EU, 미국 등의 순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으로 올수록 중국과 동남아에서 대규모 흑자를 올리고 있다. 이는 이미 한국 경제와 산업이 과거의 미국 위주에서 중국과 동남아 위주의 수출 구조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한편 한국은 대외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에서 적자를 보게 되는데, 이는 핵심 부품과 기계 장비 등의 기술이 일본에 거의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 추이 표(서적 원문을 참조)를 살펴보면 미국, EU, 일본, 동남아 등에서 적자를 보고 중동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미미한 흑자를 내는 구조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기술 특허료, 여행과 유학, 사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의 영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수지에서는 선진국들에게 크게 밑지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럼 한·미 FTA의 미래는 어떨까? 2010년 현재 대중국수출 비중은 23.5%로 대미국수출 비중(14.3%)보다 훨씬 높다. 대미국수출 비중은 동남아(20.1%)보다도 낮으며 경기악화로 비중이 떨어진 EU(12.9%)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이미 한국의 수출 구조가 중국과 동남아 위주로 바뀐 상태에서 한·미 FTA를 체결한다고 대미국수출이 크게 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은 일부 농산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품시장을 사실상 무관세로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휴대전화, 반도체 등은 이미 무관세이며 자동차는 2.5%, 자동차 부품은 1.3%의 관세가 붙을 뿐이다. 물론 자동차의 2.5% 관세율이라도 낮추는 것이 좋지만 연평균 10%에 가까운 환율 변동이 가격경쟁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의미 없는 수치다. 또한 한국산 차의 경쟁 차종인 중저가 소형차의 경우 미국은 물론 일본(미국 판매 차의 60% 이상이 현지 생산되고 있다)이나 중국 등도 미국이나 무관세 지역인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2008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 정도에 불과해 FTA로 이를 조금 더 낮춘다고 해도 수출에 크게 도움이 될 일은 없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8.3% 정도로 비교적 높은데 이 가운데 농산품의 관세율은 119.8%인 반면 비농산품은 3.3%다. 결국 시장 개방으로 한국 농축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미 FTA는 지적재산권의 보호 기간을 크게 늘리는 등 미국의 서비스 수출만 크게 늘려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한·미FTA로 비농산품의 대미수출증대 효과가 농업 및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인한 대미수입증대 효과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농업을 사실상 고사시키는 정책을 쓰면서 FTA 체결 때마다 입막음용 예산을 짜온 정부니 믿기 어렵다. 농어업 분야에서 15년간 손실액은 정부 쪽 추산으로도 12조여원에 이른다. 반면 자동차 분야에서는 20조원 정도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농어업 종사자들에게서 돈을 빼앗아 자동차 재벌들에게 얹어주는 꼴이다. 그런데 농어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국민세금 22조원을 투입하겠다니 손실은 세금으로 메우고 이익은 재벌 돈주머니로 보내는 꼴이다.

 

FTA 체결로 얻는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한국의 정책 자율성은 크게 위축되고 농업 등은 크게 타격을 입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산지 소값이 폭락하는 등 축산 농가 등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FTA는 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산업간의 양극화가 극심하고 내수는 시들어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농가 등 피해를 입는 산업 부문에 대한 체계적인 경쟁력 확보 대책이나 수입 보전 대책도 없다.

 

② 평범한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은 없다

 

정부는 FTA 체결로 소비자 혜택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정부가 정말 소비자 후생을 생각한다면 재벌의 독과점을 깨고 수입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인위적 환율 부양 조치를 멈추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왜곡된 유통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또 재벌 유통업체의 독과점을 막고 동네 상권을 살려서 가격을 내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는 사실상 단일 회사인 현대-기아차그룹이 시장을 80%나 점유하면서 신차가 나올 때마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값을 올리고 있다. 집값도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건설시장은 여전히 비관세장벽으로 칭칭 둘러싸여 있다. 이처럼 재벌 대기업들에만 유리한 방식으로는 설사 한·미FTA로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가계의 실질소득은 뒷걸음치고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괴물 경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크게 얻을 게 있어서 FTA를 추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대부분이 상품수지에서 발생하고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에서는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상품수지 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한국수출입 비중은 2.5%에 불과하고 한국에 대한 상품수지 적자도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사실 중국, 일본, 독일,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엄청난 상품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중국상품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미국으로서는 수출 촉진 정책을 펴면서 중국, 일본, 독일 등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일본 등은 FTA 체결에 매우 소극적이다. 또 독일이 속해 있는 EU 역시 농산품 문제 등으로 체결이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한·미 FTA를 자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중국, 일본, 독일 등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려고 한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호구’가 되어준 것이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FTA보다 개방 정도가 더 높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미FTA 체결에 자극받은 측면이 다분했다. TPP는 2006년 5월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4개국이 체결하면서 시작된 협정이지만 미국과 일본의 참여로 사실상 미·일간의 FTA가 되어버렸다. TPP 참여 10개국의 총GDP 중 약 91%를 미·일 양국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내의 반대가 워낙 격렬해서 예정대로 TPP협정이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은 역내 국가들의 연쇄적인 FTA 등 무역협정 체결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1월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중FTA 체결에 이어 TPP 참여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복귀 전략’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포위하려 한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아시아 지역 안보 전략과 FTA를 축으로 하는 경제 전략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결속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한 셈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움직임은 모두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FTA도 무조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고 사회경제적 대응책을 마련한 뒤라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그룹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더욱이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시킨 직후에 교역 비중이 미국의 2배나 되는 한·중 FTA 체결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한 것이다.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향후 지역 안보 및 경제 전략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소용돌이 한복판에 겁도 없이 뛰어든 격이다. 한·EU FTA와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까지 체결하게 되면 한국은 대외 교역 비중의 50%가 넘는 국가들과 한꺼번에 FTA를 맺는 것이다. 한·EU FTA나 한·미 FTA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제대로 판단할 틈도 없이 불과 몇년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나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

 

그리고 그 방향은 재벌독식체제와 수출 편중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중FTA가 체결된다면 가뜩이나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우리 농축산물과 중저가 제조업 분야의 몰락을 재촉하게 된다. 특히 농업은 칠레, EU,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가장 타격받은 산업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미 한국 정부가 농업을 고사시키려고 작정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FTA 추진을 꺼리는 것은 재벌의 이익을 염두에 두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까지 체결되거나 협상 개시를 선언한 FTA들은 큰 틀에서 재벌 대기업들에게는 이득을 주지만 중소 제조업이나 농축산업 등에는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반면 한·일FTA로는 재벌 기업의 기술 종속이 심화되면서 재벌의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우리 농산물의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일FTA 추진에는 극히 소극적이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 더욱 강화될지도 모른다. 노무현 행정부 때 한·미FTA를 추진했던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팀장으로 갔다가 2011년 말에 사퇴했다. 그런데 2012년 초 외통부 한·미FTA 기획단 총괄팀장을 역임했던 김원경 미국주재 한국대사관 경제참사관이 삼성전자 미주법인 상무로 이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의 관료들에 이어 이제 외교통상부 관료들도 ‘삼성장학생’ 대상이 되는 징표로 읽어야 한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향후에는 퇴임 후 삼성행을 염두에 두고 FTA 등 각종 협정 체결시 재벌 입장을 봐줄 관료들이 늘지 않겠는가? 이미 세계 각국의 현지 대사관에 가면 삼성 등 현지에 진출한 재벌 해외 법인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금전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각종 인적 정보까지 재벌 기업들에게 기대고 있는 외교부처 관료들이 재벌의 편의를 봐줄 유인이 더 늘어난 것이다.

 

③ ‘글로벌 호구’의 결말

 

현재 이명박 행정부의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은 한국 경제의 대외적 민감성을 단기간에 극도로 키우게 된다. FTA를 맺게 되면 당연히 EU, 미국, 중국 등 협정 체결 대상국의 경제 상황과 연동성이 커지는 것은 상식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연동성이 커질 때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994년 OECD 회원국으로 가입한 뒤 자본시장을 무턱대고 개방해 외환사변을 초래했음을 생각해보라. 더구나 유럽의 채무위기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 3대축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시점에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만일 유럽 재정위기로 2008년 말처럼 환율이 다시 요동친다면 대미상품 수출은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환율이 극도로 불안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나 2008년 국제적 금융위기 때에도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하거나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화 부족 사태로 충격의 파장을 키운 측면이 강했다.

 

특히 한·미FTA로 서비스시장이 대폭 개방되면서 한국 경제에 상당히 큰 부정적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알다시피 미국의 최고 아킬레스건은 의료와 금융이다. 그런데 한·미FTA를 통해 서비스시장을 개방함으로써 미국의 의료와 금융 서비스의 부정적 측면이 한국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한·미FTA 체결로 영리병원 설립이 경제자유구역 등에서 가능해진다. 물론 제한된 지역에만 설립되는 것이지만 이들 병원을 ‘쇼케이스’로 해서 점차 지역 제한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거느린 삼성그룹을 비롯해서 보험사를 끼고 있는 재벌들을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한국의 건강의료보험 체계를 허물어뜨리고 민간보험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호시탐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재벌의 습성을 볼 때 가만 두고 볼 리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 비용을 매기면서도 국민의 17%를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두고 있는 미국의 의료법인들 또한 언제든지 영역을 확장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국내 재벌과 미국 영리의료법인이 결탁해서 영리병원을 확대하고 공공 의료보험 체계를 해체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도 상당히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한·미 FTA 재계연맹의 공동회장인 씨티그룹의 부회장 로라 레인은 “한·미 FTA는 지금까지 협상된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미국에) 가장 좋은 금융서비스 조항들”을 담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의 금융업계는 “이번 협정체결로 한국이 미국 금융권에서 얻을 것은 거의 없는 반면 미국 금융기관들에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범인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을 완전히 ‘호구’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가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FTA를 무턱대고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국내에 진출한 현지 지점 등을 통해 파생 금융상품 등 이른바 신금융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 신금융서비스는 한·미 양국 가운데 한 국가에는 있으나 다른 국가에는 없는 금융상품 및 금융서비스를 의미한다. 한·미 양국의 금융 경쟁력을 고려하면 이는 대부분 대부분 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새로운 금융상품 및 금융서비스를 도입해 영업하게 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미국이 캐나다 및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사례를 봐도 그럴 개연성이 높다. 미국이 NAFTA를 체결한 뒤 멕시코에 가장 많이 투자한 부문은 통념대로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보험업이었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제조업, 광업에 이어 세번째 투자 대상이 금융보험업이었다. 그만큼 미국이 금융 부문을 핵심 타겟으로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상품 허가권을 갖고 있고,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 등을 위한 건전성 감독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을 믿을 수 있는가? 2000년대 초 카드 빚 사태가 곪아터질 때까지 방치했고 메가뱅크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 투기 거품을 불러일으키는 은행들의 매출 경쟁을 방조했으며 최근에는 저축은행 부도사태에 온갖 도덕적 해이까지 조장했던 금융감독 당국을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국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에 대량의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이를 해소한다는 핑계로 이들 채권을 뒤섞은 파생상품을 발행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 경우 당장 시간은 벌지 몰라도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을 미국식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 상상하기 싫지만 지금까지 정부 당국의 행태를 보면 결코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 선대인 민생경제전략연구소장 저술『문제는 경제다』「버리고, 바꾸고, 바로잡아야할 것들」〈제2부 이대로 10년〉웅진지식하우스 편찬(2012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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