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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검사와 ‘도가니’ 판사 Ⅰ

참의부 |2012.09.11 13:05
조회 423 |추천 2

오늘도 검찰로부터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어제는 검찰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선관위가 고소할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그제는 긴급체포를 대비해서 변호사를 만났다. 그끄제는 경찰로부터 나오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피의자로 끌려다닌 지 10년이 넘었다. 그래서 나를 법조인이라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다. 취재를 하면서 법조인들을 많이 만난다. 검사·판사·변호사·수배자·전과자……. 그래서 행동반경이 판·검사들과 겹친다. 밤에는 다른 얼굴을 한 비행 판·검사들도 만난다.

 

판·검사들은 골프를 많이 친다. 골프를 빼면 대화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아무래도 골프 선수가 되려는 것 같다. 날씨가 좋아 붐비는 봄가을 골프장 부킹은 판·검사를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자기 돈을 내고 필드에 나가는 판·검사는 거의 없다.

 

판검사들은 룸살롱을 많이 간다.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아무래도 가수가 되고픈 것 같다. 아직도 부서 회식을 룸살롱에서 하는 직업군은 판검사와 주가 조작을 하는 분들뿐이다. 하루 저녁에 월급만큼 술을 먹는 일은 쉽지 않다. 당연히 옆에는 사업하는 사장님이 꼭 앉아 있다.

 

내 친구 류승완 감독이 영화『부당거래』에서 검사들에게 한 방 먹였다. 공지영 작가는 소설『도가니』를 통해 판검사들과 변호사의 권력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예술은 위대하다. 짤린 판검사 여러 명 있었다. 내가 아는 ‘부당거래’ 검사와 ‘도가니’ 판사도 여럿 있다. 버스 한 대를 채울 수도 있다.

 

판검사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계급이라고 생각한다. 판사들은 세상 사람들이 판사와 일반인으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한다. 검사들은 세상 사람들이 판검사와 일반인으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판사는 검사를 멸시하고, 검사는 판사를 시기한다. 판검사 모두 승진에 목숨을 거는데 판사는 법복을 벗는 것을 두려워하고, 검사는 정치권으로 갈 궁리를 많이 한다. 사법고시에 붙어 판검사가 되면 일단 3급 공무원이 된다. 월급이 절대 적지 않다. 하지만 만날 골프 치고 만날 룸살롱 갈 만큼 많지는 않다. 그들은 이게 불만인 듯하다. 내가 죽도록 공부해서 판검사가 됐는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내가 우리 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부류에 속하는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들은 스스로를 굉장히 특별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그들이 암기를 잘해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것은 맞다. 그러나 내가 만나본 판검사 가운데 똑똑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위직에 앉은 사람일수록 형편없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외고나 특목고 출신, 강남 출신 판검사들은 끔찍했다. 우리 나라의 판검사들은 암기 과목 공부만 몇 년씩 하다 보니 세상 물정에 어둡다. 그들에게 여행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만 읽지 말고 경향신문이나 시사IN도 좀 읽으라고. 또 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특히 연애소설을. 부족한 인성을 만회할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절실하다. 어차피 법전은 적용하면 되는 것이고 소설을 좀 읽어서 ‘피고가 왜 그랬을까?’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땐 1등이었는데 그때 20등 했던 친구보다 돈을 더 못 버는 것 따위로 고민할 게 아니라 말이다.

 

① 리포트:죽은 권력은 죽이고 살아 있는 권력은 살려주는가?(《시사IN》제86호, 2009.05.06)

 

대통령은 “검사님”이라고 불렀다. 검사의 입에서는 “대통령께서”라는 말이 나왔지만 조서에는 ‘피의자’로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당한 두 번째 굴욕이었다.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가 시위 도중 사망했다. 당시 노무현 변호사는 노동자 편에서 부검과 관련해 법률 조언을 해주다 제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노 변호사를 구속하기 위해 하룻밤에 세 번이나 판사와 법원장 집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검찰의 공세에 노 전 대통령은 다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건넨 돈 6백달러의 주인을 ‘노 전 대통령의 아내와 아들’로 결론지었다.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고 준 뇌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생각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살펴볼 때 감경 요소는 하나도 없고 가중 요소만 있다. 수뢰 관련 부정 처사,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적극적 요구, 2년 이상 장기간 뇌물 수수, 3급 이상 공무원……. 법대로 적용하면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형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가족이 600만 달러를 받은 것에 대해서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 재임 시절에 돈 문제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4월30일 검찰에 출두하는 노 전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권 여사는 내내 울기만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권 여사는 ‘다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내 잘못이다’라면서 새벽부터 울기만 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검찰 조사 이후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권양숙 여사로부터 송금을 받거나 한국에 왔을 때 돈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질문을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송금 관계나 유학 비용 등에 대해선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박연차 진술 플러스 알파는?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린다. 검찰은 “오후 3시 이후에 돈을 줘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부탁했다” 따위 박 회장의 진술을 보강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록 등 정황도 찾고 있다. 

 

박 회장의 진술 이외에 진술을 지탱해줄 마땅한 카드가 없다. 바로 이 점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고민하는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조사로 ‘박연차 로비’ 수사는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숙제로 남게 됐다. 한나라당의 텃밭이 박연차 회장의 사업 근거지였다. 박 회장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맡을 정도로 친한나라당 인사다. 

 

이번 사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 수사에 대해 검찰은 선을 그은 상태다.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은 박 회장에게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았다. 이상득 사람으로 꼽히는 추 전 비서관은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이상득 의원에게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고 부탁했다. 추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에게도 부탁했다.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이상득·정두언 의원에게 청탁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통화 내역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청탁을 거절당했다”라는 추 전 비서관의 진술 한마디에 검찰은 두 의원을 조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추 전 비서관은 재판에서 자신의 죄를 순순히 시인했다.

 

결국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자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고려대 인맥과 재계 인맥의 정점에 있다. 천 회장은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았는데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후원이 컸다.

 

‘실세’ 천 회장은 세무조사가 한창일 때 박 회장과 여러 차례 만나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는다. 천 회장은 박 회장과 40년 넘게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형제 같은 사이다. 천 회장은 지난 7월 박 회장,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이종찬 전 민정수석 등과 만나 ‘세무조사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책회의’ 며칠 후에는 경남 진해에 있는 휴양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또 천 회장에 세무조사를 받던 당시 박 회장에게 현금 10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친구와 같이 개인 휴가를 갔다는 게 문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검찰, 한상률 전 국세청장 조사 의지 약해

의혹의 다른 축은 지난 대선에서 천 회장이 막대한 현금을 만들어 이명박 후보를 도왔고.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했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2007년 11월 주식을 팔아 235억원을 현금화했고, 46억원을 은행에 예금한 뒤 담보로 30억원을 대출받아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천신일씨와 가족이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액수가 300억원이 넘는다. 근저당과 이자 등에 수천만원 비용이 드는데, 굳이 복잡한 대출 절차를 거쳐 돈을 빌려준 이유도 궁금하다”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천 회장 수사에 대해 검찰은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은 여권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상태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천 회장 수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된 것만 본다. 대선자금 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신일 회장을 출국 금지한 것 말고는 여권 핵심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천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조사가 필수이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청장 소환에도 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② 이것이 팩트다:검사님이 막 죄를 만들잖아요

 

참여정부에서 ‘정치 검사’라는 말은 자취를 감추었다. 검사가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는 시대는 종언을 고하는 듯 보였다. 이명박 행정부 인사들도 노무현 행정부가 권력기관을 멀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지난 정권이 검찰·경찰·국정원을 권력의 시녀로 삼지 않겠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사라졌던 ‘정치 검찰’이라는 말이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다시 고개를 든다. 공기업 민영화, KBS 사장 교체, 광우병 파동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국면마다 검찰이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설거지를 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정치 검찰’이라는 단어가 부활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욕과 열정은 정말 감탄할 만하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제2부장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열정이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사님이 막 죄를 만들잖아요” “검사님이 무서워서 그랬어요” “검사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어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법정에서 “검사가 무서워 살기 위해 거짓말했다”라고 주장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자백의 임의성’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고문·협박·공포 상황 등으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진실이 왜곡된 자백은 증거 능력을 배제한다는 의미다. 결국 한 전 총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선고 하루 전날, 서울중앙지검 특수제1부가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별건 수사하고 나섰다. 검사들조차 ‘동생이 맞고 오니 형이 나서는 형국’이라고 말한다. 검사 출신 홍준표 의원은 “전직 총리를 수사하는데 어떻게 그리 안이하고 엉성하게 하는지 참으로 부끄럽고 검사로서 치욕이다. 1심에서 무죄가 날 것 같으니까 또 하나(별건 수사를) 찾겠다는 것은 검사로서 당당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기동 특수제1부장은 특수부에 5년 동안 몸을 담은 베테랑이다. 특수제1부 부부장 시절에는 BBK 수사를 맡아 김경준 씨를 직접 수사했다. 김경준 씨에게 형이라고 부르라며 에리카 김과 가족에게 전화 통화를 허용한 검사다. 그는 특수제3부장을 거쳐 특수제1부장을 지냈다. 한 전 통리는 다시 무죄를 받았지만 김 검사는 대검 연구관 및 검찰기획단장을 거쳐 현재 수원지금 성남지청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검사들이 그렇게 무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떤 수사에 대해서는 부처와 같은 자비심을 보이기도 한다. BBK 수사와 특검. BBK 수사를 통해 우리는 아무리 증거가 확실해도 기소하지 않고 죄를 사해주는 검찰의 인내심을 보았다. 2011년 3월에는 MB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인지를 밝힐 수 있는 열쇠를 쥔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 씨룰 하루 간격으로 불러들여 한 방에 털어주는 검찰의 넓은 아량을 확인했다. 그동안 각종 의혹으로 지명수배 해놓고는 웬일인지 바로 종결지어 준 것이다. 2010년,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보자. ‘몸통’을 조사하기는커녕 공윤관실에 대포폰을 건넨 청와대 행정관을 호텔에서 조사하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검찰은 2010년 8월 18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 발언으로 고발된 조현오 경찰청장을 부르지도 않는다. 검찰의 박애정신. 특별히 힘 있는 권력자에 대한 사랑은 부모의 사랑에 근접한다.

 

2012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검 공안제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박희태 의장을 상대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를 지시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국회의장 조사라는 등 언론은 생난리를 쳤다. 하지만 모두 쇼였다. 21일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검사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범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민정수석은 불구속, 심부름한 사람들은 구속됐다. ‘검찰이 무능하다’ ‘역시 정치검사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미 결론은 나 있었다. 2월 17일 동아일보 기사다. “검찰이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정당법 위반)를 받고 있는 김효재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 비서관과 박희태 국회의장 등을 모두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발 빠르다. 동아일보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시 MB 정권의 빨대 전문이다. “검찰은 선거법이 아닌 정당법 위반 혐의로 정치인을 형사처벌한 사례가 거의 없고 돌린 돈봉투가 적극적으로 표를 매수하려는 행위라기보다는 지지자들에 대한 지원 및 격려금 성격이었던 점 등을 감안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의미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국회의장으로 재임하면서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억대 변호사 수임료와 자신 명의로 1억 5천만원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캠프에 전달했다. 표를 매수하려는 행위라기보다는 지지자들에 대한 지원 및 격려금으로.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때부터 주장한, 고질적 환부만을 깔끔하게 도려내는 ‘스마트 수사’의 교과서에 실릴 만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수사는 어떤가?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2009년 7월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된 직후였다. 정황이 공개되었지만 검찰은 모른 척하고 있다. 최 위원장의 소환 여부도 모른다. 양아들 정용욱 전 보좌관이 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수백억원대다. 검찰은 눈을 감았다. 정 전 보좌관에게 돈을 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주변 10여곳을 압수 수색한 바로 그날 정 전 보좌관은 태국으로 도피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압수 수색 전 정 전 보좌관은 김학인 이사장에게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가 시작될 것이고 압수 수색이 들어올테니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정 전 보좌관은 “나는 윗선에 보고했고 곧 방통위 보좌역을 사직한 뒤 외국으로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전 보좌관은 얼마 전 재혼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송환이 불가능한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

 

검찰은 독립이 두려웠다.

 

이명박 행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검사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비리 수사를 맡아 말끔히 처리해준 경험이 있다. BBK 검사는 언제나 승진의 선두주자다. 셋째 권력의 입맛에 맞춰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을 괴롭히기만 해도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다. 제3공화국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괴롭히면 출세가 보장되었듯이. 무죄가 나도 상관없다. 나는 이런 검사들의 출석부를 만드는 작업인 ‘친이인명사전’ 편찬에 힘을 쏟고 있다. 정권이 끝나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면 검찰이 부당한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독립을 소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달려든 거다. 검찰은 정권의 개가 되고 싶었다. 개 노릇 그만해도 된다니까 안 예뻐한다고 물어뜯은 거다. 검찰 조직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참여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추진했다. 하지만 바로 무산됐다. 제도 개혁 없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순진했다. 아니 무능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과 친인척, 측근들이 검찰로부터 당한 모욕은 저승에서도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2012년 2월 말 총선을 코앞에 두고,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 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의혹에 대해 재수사에 나섰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불거졌다 사라진 일이었다. 노 대통령을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부장검사)가 다시 직접 나섰다. 월간조선 보도 내용을 근거로 지난 1월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수사를 의뢰해서 진행됐다고 한다. 공작 냄새가 난다. 하지만 ‘정치 검찰’ ‘공작 수사’라는 여론에도 검찰은 꿈쩍하지 않는다.

 

반면 검찰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내곡동 땅을 사는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입힌 점에 대해서는 수사할 생각이 없다. MB는 검찰에게 직접 완장을 채워주고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러고는 잘했다며 승진 당근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공안 정국일수록 검찰의 힘이 더 세진다. 검찰은 그 힘을 즐기는 것 같다. 북한은 소수의 권력 집단이 통제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검찰이 원하는 국가도 그와 비슷할지 모른다. 그래서 일부 검찰 간부들은 독재를 희망하고 갈구하기도 한다. 2010년 4월 김홍일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기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정치 체계가 안정됐다. 당장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상황에 비해 태자당처럼 청년 때부터 키워서 지도자를 만드는 중국의 제도는 참으로 훌륭하다. 우리도 중국같이 집단 지도체제를 갖추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독재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③ 꼼꼼한 뒷얘기:BBK 검사와 스폰서 검사

 

“당신들의 명예를 훼손했으면 내가 감옥에 가겠습니다. 그런데 돈 내놓으라고는 하지 마시오. 돈 없는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2008년 초 나를 고소한 BBK 검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검사에게서 “우리가 돈을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답이 왔다. 앞에선 소송하고 싸워도 뒤에서는 다 만난다. 선수끼리는. 내가 파악하기로는 MB와 BBK를 떼어 놓으려고 검사들도 고생이 많았다. MB가 BBK 주가조작횡령사건에 관련되었다는 증거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확실한 자료와 증거가 나와도 그건 다 MB의 장난이었으니 무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명함도 장난으로 파고, 도장도 장난으로 파고, 동영상도 장난으로 찍었다는 말이다. 아예 답을 정해놓고 시작한 거다.

 

MB의 여러 말 가운데 BBK와 관련 없다는 말만 맞다고 콕 집어 정리한다. 그런데 MB와 BBK와 관련 없다는 검찰의 논리대로 하면 나는 주진우가 아니다. 내 신분증도 장난이고, 내 명함도 장난이고, 내가 말한 것도 다 장난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아니다. 그들은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

 

검사들이 수사한 사건을 살펴보면 검사들이 얼마나 작위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법을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2009년 10월 대검 연구관 유 아무개 씨는 음주 운전을 하다가 한남대교에서 중앙선을 침범해서 차량 3대를 들이받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5. 용산경찰서에서 수사를 해서 형사 입건했는데 유 검사는 처벌은 안 받고 얼마 후 서부지검으로 발령이 났다. 기록을 체크해보니 수사가 진행될수록 혈중 알코올 농도가 계속 떨어지더니, 결국 마지막 기록엔 중앙선 침범도 사라졌다. 그렇게 범죄가 다 사라졌다. 잘나가는 검사가 교통사고 내면 이렇게 처리한다.

 

2011년 말 있었던 벤츠 여검사 사건을 보자. 한 여검사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았다. 둘은 내연 관계였다. 여검사는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사건 담당 검사에게) 뜻대로 전달했고, 영장 청구도 고려해보겠다고 한다.” “○○○ 검사에게 말해뒀으니 그렇게 알라.” 그러고는 바로 “샤넬 핸드백 값 540만원을 보내달라”며 은행 계좌번호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뒤 5일 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변호사의 법인 카드로 539만원이 결제됐다. 여검사는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받아 타고 다녔다. 검찰은 넉 달 넘게 방치하다 언론에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자를 구속했다. 대검찰청의 안병익 감찰제1과장은 “당시 진정서에 벤츠 승용차 부분이 언급돼 있었지만 수많은 진정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검찰의 두뇌들이 모였다는 대검 수준이 이 정도다. 아니, 이래야 출세한다. 구속 한 달만에 여검사는 보석으로 나왔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검사는 임신 중이었다.

 

스폰서 법인카드로 1억원을 쓴 검사가 있었고, 사건청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와 거액의 금품을 받은 ‘그랜저 검사’가 있었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스폰서로부터 15억원을 차용증도 없이 빌리고, 부부 동반 해외 골프 여행을 갔고, 제네시스 승용차를 제공받아 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어떤 수사도 받지 않았다. 부산 지역 사업가로부터 수 년간 접대를 받은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은 그렇게 당당할 수 없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도 검사가 나서지 않으면 죄도 안 되고 당연히 벌도 안 받는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가 나올 때마다 재발방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 검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 수사에 대한 자성의 글을 올린 검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 주진우《시사IN》기자 겸 인터넷 팟캐스트 라디오 시사토크《나는 꼼수다》고정 패널 저술『정통시사활극 주기자』「이것이 팩트다」〈제1장 검·경, 개가 되고 싶었다〉푸른숲 편찬(2012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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