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2주만에 녹음, 믹싱까지 혼자 다 해먹은 십구세.
놀랍다. 힙합에 관해 개코도 모르지만, 그냥 놀랍다.
지코는 열아홉에 제 이름표를 붙인 창작물을 내 놓았다. 그것도 말이 나온지 단 2주 만이란다.
나의 열아홉에 내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건 고작 문제집이나 교과서가 전부였다.
그러니 이 위대한 열아홉의 위대한 업적은 그 결과물의 평가를 차치하고도 일단 놀라워야 옳을 일이다.
무언가에 자기 이름을 두드려 새겨넣는다는 건, 모팔모 대장이 주몽왕자를 위해 강철검을 만들며 쇠붙이를 두드려온 위대함과 버금뗀다.
혹자는 고작 '힙합 나부랭이'에다 역사적 인물의 그것을 빗대지 말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코가 말했지.
"웃길때 실컷 웃어둬라.그 비웃음은 몇 년 후 땅을 치고 쏟아질 눈물일꺼야."( I'm Still Fly 가사 中)
이 믹스테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지코의 열아홉. 그 짧은 삶에서 얻은 모든 경험들을 트랙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낙서 시절의 믹테까지 포함한다면 우지호 a.k.a ZICO의 삶을 우리는 거의 단면적으로 전부 맛보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열아홉의 패기, 짧은 인생의 다채로운 스팩트럼, 망상, 걱정거리, 사랑, 열라부자 등등.
"Yeah 내랩은 내 얘기뿐 믿어줘 거짓부렁은 없어 It's true" (억척 가사 中)
자기 얘기 하길 좋아하는 지코가 거짓없이 솔직하게 담은 가사는 두 귀 바짝 열고 집중해 들으면,
억양과 세기를 따라 뭘 말하려고 하는지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다. 이미 블락비로 데뷔한 지코의 믹스테입을 죽 닥치구 반복재생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는 ZICO on the block 안에 전부 담겨있기 때문이다.
@ 쫀득한 씨리얼바처럼, 맛 좋고 식감 넘치는 음악.
전반적으로 문학적이거나 감성적이지는 않은 가사다. 텍스트로만 읽어보면 눈에 띄게 꽂히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텍스트에 음률과 세기를 섞어 비트에 맞춰 소리를 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건 소설이 아니니까.
음악이 주는 묘한 소통방법을 지코는 너무도 본능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두렵다. 한 번 들으면 두 번을, 세 번을 듣게 되니까.
Beat, 육성, 가사의 앙상블 속에 몰래 약을 탔다고 밖엔 표현이 안된다. 음치 박치도 절로 들썩일 플로우에 잇몸이 간질거릴 정도다.
Wake me up 같은 사랑노래에서도 지코는 절대 절절한 감성을 남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쿨하고 덤덤한 채로 중얼거리듯 읊는 가사는, 니가 나고 내가 너인듯이 들린다. 이별을 놓고 깊게 파고 들어 내내 아픈것보다,
종잇장에 얇게 베인듯이, 잊고 있을 즈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가벼운 통증같은 느낌으로 불러서 더 좋다.
나이를 모르고 주제넘게 허세로 가득 채운 구구절절한 삼류 가사가 아니라, 그 또래의 가장 현실적인 느낌을 담았다.
그래서 지루하지가 않다. 니 얘기가 내 얘기고, 내 얘기가 또한 니 얘기라는 공감. 그건 사랑노래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I'm Still Fly 의 절박함과 동시에 Attention, 운빨, Release 의 대범함을 공존시키는 트랙리스트는 마치 전방위를 아우르는 박지성의 그것과 흡사하다.
최전방 공격수처럼 거침없고 공격적이다가도, 어느순간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뒤돌아봐, Top of Teenagers, 억만장자 같은 열아홉이 할 수 있는 생각들을 나열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이중적이게도 다분히 자해적인 가사들. 그것은 이 아이가 얼마나 큰 그릇을 품고 있는지를 알게했다.
자극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가 또한 타인을 자극시킬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1번 트랙에서 19번까지를 다 듣고나면 그가 뱉어낸 자극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달팽이관이 새벽 다섯시를 꼬박 채워 클럽에서 흔들다 나온 꼴이 된다. 그런데 또 반복재생한다. 왜? 그저 듣는것만으로도 재밌으니까.
그의 플로우와 라임은 레고 조각들처럼 척척 조립되어 전 트랙을 하나의 기지로 완성한다.
귀로 듣고 있지만 그 과정을 마치 눈으로 지켜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 "별의별 험한꼴 헤치고 일어난놈, 그와중에도 수없이 겪는 성장통"(4 My town 가사 中)
자신의 짧지만 굵은 삶과, 2년의간의 행보를 모조리 담기엔 19개의 트랙은 아마 한 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 믹스테입이 그의 모든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집착처럼 그의 믹스테입을 듣는다.
그가 "온전역을 떠돌면서 종교라며전도" 하는 "열아홉의 개똥철학" 은 그럴 가치가 있다.
나보다 한참을 어린 그의 철학에서 나는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느낀다. 감전처럼 발끝에서부터 돋아 오르는 희열이 그의 음악에 깔려있다.
그의 열아홉을 통해 나는 나의 열아홉이 그토록 하고싶었던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며, 그의 성장통을 마치 내 통증처럼 껴안으면서 대리만족 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스물을, 스물하나를. 그의 서른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그가 앞으로 이야기 할 수 많은 철학들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고백할까 한다. 지코의 음악을 들으며 느낀 바를 나는 십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했다.
뭐라도 되는 냥 구구절절 읊어놓았지만, 사실 나의 좁은 단어장에서 골라낼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애초에 텍스트로 감상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완전 무리다. 그저 꺅 소리나게 좋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단지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겠다. 앞으로 그를 향해 질러대야 할 함성이 ZICO on the block 에 대한 감상이 될 것이다.
우왕 ㅋㅋㅋ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