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에서 소규모 단기보호전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사회 복지인입니다.
요 근래 너무나 분통하고 억울한 일이 있는데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긴 글이라 읽기 불편하시겠지만 많은 양해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는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북 포항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봉사활동이 좋아서
여기저기 활동을 많이 다녔습니다. 90년대 말 당시는 집 없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입소시설이 부족하여 모시지 못한 분들을 한분, 두 분 시골집에 모시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날 시설복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설을 운영하게 되면서 나의 사회복지의 기준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가고 있는 복지의 길이 본래의 방향과는 다른 길로 자꾸만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터라 기저귀 수발 등도 전혀 낯설지 않았고, 종교인이라 복지를
사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처음엔 정말 행복했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물수건으로 어르신 얼굴을 닦아드리고 물기로 머리를 정리한 후
“아이구 이쁘세요” 하면서 말씀 드릴 때는 보람이 넘쳤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시설을 관리하는 기관들과 접촉회수가 많아지면서 제가 꿈꿔왔던 복지에 대한 꿈은 자꾸만 옅어져 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8일 오후 1시경 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저희 요양원에 시설 점검차 나왔는데
저와 직원들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저들의 요구에 응해야만 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직원 4명, 군청 직원 3명이 들이닥쳐서 보호자와 병문안 가기 위해서 나가는 중이던 원장을 도로 붙잡아 불러들이고, 취조 하듯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시설 점검차 나온 직원, 총 7명 중 건장한 남성 2명은 요양원 입구 현관에 보초 서듯 서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요양원에 계신 분들 중 치매 환자가 아니신 몇몇 어르신은
놀라셔서 무슨 일이 있느냐며 떨며 물으셨습니다.
그들의 강압적인 점검 때문에 결국 그 날 요양원의 일정으로 짜여 졌던 프로그램이나
다른 활동은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온 직원들은 저와 요양원 직원들, 그리고 입소 어르신들에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저희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범죄자 다루듯 다그치고 윽박질렀습니다.
그 때문에 조사를 마치고 간 후 저와 직원들은 심경에 변화가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희 요양원 입소어르신의 80%가 치매어르신으로 하루에 몇 번씩은 정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오실 때가 있는데 그러한 어르신이 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설 점검 때문에
놀란 충격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떨고 계실 때 저와 요양원 가족들의 마음은 미어지듯 아팠습니다. 뿐만 아니라 항상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일하는 저희 직원들에게 취조하고 다그치듯 물어서
저희 직원들 입에서 '조사 받을 때 심장이 떨려 죽을 뻔 했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정성껏 해온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물거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런 광경을 지켜본 보호자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을 때는 제가 중죄인이 된 듯
하였습니다.
그 날 이후 보호자 되시는 분이 요양원 팀장에게 전화해서 “요양원 문 닫게 된다면서요” 라고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말 많고 소문 빠른 농촌현실에서 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우리 요양원이 무슨 비리의 온실인양 말들을 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드니 화가 나고, 세상 사람들이 사회복지를 어떻게 여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날 제가 배웠던 함께 어울려 잘사는 편안한 상태의 복지가 지금은 절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와서 지적한 것은
1. 왜 방에 책상이 있는냐!
(침대방에 직원이 일지를 쓰도록 책상을 놓아두었을 뿐입니다)
2. 보호자에게 동의서를 매일매일 연락하여 받지 않았다!
(야간에 침대에서 낙상 위험이 있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동의서는 보통 보호자와 상의 후 한 번 받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매일매일 보호자께 연락하여 동일한 문제로 동의를 받는 것이 가능할까요)
3. 어르신관리 등을 위하여 원장이 야간 근무를 서면서 건강, 행동변화 등도 관찰하는데 원장은 사회복지사 자격만 있지 요양보호사 자격이 없어 기저귀를 갈수 없다!
위와 같은 트집 잡기 식의 지적들 뿐이었습니다.
또한, 저희 요양원은 1층은 주간보호센터(농촌이라 선호도 낮아 이용자가 한분도 없음)이고,
2층은 요양시설 인데 하절기 무더위 때는 직접 햇빛을 받는 2층에는 방 실내 온도가 30도가 넘어도 어르신들은 에어컨을 못 틀게 하시고, 특히 치매어르신은 문을 잘 닫으셔서 어르신의 건강을 위하여 이용 어르신이 없는 1층에 분산하여 생활하고 계셨는데 신고 된 방에 거주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 그들이 지적한 것의 대부분입니다.
한 번은 야간근무를 한 직원을 쉴 새도 없이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의 공단까지 불러내서 조사했는데 조사 내용은 야간에 1층 방에 어르신이 주무시냐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힘없이 들어오는 직원을 볼 때 복지에 대한 허탈한 마음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저희 요양원은 지난 9월 3일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1년, 2012년 하절기(5월-9월동안)에 지정된 방에 어르신이 생활하지 않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며 장기요양보험법43조에 위법되어 8천여 만원을 환수할 예정이라는 문서를 통보 받았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현재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노인복지는 섬김의 대상인 어르신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지금은 무더운 날 어르신들이 에어컨을 못 틀게 하시는 상황에서까지 지정된 방에 머물게 하는 것이 진정한 최우선인지, 예고도 없고 심문하듯 지도 감독하는 기관들에게 복지인은 인권도 없이 죽은 듯 겸손하게만 살아야 하는 사람들로 보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권력의 태풍앞에 복지의 아름다운 꽃이 이렇게 짓밟혀야 하는가? 자존심이 무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