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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나쁜 년이었다.

|2012.10.03 20:46
조회 12,648 |추천 36

퍼옴

 

 

 

 

외로웠다.

그래서 너를 만났다.

 

그렇게 쉽게 만난 너와

생각외로 오랫동안 사랑했다.

 

 

금방 헤어질 줄 알았던 너와 함께

두번의 여름을 보냈다.

 

 

 

우리가 함께하는 두번째 가을이 될 무렵

한창 서로 티격태격 사소한 걸로도 싸우던 그 시절에

너는 나에게 헤어짐을 이야기 했다.

 

 

 

더이상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랬구나

너를 만나는게 귀찮아지고, 너가 하지말라던 것을 몰래 하게 되는 이유가

너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서였구나.

 

 

너 덕분에 깨달았다고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정말 많이 후련했다.

 

 

너에겐 참 미안했지만,

나를 옥죄고 있던 무언가가 녹아없어진 느낌이었다.

 

 

물론 약간은 허탈한 느낌이 있었다.

너와 내가 이젠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것.

매일 아침이면 전화로 들려주던 너의 목소리를 더이상은 들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그건 더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대신 나에게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한달이 지났다.

 

 

그 짧은시간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너가 질색하던 수염을 기르고,

너가 싫어하던 귀걸이를 했다.

 

너가 그렇게 먹지 말라던 술도 많이 마시고,

너가 정말 증오하던 담배냄새가 옷에 찌들도록 많이 폈다.

 

 

 

생각해보면 넌 참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돌이켜보니까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참 많네.

 

넌 참 나쁜 년이다.

 

 

도대체 니가 나한테 그 많은 것들을 요구하면서,

너가 내게 해준건 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자도 많이 만났다.

소개팅도, 헌팅도 정말 닥치는데로 했다.

 

 

너가 싫어해서 끊었던 클럽도

밤만 되면 춤에 미친.놈처럼 가서 마감을 찍었다.

 

 

행복했다.

 

 

자유라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임을

다시 깨달았다.

 

 

 

 

 

 

 

그렇게 한심하게..

세달이 흘렀다.

 

 

이젠 모든게 재미가 없다.

혼자 있는 순간엔 그냥 마음이 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분명히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다 실증이 났다.

 

 

 

그때 문득 니 생각이 났다.

 

너와 찍은 사진들 속에 나는

지금 거울 속에 있는 나와는 많이 다르다.

 

 

거울속 나는 참으로 낯설다.

 

 

2년동안 꼭 한번만 만나달라던 너의 친구들을

끝끝내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나는,

미니홈피도, 페이스북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의 소식을

알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

너무 후회가 된다.

 

 

세달동안

연락 한번 오지 않는 너는..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구나

갑자기 서러워졌다.

 

 

 

오랜만에 혼자 침대에 누워

너와 함께한 2년을 떠올려본다.

 

 

 

그러고보니

너 역시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너의 털털한 성격 덕에 이성 친구가 많았던 너.

그 많았던 이성친구들을 다 끊어내고,

 

친구들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그 설레는 해외여행도

나의 투정에 너는 별 상관 없다며 포기했다.

얼마나 기대하고 기다리던 여행인거 알면서도 괜한 욕심에

널 힘들게 했다.

 

 

단발머리를 해보라는 나의 말에

몇년도 더 기른 긴생머리를 잘라내고,

평발이었던 너는 구두가 좋다는 내 말에 편한 운동화를 포기했다.

 

 

 

 

 

아..

넌 참 좋은 여자였구나.

 

 

 

 

솔직히 재밌는 일도 많았고,

너와 함께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그렇지만 난 너가 그립지는 않다고

내 자신에게 이야기 하는데

어느새 눈앞이 뿌얘진다.

 

 

 

 

내방 창문에 비친 나는 울고 있었다.

 

 

 

 

한번이라도 잡아볼껄.

진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너보다 내가 더 먼저 포기했구나.

내가 먼저 널 놔버렸구나.

 

 

 

사내새1끼가 되서 쪽팔리게도..

한참을 꺽꺽거리며 울었다.

 

 

 

 

 

 

멍청하게도

정말 병.신 머저리같게도 나는..

참으로 늦게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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