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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 등골빼먹고 차 버린 여자

댓가는반드... |2012.10.03 01:49
조회 375 |추천 4

반말이라도 다소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라면서, 글을 씁니다.

 

 

 

 

 

대구사는 20대 kmj. 니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언젠가는 너도 반드시 가슴치고 후회할 날이 오기를 염원을 담아 기도한다.

 

우리 오빠, 그렇게 잘난 사람 아니다.

그래 가끔은 투정도 부리고 바퀴벌레 보면 여자인 나보다 식겁하기도 한다.
편식하는 거 보면 아직도 내 눈엔 철없어 보일 때도 있고.


근데, 그런 오빠가 어제 술 잔뜩 취해서 들어 오더라.
술도 못마시는 주제에 소주 냄새가 진동을 하길래, 뭐하고 술쳐마시도 돌아다니냐고 등짝 후려쳤더니.
내 앞에서 한번도 운 적 없는 내 오빠가, 가슴 쥐어 뜯으면서 울더라.

기억나냐? 우리 오빠 군대 다녀오고 나서, 처음으로 사귄 여자라면서 우연히 호프집에서 만난 너를 소개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동생의 입장으로서, 실망했다.
같은 여자가 봐도 70kg은 넘어 보이고, 뚱한 표정으로 날 보면서 억지로 인사하던 너.
그래도 우리 오빠는 너 좋다고 웃으면서 소개했고. 나는 꼬박꼬박 널 언니라고 부르며, 니 생일날마다 향수며 화장품을 선물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오빠가 좋다는데, 나는 널 좋아하려 애썼다.
니가 아무리 싸가지 없이 내 선물이 마음에 안든다며 문자질 한 걸 우연히 봤을 때도 말이야.

너, 살쪄서 청바지 허벅지 사이가 닳았다고. 오빠 붙잡고 하루종일 짜증냈던 날에 우리 오빠는 널 보고 안쓰럽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동기들한테 뚱뚱하다고 뒤에서 소리 들었을 때, 넌 우리 오빠 붙잡고 내가 널 동정하듯 본다며 악을 썼지.
어떻게 아냐고? 니가 우리집 앞에서 울부짖었잖아.
너 다이어트 한다고 수없이 한약 먹고, 약처먹고, 이상한 분유같은 거 먹을 때.
난 그게 우리 오빠가 아르바이트 해서 사준 줄은 몰랐다. 그딴게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지도 몰랐지.
니가 빤질나게 다니는 핫요가며 헬스는 너네 집에서 대주는 줄 알았지.

올해동안 왠지 오빠 더 피곤해 하고, 공부할 시간 줄이면서 일할때. 난 그게 니 주둥이로 들어가는 지 정말로 몰랐다고.
오랜만에 본 니가 몰라보게 살이 빠져서, 오빠더러 좋겠다고 했을 때.

오빠는 피곤한 표정으로 웃더니. 우리 00이가 요즘 많이 예뻐지긴 했지? 했을 때.
나는 그저 니가 여자로서, 오빠한테 더 예뻐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내심 좀 기쁘기도 했는데.

 

그 전부터 살을 뺄 필요도 없는 오빠가 닭가슴살이며 도시락 싸가는 걸. 널 위해 준비하는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데이트 할때마다 너 위한다고 도시락 챙겨먹이고, 영화관도 팝콘 냄새땜에 못갔고, 널 위해서 이것저것 선물했다는 데, 그 병신이.
진짜 너무 불쌍하더라.

내 오빠지만 진짜 병신이더라.

 

자기 딴에는 여자친구를 배려한답시고, 착한 남자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는데.
너같이 멘탈이 썩은 애를 만나서, 돈은 돈대로 버리고, 마음은 마음대로 엉망이 되서 술이나 푼다.


그래, 돈만 썼으면 괜찮았을 텐데.

니 주제에 딴 남자랑 잤다더라?


뚱뚱할 때는 우리 오빠 말고는 여자로도 안봤을 너를. 남자애들이고 여자애들이고 네 자격지심에 치를 떨었다는 데.
너랑 사귀는 우리 오빠가 진짜 성격좋고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주변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는 데.
니가 그깟 지방 좀 태웠다고 그렇게 딴 남자를 만날 수가 있냐?

순진해 빠진 우리집 병신은, 여태 그것도 모르다가. 과 후배가 넌지시 말해줘서 알았다더라.
그 과 후배가 너같은 년 빨리 차 버리고, 제정신 차리라고.
형이 아깝다고 말하면서.
너 살 좀 빼더니 남자애들 번호따고, 앵겨붙는다고. 살쪘을 때는 그렇게 회피하던 동아리에도 그렇게 꾸준히 나오면서 술 쳐마시고,
남자애들 등에 엎혀서 자취방 들어갔다고.
술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의심스럽다고.
우리 오빠, 부쩍 더 퉁명스럽고 막대하는 널 보면서 고민하다가. 네 핸드폰 카톡봤다고.
끈적끈적한 자기, 여보 하트 난무하는 그런 거였겠지.
너는 우리 오빠더러, 야, 뭐, 어쩌라고, 몰라, 따위로 카톡에 도배를 하던데.

너 진짜 못되쳐먹은 년이야.


오빠가 너한테 못한 게 뭐냐?

아니 도대체 우리 오빠는 너한테 뭐였냐?

이 소심한 새끼는 술쳐마시고 나한테 하소연 하면서도. 니년한테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도대체 네가 얼마나 잘났기에, 우리 부모님한테는 자랑이고 나한테는 듬직한 오빠인 이 사람을 무시하고.
네 멋대로 짓밟고 유린하는 지.
차라리 헤어지자고 하지 그랬냐.
그랬으면 이 새끼는 너 붙잡고 매달렸어도 좋은 여자였다고 나중에 기억했을 지도 모르잖아.

새벽 두시에 술처마시고 우리 오빠더러 데릴러 오라고 했을때.
너 담배 꼬나물고 우리 오빠 돈없다고 무시하는 말 무심코 들었을때.
오빠새끼가 이벤트 한답시고 케잌이며 인형사갈때, 집에도 없었을 때.

이 소심한 인간은 너한테 서운한 말 한마디도 못하고 나한테 고민이랍시고 털어놓았다.

그때마다 내가 그렇게 헤어지라고 그랬건만.

이 인간이 병신이고, 호구고 순정남 코스프레를 하느라 미쳤었다.
아니, 솔직히 원래 이런 인간이라 그런거겠다.

 

돈같은 거 다 소용없고.
진짜 너라는 여자에 대해서 치가 떨리고 분하고. 손이 덜덜 떨린다.

친구들을 싹 데려가서 머리를 쥐어 뜯어놓을까. 오빠 통장 내역을 뽑을까. 학교에 소문을 낼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거 다 해봤자, 우리 오빠는 뭐가 달라지는 지.

애시당초에 너같은 년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겁난다. 나도 앞으로 연애하는 게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저질일까봐.

 

넌 나중에 꼭 너같은 놈을 만나서, 똑같이 당해보고, 똑같이 울고, 똑같이 살아.

내가 꼭 빌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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