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에 잠겼다.
‘그 새끼’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내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힘들고 괴로운 시절이었지만, 지민이와 나는 작은 월세 방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행복에 젖어 있었다. 그 새끼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 새끼와 나는 중학교 동창이었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처럼 그 새끼도 나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찢어지게 가난한 학창생활을 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나와 그 새낀 짝지가 되었다. 어색하게 웃던 그 새끼 얼굴이 아직 떠오른다. 그리고 우린 조금 친해졌다. 친해진 것도 잠시, 요즘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집단들 눈엔 우리가 베알이 꼽았나보다.
“그지같은 새끼들이 쳐모여서 지랄들 떨고 있네”
“꼴깝들 떤다 크크크크크”
“병신새끼들이 짜져서 있을 것이지 왜 설치대노”
그 날, 나와 그 새낀 그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 무당 자식과 고아 새끼가 웃고 떠드는게 눈에 거슬렸나보다. 그 뒤로 수차례 얻어맞기를 반복, 결국 그 새낀 학교를 그만뒀다. 그 새끼가 학교를 그만둔 후, 그들에게서 내 존재감이 잊혀져갈 쯤, 나는 하교 길에 그 새끼를 만났다.
“근형이 아이가, 학교 잘댕기고 있나?”
“어 태원아, 오랜만이네”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나눈 지 몇초 후, 나는 그 새끼 손에 이끌려 근처 슈퍼마켓으로 들어갔다.
“근형이 니 요새도 금마들한테 맞고 댕기나”
“아니, 요즘은 쳐다두 안봐”
“와 결국은 무당새끼인 내때메 니까이 맞았는갑네”
“아냐 아냐, 맞고도 말 못한 내 잘못이지”
“아이다, 야 하드 묵자. 내가 사께”
“니 왠돈이고. 용돈 받았나?”
“은제, 내 요새 일한다”
일을 한다는 그 새끼 말을 듣고,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는 그 새끼와 집으로 가는 둑 너머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갔다. 주절주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나 즐거웠던 것 같다.
그 뒤로 종종 그 새끼와 나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사이가 되었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십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선 투명인간 취급받았지만, 학교가 끝나고 그 새끼와 만나면, 나와 그 새끼는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 마냥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스무 살이 되고 나와 그 새낀 무작정 상경했다. 그 새끼가 틈틈이 벌어둔 돈으로 집을 대충 구한 뒤, 우리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루에 서너시간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은 돈을 벌기 급급했다. 둘이 같이 지낼 집이며, 밥이며, 옷가지까지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에, 20시간씩 일을 해도 항상 우린 굶주려 있었다.
“태원아 우리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 맞지?”
“근혀이 니는 아가 너무 여물어가 탈이라이까, 독하게 단디 마음 무라”
“그래, 그렇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힘들게 버티던 하루하루. 어느 날 둘이 함께 일하는 가게로 그녀가 들어왔다. 그렇게 그녀는 나와 그 새끼에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태원씨, 우리 근형오빠 좀 그만 괴롭혀요”
“지민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제가 왜 근혀이를 괴롭힌다 생각하는교?”
처음 그 새끼와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물론 서로에게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익히 눈치를 차리고 있었다. 의외로 말끔하게 생긴 그 새끼는 그녀에게 호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 새낀 그녀에게 호감보다 더 큰 부담을 주었다. 집착이란 무서운 부담에 그녀는 그 새끼에게서 멀어져 어느새 내 옆에서 나를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말끔한 그 새끼와는 다르게 나는 숙기도 없고, 희멀겋고, 매사가 조용조용한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와 그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새낀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태원아, 나 지민씨 너무 사랑한다. 니가 이해좀 해줘”
“마 시발 친구란게 뭐고 그 까짓 사랑때메 친구한테 이랄 수 있나?”
“내 평생을 다 바쳐도 모자를 것 같은 사람이야”
“아, 시발. 꺼져라. 드릅다 시발새끼”
나의 진심어린 고백을 그 새낀 지가 아닌 타인의 행복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거침없는 욕과 발길질을 돌려주었다. 그런 그 새끼의 행동에 지칠대로 지친 나와 그녀는 그 새끼가 술을 마시러 나간사이, 그 동안 함께 모았던 돈이 든 통장을 들고, 서울을 떠났다.
처음으로 그녀와 나는 부산으로 갔다. 서울을 등지고 그나마 나같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곳은 큰 대도시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우린 그곳에서 지금까지 모아두었던 돈 모두를 고스란히 사기 당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던 우린 계속 일용직을 근근하며 부산에서 생활했다. 부산에서 지낸지 두 달 무렵, 길가에서 그 새끼와 닮은 사람을 보았다.
“지민아, 큰일났어. 나 길에서 태원이 본 것 같아”
“오빠, 설마 여기까지 찾았으리라구?”
“그.. 그런가? 하긴 여기가 어디라구”
“그래, 착각했을거야”
속으론 찜찜했지만, 그녀의 말처럼 그 새끼가 우릴 이렇게 쉽게 찾을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 아니 안했다. 하지만 며칠 후, 그녀와 내가 지내는 월세 방 바닥에 빨간색 락카로 ‘죽이삔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죽인다’가 아닌 ‘죽이삔다’....
필시 태원이란 생각에 바로 그녀를 데리고 집을 빠져나왔다. 부산 터미널에 도착하고 눈에 보이는 곳으로 무작정 표를 끊고 버스를 타고 떠났다.
강원도 영월...
영월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녀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빠, 어떻해 진짜...흐흑”
“괜찮아, 사기꾼이 우리 돈 훔치려고 한걸 거야.”
“흐흑”
그녀의 흐느낌에도 나는 절대 그 새끼란 이야길 하지 않았다. 그 땐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영월에 도착하고 가지고 있던 돈으로 달세 여관방을 잡았다. 그녀를 이부자리에 눕히고, 바로 밖으로 나가 혹시나 모를 그 새끼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보이지 않았다. 그녀 옆으로 돌아가 옆에 눕자 쥐도 새도 모르게 잠들었다. 이튿날 그녀와 나는 당장 먹을 돈도 없어 일자리를 찾았다. 며칠을 고생한 끝에 그녀는 영월시장 근처에 빵집에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했고, 나는 근처 농가의 포도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그렇게 한푼 두푼 모으며 나는 혹시나 그 새끼가 나타날지 모른단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나와 그녀를 세상에 대해 자물쇠를 걸어 잠궜다. 몇 달이 지났지만 그 새끼의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나와 그녀가 함께 모은 돈으로 얼추 괜찮은 월세 방을 얻었다. 신혼생활이라고 해봐야 기껏 고생만 시켜온 내가 방을 얻고 하루 휴가를 받아 그녀가 일하러 간 사이 조촐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혼인신고서와 함께 은반지를 준비하고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미진아 왔어?”
“오빠, 이게 다 뭐야... 흐흐흑”
“울지마, 우리 힘들었던 시간이 길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흐흐흑”
“나 신랑 박근형은 신부 김지민을 평생 아내로 맡이 할 것을 맹세합니다, 울지말고 빨리 따라해”
“흐흑, 나 신부 김, 흐흑, 지민은 신랑 박근형을 흐흑, 평생 남편으로 맡이 할 것을 흐흑, 맹세합니다”
울먹이며 바라보는 그녀와 나는 드디어 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여름이 다가오는 그때 그녀와 나에겐 새로운 가족이 찾아왔다.
“오빠, 나 임신이래.....”
“....................................................”
생전처음 가져본 가족에게 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말이었다. 대답은 못하고 눈물만 흘릴 뿐, 흐느끼는 나를 그녀는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지난 날 고생했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나 내가 흘린 눈물에 서로 감정이 복받쳐 그 날 종일 서로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에 취해 나와 그녀는 정말 그 새낄 잊고 지냈다.
그 새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새끼가 아니었다.
임신한 그녀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 것을 원했던 내 바람대로 그녀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지냈다. 나는 포도농사만으론 아이를 키울 수 없단 생각에 새벽시간 신문을 돌렸다.
“근형군, 요즘 힘이 넘치는구먼”
“예 어르신. 처자식 먹여살리려면 열심히 해야죠”
“그래그래, 복 받을 거여”
“어르신 가진 복을 좀 나눠주실 건가봐요. 하하”
“에끼, 어른을 놀리믄 쓰나”
마음씨 너그러운 주인아저씨께서 다행히 나의 형편을 이해해주셔 누구보다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살 수 있었다. 가을이 다 지나갈 무렵, 한해 포도농사를 마무리 지으며 그동안 수고했단 뜻으로 주인아저씨께서 포도 두 박스를 주셨다. 한 박스에는 싱글한 포도들과 한 박스에는 포도농사 수익의 1/3이 담겨있었다.
“어르신, 월급도 받는 제가 이렇게 큰 돈을 어떻게 받습니까”
“에끼, 어른이 주면 받는거여”
억지로 넘겨주신 두 박스를 들고 그녀에게 돌아갔다. 당분간 일이 없어 걱정이었으나, 주인아저씨께서 주신 돈이면 우리 가족이 겨울을 지내기 충분했다.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아버지의 그림자가 이런걸까?’
이후 나는 그녀와 함께 병원을 다니며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에 한창 열을 올렸다.
“근형군, 우리 집으로 빨리와봐”
“무슨 일이세요, 아주머니”
“우리 집사람이 없어졌어...”
아저씨는 몸이 불편하신 아주머니를 위해 좋아하시는 술까지 끊으신 애처가셨다. 그런 애처가가 없어졌다는 건 필시 좋지 않은 일과 연관되었다는 추측을 낳았다. 급하게 포도 농장으로 가자, 비닐하우스 비닐이 바람에 흩날리며 비웃기라도 하듯 죄다 찢어져있었다. 그 위로 빨간 페인트까지 뿌려져 있었다.
‘설마, 그 새낀 아니겠지’
스스로를 위안 삼았다. 그 후 사라진 주인아저씨를 찾기 위해 경찰들과 나는 백방을 돌아다녔다. 며칠 후 포도 농장 뒷산 낭떠러지 부근에서 실족한 듯한 아저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발견된 시신의 왼쪽 상의 주머니엔 클로버 3이란 카드가 들어있었다. 경찰에선 아저씨가 등산을 하다 실족하신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돈을 노리고 타살이란 추정도 있었지만 타살이라 보기엔 증거도, 증인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저씨를 잃은 아주머니는 계속 눈물만 훔치시다 아저씨와 함께 살던 집에서 더 이상 못 지내시겠다고 아들 내외가 살고 있는 서울로 떠나셨다. 아저씨 찾으라 고생했단 말과 함께 내게 적지 않은 돈을 남겨주시고...
직장을 잃은 나는 다행히도 그녀가 예전에 일하던 빵가게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가 아이를 낳고 나면, 나 대신 그녀가 일을 하기로 한 조건이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빠 안힘들어?”
“힘들긴 뭘, 괜찮아”
“나도 나가서 일해야 돈을 많이 벌텐데”
“아냐, 우리 미진씨는 가만히 애기랑 놀아주면 되”
“에이, 치”
알콩달콩 시간이 지나갔다. 그녀의 배는 어느 덧 많이 불러있었다. 그녀의 복스런 배를 바라보면서 힘든 시간을 지우며, 다가올 내일을 준비해나갔다. 빚은 없지만 쥐뿔도 가진 게 없었던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만으로 그녀와 나의 아이를 위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오빠, 나 순대먹고 싶어. 순대 사서와”
“야 잘 시간에 순대는 왜 먹고싶냐?”
“우리 복덩이가 먹고싶대”
“으이구, 알겠어 일 끝나면 사서 갈게”
“간 많이 받아와! 복덩이가 간 먹구 싶대”
그녀의 장난스런 전화에 나는 서둘러 재고를 정리하고 퇴근할 준비를 했다. 주인이 집에 들어갈 즈음에 짐을 챙겨 나와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들렀다.
“아주머니, 떡볶이랑 순대 좀 주세요, 아 간 좀 많이 주세요”
“아이구 총각, 또 왔네. 새댁이 또 순대 타령이여?”
“네, 하하. 아주머니가 저보다 더 잘아시네요”
“그럼, 새댁이 얼마나 싹싹한데”
“감사합니다, 그럼 간 좀 많이 넣어주세요, 복덩이가 먹구 싶다네요”
“그랴그랴, 얼른 챙겨줄게”
계산을 하고 서둘러 집을 향해 갔다. 지금까지 모아둔 돈과 지난 번 받은 돈을 합쳐서 작은 자동차를 구입한 덕에 빠른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들겼다.
“미진아 나왔어, 복덩아 아빠왔어!”
수십 초가 흘렀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점점 심장이 죄여왔다.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열쇠를 몇 번이나 떨어뜨렸다. 허둥지둥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안이 어두웠다.
“어디있어, 야 장난치지마”
불을 켜고 흐느끼며 그녀를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가지런히 정리된 이불과 옷가지 위로 그녀의 핸드폰이 놓여있다. 그 옆에 하트 2 카드가 놓여있었다. 그 새끼다. 확신이 들었다.
‘띠리리리리링’
그녀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번호 제한-
“여보세요”
“오랫만이다이, 근혀이”
“누구시죠?”
“내다 내, 시발넘이 친구 목소리도 몬알아보노”
“태........원이냐?”
“그래, 내라니께”“지민이는, 우리지민이는. 어딧어?”
“내 옆에 잘 있다, 걱정마라”
“어디냐 시발넘아 지금 어디냐구”
“내? 지금 포도농장, 니 일하던 그기다 그기”
“시발새끼야 기다려 지금간다”
“얼른온나, 보고싶다 흐흐”
부리나케 튀어나갔다. 차에 올라타고 포도 농장으로 미친 듯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코너에서 두 번 죽을 뻔 했지만, 그녀의 안위가 먼저였다. 포도 농장이 보일 쯤, 밝은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하우스가 불타고 있었다. 더 미친 듯이 페달을 밟고 농장에 도착했다.
“정태원 시발새끼야 어디 있냐!!!! 대답이라도 해라”
산을 따라 들려오는 메아리소리 속으로 그 새끼가 나타났다. 비릿한 웃음을 가득 띄운 채,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왔나, 친구야”
“뭔 씹어먹을 소리야, 어딨어 우리 지민이”
“우리 지민이? 내 가랑이나 긁던 지민이가 언제부터 니네 지민이가 된노?”
“개소리 작작쳐해, 미친새끼야”
“하, 친구를 이래 대하면 되나?”
“헛소리 집어치우고 얼른 지민이 데려와. 강아지야”
“하아, 저쪼 않있나? 안비나 니 눈깔로는?”
그 새끼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녀가 보였다. 흔들 그네 위에 양손을 벌린 채, 말없이 말없이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
“이 강아지야!!!!!!!!! 지민이한테 뭔짓을 한거야!!!”
“뭔 짓은 뭐라큿노, 쟈는 원래 무당될 년이야. 니가 건들면 안되는기라”
“뭔 개소리를 쳐지껄여”
“니 임마, 니 살릴라고 내가 별 짓을 다했는데 참말로 섭섭하데이”
“알아듣게 설명을 하라고 시발놈아”
“마 쪼매 기다리보그라. 인자 결론난다”
“뭔 개같은 소리야”
‘우르르르릉쾅’
하늘이 무너질 듯이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낙뢰가 포도 농장 뒷산으로 향했다.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불이 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오빠, 살려줘!!!!!! 정태원이 날 여기에 묶어두고 죽이려고 해”
그 말에 그 새끼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그리고 발로 미친 듯이 차버렸다.
“마 박근혀이. 새끼야 정신챙기라. 단디봐라 단디!”
“닥쳐, 넌 오늘 죽었어”
그 새끼가 하는 말을 무시한 채, 나는 계속 발로 그 새끼를 찼다. 삼분, 오분, 십분. 그렇게 계속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 새끼를 차고 있다 갑자기 그녀 생각이 났다. 그녀에게 미친 듯이 뛰어가려는데 나의 발목을 그 새끼가 잡았다.
“근혀이, 내는 니 친구아이가. 쪼메만 더 기다리봐라. 제발”
“지민이 저래 묶어놓고 어에 기다리냐. 개소리 집어치우고 그냥 꺼져”
“마, 히야가 항상 니 챙기는거 모리나”
“지랄. 그냥 닥치고 꺼지라고”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미친 듯이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다가가지 못했다. 입가에 불긋한 핏물이 흐르는 그녀를 바라보고 나는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광기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오빠?카하하하학 나 사랑한다며, 이리와. 나 너무 힘들어”
“지...지민아, 괜찮아?”
“오빠만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야”
“아,,,, 응 잠시만 기다려”
미친 듯이 사랑하는 그녀였지만 다가가기 너무나 힘들었다. 아니 광기어린 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다. 하지만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을 뗀 순간, 나를 감싸 안았다. 그 새끼였다.
“마 친구야, 다되따. 인자”
“그럼 놔, 새끼야”
“니는 저게 뭘로 비노”
“지민이, 내가 사랑하는 지민이랑 내 아이”
“하이고, 정신차리라 새끼야. 즈그는 신줏단지야 신줏단지”
“무슨 개소리냐”
“김지미이 저 가시나는 신줏단진기라, 저 뱃속에 아가 천존을 담는 그릇인기라. 김지미가 천동대신을 담을 그릇이었는데 그걸 거부하니까 저래된기지”
“뭐라는거야, 알아듣게 이야기를 하라고, 젠장”
“아무튼 다 업보다 업보, 니나 내나 어찌할 수 없는기다”
“...............”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서서히 그녀가 일어서려하자 하늘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왼쪽 가슴에 번개가 내리쳤다.
“악”
“지, 지민아.....!”
지민이를 바라보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니 잃었다기 보다 타의에 의해 잃어졌다.
어깨에 살며시 기대는 향기가 낯설지 않았다. 유린하는 듯한 손길로 나를 만지는 게 낯설지 않았다.
그녀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녀였다...
귓가로 미적지근한 빗소리가 들려온다. 머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따스한 불빛들... 지금이 언제인지, 여긴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한참을 되뇌여본다.
어깨부터 손이 적시어왔다. 그녀의 짙은 머리칼 향기와 함께 내 몸을 감싸왔다. 내게 기댄 그녀가 따사로웠다. 내리쬐는 불빛보다 더욱 더 따스했다. 불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생기와 함께 식어갔다. 문득 꺼져가는 불빛에 손을 바라봤다.
까맣게 피어오른다 빨갛게 차오르던 것들이
epilogue
그 새끼가 남기고 간 편지를 읽었다.
‘’‘박근형이, 내 태원이다.
니도 알다시피 우리 어무이가 무당이다 아이가. 한 날에 집에 전화했디마, 엄마가 큿데? 내랑 만나는 가시나가 신을 모실 안데 신을 거부해서 큰 화를 당할끼라고. 그래가꼬 내가 가한테 집착하는거츠럼해가꼬 떨가내띠마, 고마 니한테 붙어삐드라. 내가 우째야 겟노. 신경질 내고 니랑 떨가야 될꺼 아이가. 근데 니는 그 가시나랑 튀삐데. 하, 막막하드라 임마야. 니 찾는다고 오만데 다 댕겨봤는데, 암만 다녀도 못찾겠는기라. 어무이한테 물어봐도 대답을 안하드라. 천지신명이 꾸린 일에 하찮은 게 끼어들면 안된다고. 그래가꼬 한 참을 헤매는데 어무이가 전화가 왔드라. 부산에서 큰 화를 당할 꺼니까 니 챙기러 가라꼬. 그래서 부산으로 내려갔디마 니는 이미 없드만. 니 있다는 집에 보이까네 그 가시나가 접신했을 때 니한테 경고를 남긴기였어. 니는 그거도 모리고 걍 토깟지만스도. 그리고 또 한참을 니를 찾아 헤매다 보이까네, 영월에서 낙사한 사건보고 ’아 이건갑다‘ 하고 촉이 와서 왓디마 아니나 다를까 맞드만. 그 가시나가 자꾸 신을 거부하니까, 니를 죽일라고 한기라. 본의든 타의든 그랬던걸끼라.
마 친구야, 니는 큰 일을 치를 뻔한기라. 세상에 힘들고 고난이 다 있드라도 난주 다 좋을기라. 기분 좀 풀리고 그카면 전화해라. 언제든 기다리꾸마.
태원 010-XXXX-XX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