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내 얘기를 듣는다면 눈물 질질짜지 않을 놈 없을 거다. 물론 그 와중에 몇몇 싸이코패스들은 희열을 느끼리란 걸 안다. 난 사람들 사는 세상이 참 비열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 다만, 항상 문제는 몇몇의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일으키지. 내가 뼈저리게 당해봐서 안다. 평범하고 멀쩡해 보이는 인간들 중에는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지금의 나는 복수를 잊고 지낸다. 당연히 하고야 싶지. 내 인생을 이따위로 짓밟은 놈들에게 말이야. 하지만 이제와서 방법도 없거니와 복수는 다시 복수를 가져온단 걸 잘 알고 있다. 중요한건 내가 행복하게 사는거 아니겠나? 나한테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기도 싫은 거다. 복수에도 격이 있다. 사람답게 하거나 악마처럼 하거나.. 하지만 난 이성적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오직 참을 뿐이다. 그렇다. 난 내 인생 잘 살아보려고 나름 노력하며 살고 있다. 부디 날 괴롭히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나 어린 새끼들이 주둥이 수근수근 놀려대거나 벌레보듯 야려보면 상당히 곤란하다. 소문의 파급력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람하나 병신되는거 한 순간이고 일단 퍼진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재생산한다. 머리가 나빠서 공부하느라, 그리고 몇 달간 정신과 약물 먹느라 신경 못썼더니 이젠 내가 어떻게 해명하고 명예 회복할 방법이 없구나. 하지만,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결론을 최근 얻었다. 너희들 중 일부가 언젠가 내 발목을 잡으리란 걸 안다. 그래서 난 이제 내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발단부터 시작해 간단히 줄거리만 말하겠다.
고등학교 때 날 싫어하는 JHI라는 인간이 여자 화장실 앞에서 나에 대한 해괴하고 변태스러운 얘기를 퍼뜨렸다. 진실이 5%라면 95%는 거짓이고 전혀 의도치 않았던 바를 내 의도로 바꿔 퍼뜨린 것이다. 얘기만 듣고보면 JHI가 설마 저런 거짓말을 하겠냐는 식으로 여겨질만큼 학교 내에서도 내 편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J와 담임 선생과 삼자대면을 했는데도, 교사라는 작자는 사건을 덮어버릴 생각으로 듣도 보도 못한 얘기라고 ‘네가 잘못들은 게 아닐까?’라는 식으로 나왔다. J는 학교 내에서 잘나가는 동아리의 회장이었고 반장 경력도 있었는데 반해서 나는 그야말로 키도 작고 못생겨서 공부만하는 작은 존재일 뿐이었다. 담임은 분명 소문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선 그렇게 나왔다고 본다. 선생이라면 소문을 중재해줄 생각은 안하고 마치 내가 헛것을 들은 것이라고 씩 웃으며 달래주려 하는데, 타고나길 우둔한 말투를 가진 내가 애써 말해 봐도 씨알도 안 먹혔다. 내겐 변명할 증거도 없었고, 내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줄 정도로 친한 친구도 없었거니와 그 때가 수능을 100여일 남긴 시점이기도 해서 다들 자기 할 일 하기에 바빴다. 다만, 12시까지 강제로 야자를 하는 고3들에게 난 키득거리며 스트레스를 풀기에 좋은 씹기 좋은 쫄깃한 껌으로만 여겨질 뿐이었다. 그 후로 이상한 일들은 우후죽순 발생했다. 예를 들자면, 책상에 엎드려서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몇 몇 여자애들은 내가 젖꼭지를 애무하려고 책상에 대고 있는 거라며 떠들었다. 입학하고서부터 무식하게만 공부해 모의고사 성적 차근차근 올려왔을 뿐인데, 감동 주는 척 연기 하려고 일부러 점수 낮춰온 거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토요일 오후 자습실에 남아 공부하다가 엄마 차타고 집에 가서 모의고사 해설 한 강의 듣고 돌아왔는데, 여자랑 하고 왔다는 소문이 다음날부터 쫙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소리들이나 하고 있는데, 가서 뭐라고 하랴? 수능도 얼마 안 남았으니 대학이나 잘 가겠다고 무시하며 공부했다. 이 일을 겪은 후 모의고사 점수는 100점이 하락했다. 평소 영어 독해만큼은 정말 자신 있었는데, 머릿 속에서 단어가 지워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4점짜리 수학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다. 너무 집중이 안 될 때는 이어폰 음악을 크게 틀고서 언어영역을 풀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다 무시하고서 내 공부만 하면 할수록 더욱 괴상한 얘기들이 생겨났다. 인터넷에 내 얘기랑 사진이 떠돈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인터넷을 뒤져 봤는데도 그 어떤 것도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수능이 10일여 남은 시점이 왔을 때 난 이상한 걸 느꼈다. 일요일 아침 학습실엔 나를 포함 둘 뿐이었다. 그런데 자꾸 날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소리의 진원지를 고민해보니 멀리 떨어진 학생이 책을 넘기는 소리에서 이상한 잔음이 울렸다. 책 한 장 넘기면 소곤소곤 소름끼치는 욕이 귓가에 전해지는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환청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수능을 앞둔 11월 초의 소위 말하는 용기고사에서 300점 초반이 나왔다. 당일 저녁 가채점을 마치고 난 모든 짐을 싸들고 집으로 갔다. 쓰레기들이 우글거리는 교무실에서 그 선생의 면상을 보는 게 역겨워 말도 없이 말이다. 수업 마치자마자 가방 싸서 집에 가도 선생님들은 나를 뭐라 하지도 않았다. 버려진 존재랄까? 남은 기간 동안 난 혼자 방에서 문 잠궈 놓고 공부했다. 3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기억하니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능 전날까지도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도 없고 그냥 소신껏 치고 재수한다는 마음으로 수능을 봤는데, 운이 너무 좋았는지 노력이 가상해서 은혜를 입은건지 점수가 잘 나와서 이 학교에 왔다. 그리고 그 해 겨울은 집에서 가출도 했고, 부모님과도 많이 싸웠다. 부모님은 내가 공부 하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정신이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경찰서에도 가보고, 인터넷에 상담도 해보고, 나름 인터넷에 내 신상 검색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경찰들은 무고죄라며 나를 협박했다. 나는 이때 시내 정신과에서 약물 투여를 받기도 했고, 서울에 있는 유명한 정신과에 매주 방문하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거기서 처방해주는 약을 먹으면 마음이 편해지긴 하는데, 하루 종일 잠만 오고 힘도 나질 않았다. 그 두 달 동안 난 10kg이 불어 몰라볼 모습으로 변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치료는 끊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몸이 힘들기 때문에 안 먹어봤지만, 그러면 귀에서 또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와 어쩔 수가 없었다. 정신과에 가면 주기적으로 인성검사나 심리검사를 하는데, 문항의 예를 들자면,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에 대해 ‘1그렇다 ~ 5 전혀 아니다’를 답하면 되는데, 이런 건 내 손바닥 안에 있었다. 상식에 맞고 선한 답변만 고르면 결과는 잘 나오기 때문에 이젠 치료를 마칠 때가 된 것 같아, 답을 잘 쓰고 병원을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이게 아마 5월이었지 싶다. 그렇게 4~5년이 흘렀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된 정신 쪽 신경은 잘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지금도 소곤소곤 얘기하는 무리들 근처에 있으면 견딜 수가 없다. 가슴이 뛰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되도록 그런 장소는 피해서 다닌다.
어쩌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도 많을 것이다. 분명 난 정신병을 앓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건데, 나를 둘러싼 괴소문은 이 순간에도 존재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나는 사람의 눈빛을 읽는데 익숙하다. 스쳐가는 사람들에게서, 측은함 또는 경멸이 느껴진다. 가끔은 재밌어 죽겠다고 생각하는 싸이코들도 있다. 그런 놈들은 필시 어디다가 루머를 퍼뜨리고 남을 헐뜯는데 능한 놈들이다. 난 그놈들 중 몇 놈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정말 억울하다. 이제는 좀 그러지 말라’고 빌고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제발 사건 좀 터뜨려 달라고 애원하고 싶기도 하다.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는데, 증거만 잡으면 나는 지난 몇 년간의 고통을 보상받으며 복수할 수가 있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이 말로 꽤 길지만, 한 낱 일부분에 불과한 내 삶의 이야기를 마치려고 한다.
“야이 강아지들아, 나는 거짓하나 안 보태고 사실대로 적었으니, 남의 고통도 좀 이해하고 이제 입 좀 다물어라. 역겨운 눈동자를 파버리고 싶고, 저렴한 니 아갈통을 뭉개고 싶지만 계속 참고 있다. 여전히 날 괴롭히겠다는 놈들은, 찌질하게 굴지 말고 화끈하게 터뜨려 봐라.“
한마디만 더할게. 난 지극히 정상적이고 선한 사람이다. 소문이 어떻게 도는진 모르겠으나 난 니네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오히려 너네보다 더 정상이다. 왜냐? 남을 헐뜯고 질투하는 것을 경멸한다. 내가 당해보니 알겠다. 이런 감정 품기조차 싫다.
너희들 보편적으로 가지는 더러운 감정 나는 절대 안 가진다.
그리고 난 열심히 살고 있다. 머리가 나쁜것 같아 이해를 잘 못해서 배로 공부한다. 그러니 나를 냅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