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성추행을 당했지만 허술한 수사로 잡지 못했습니다

박성은 |2012.10.10 09:42
조회 63,434 |추천 102

2012년 8월 17일 금요일
회사 퇴근 후 직원들과 간단히 한 잔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여느 때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탄 곳은 광안리,내릴 곳은 종점 양산
중간 자리 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 자리)에 타고 가다가
서면 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면서
끝자리 (의자에서 제일 마지막 자리,즉 내 왼편엔 사람이 탈 수 있고 오른편엔 문이 있음)에
자리가 생겨 그 쪽으로 이동 후
양산역까지는 같은 2호선이라 중간에 하차할 일도 없고 거리 및 시간이 많이 남아 잠이 들었습니다.
잠을 자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깼습니다.
누군가 제 허벅지를 만지고 있었고 너무 놀라 그 사람 얼굴을 볼 수도 일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항상 가방 안에는 호신용 스프레이가 들어 있고
이런 경우가 생기면 소리를 지르고 먼저 이 피해를 주위에 알려야 한다,
라고 평소에 당연시 생각하고 여겼지만
막상 제가 당하고 있으니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순간 움찔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손이 제 몸에서 손을 떼더라구요.
그 때도 전 겁이 나서 덜덜덜 떨며 이제 어떻게 내가 해야 하는건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손이 또 제 몸을 더듬었습니다.
처음 느꼈을 땐 허벅지 안 쪽이였는데 이번엔 속옷 안으로 손을 넣더군요
소름이 돋고 정신이 아찔하여
일어났습니다.
그 사이 지하철 문이 열렸고 그 사람은 황급히 내려버렸습니다.
이 모든 게 3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따라 내리지도 못했습니다.
그 늦은 시간 따라 내렸다가 칼로 찌르면 어떡하지,기절 시키고 협박하거나 죽이면 어떡하지,,
제가 본 건 그 사람 키가 조금 큰 편이였다는 것,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어린 편이였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타를 메고 있었다는 것,,,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서둘러 제가 어디에 타고 있었는지 사진을 찍고
(사진 첨부-촬영시간 11시 51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단 경찰서에 연락 하라고 해서 112에 전화했을 때는 양산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양산 양주동 파출소 쪽으로 연결이 됐구요.
그 남자가 내린 역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11시 51분에 사진을 찍었으니
그 전에 내렸고
남자친구와 경찰에 전화한 시간은 지금 휴대폰 통화내역을 보니
휴대폰 상으로는 시간이 지나 지워진 상태네요.
(이건 114고객센터 통해 지금이라도 통화 내역 및 시간 신청할 수 있음)
그 때 파출소에 가서 진술 했을 땐 기록이 다 있던 상태라
언제 통화를 했고 어느 역인 거 같다
(그나마 통화 시간이 있어서 지하철 금요일 시간표와 대조해보니 그 남자가 내린 역이 무슨 역이였다라는 계산이 나왔음)
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시간이 지나,,정확히 기억 나진 않지만 수정역이였던 거 같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지하철 내,부산 구역
시간은 8월 17일 금요일이였지만
양산에 도착했을 땐 사건장소가 아니였고 토요일 새벽으로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먼저 양주동 파출소로 가서 진술서 및 고소장을 작성하면서
그래도 성추행 문제라 혹시 민감해 하실까봐 여형사와 하겠냐고 배려해주시더라구요.
하지만 제 생각엔 하루라도 빨리 진행 돼야 수사도 매끄럽게 잘 될 것 같아
그냥 여기서 전부 다 하겠다 말씀 드렸습니다.
시간 및 장소 그리고 인상착의를 최대한 정확히 말씀 드렸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겠지만 빨리 잡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주말이 겹쳐서 다음 주 평일에 경찰서로 접수된다 말씀해주셨구요
전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9월 4일,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주말을 제하더라고 거의 보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혹시 제 사건이 누락이 됐나 싶어 파출소에 전화하여
어디로 접수가 된 건지 여쭤보고 해당 양산경찰서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강력4팀에 접수돼어 있다 했지만 직원들 전부 외근상태라 아무와도 통화가 안된다고 하더군요.
저도 일을 하는 사람이라 계속 통화연결을 시도 할 수 없으니
언제 쯤 통화가 가능하지 여쭤봐도 알 수 없으니 나중에 전화해봐란 말만 되풀이 하셨습니다.
네.대한민국 경찰들 얼마나 바쁜 지 압니다.
개인적으로 경찰이란 직업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구요.
하지만 너무 불친절 하더군요...
당연히 그 분도 알 수 없어서 그렇게 응대하신 거겠죠.
강력 4팀에 형사 분이 네 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경찰 시스템을 잘 모르지만 일이 있으면 항상 다 같이 나가시나요?
그럼 저 말고 다른 수사 진행 중인 사람들도 매번 자리에 없으면 문의도 할 수 없는건가요?

아무튼 어쩔 수 없어 몇 시간 후 다시 전화를 걸어 강력 4팀의 형사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제가 성함을 회사에 적어놔서 지금은 기억을 못하겠네요.
그 분한테 말씀 드리니 아직 처리가 안됐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수사 과정상 진행이 전혀 안 된거냐고 여쭤보니 그렇대요...
전.혀.하.나.도.말.이.죠
일 특성상 중요한 일이 터지면 그거부터 수습을 해야 하고
또 제 사건 말고도 다른 일도 많고~~
하시며 말씀을 하시는데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제 사건 보다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처리하시느라 정말 바쁘시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로 저를 설득시킬 순 없지 않나요?
본인도 답답하다며 직접 방문하시려면 하시라 하더라구요.
제가 확인할 게 뭐가 있죠?
하나도 처리가 안 됐는데..
그래도 혹시나 제가 가면 수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그럼 방문하겠다 했습니다.
오늘 방문할 수 있냐 하셔서 퇴근 후 간다고 하니
오늘은 일이 있어서 안된다 하시고
내일 방문한다 하니 내일은 외근 나가신다 하시고
모레는 또 광주(? 정확히 잘 기억 안 남) 로 가셔서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형사님께서 저한테 방문하시라고 하면 제가 방문 안한다고 하실껄 알고 그러신 건...
설마 아니겠죠? 아니라 믿고 싶지만
본인이 방문 하라 하셔놓고는 오늘도 안되고 내일도 안되고 모레도 안된다 하시니..

그럼 저는 계속 이대로 기다려야 되냐고 하니
제 사건은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부산 쪽으로 이관되면
그 때 수사가 들어가는거라 하시더라구요...
엄청 바쁘셔서 수사가 늦게 진행되는 것도
당사자인 제 입장에선 속이 터지는데
수사가 늦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진행도 안된 거고!
제가 전화해서 이제 시작해주는 것도 아닌
부산 쪽으로 이관이 돼야 시작이 된다니...

어이가 없어서 그럼 부산 쪽엔 언제 이관되는 거냐 여쭤보니
모른신답디다.
워~낙 일들이 많으셔서 결재를 올리더라고 상부에서 언제 결재를 내려줄 지 모르니
바로 이관되진 않는대요.
그럼 제가 전화 안 했으면 아예 묻힐 뻔 한거냐고 여쭤보니
그것도 아니라 하시고.
뭐,,묻혔겠죠 당연히.
아니라 대답하시는 것도 당연할 거고,
어떻게 네,묻혔습니다 라고 말하시겠어요~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
진술 당시 언제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디에 타고 있었는지
인상착의는 어떠했는지 제가 최대한 기억하고 있는 모든 부분을 말씀 드렸습니다.
조금만 직업 투철 정신이 있으셔도
일반인들 보단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능력 가지신 분들 아닙니까?
솔직히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그 다음 날이라도 지하철 가서 cctv 돌려달라고 말씀 드리고 제가 뽑아서
지하철 벽보에 붙이기라도 해봤겠습니다.
금전적 손해요?
단 10원도 없었어요.
육체적 피해요?
네,성폭행 당한 거 없고 맞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꼭 제가 돈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하고
오버지만 더 나아가 죽기라도 했으면
그래야만 수사를 하실껀가요?
그렇다면 미리 말씀해주셔야죠.
이런 사건은 피해 없으니 신고 하지 마라구요

며칠 후
9월 13일
부산 북구 경찰서에서 전화 왔습니다.

9월 4일 양산경찰서에 제가 직접 전화를 했으니
부산에 넘어가는 데 거의 10일이 걸렸네요.

사건 발생일 8월 17일
해당 관할 접수일 9월 13일.
그렇다고 9월 13일에 해결된 게 아니고 이관된 날짜가 9월..13일

죄송하게도 부산 북구 담당 경찰관 님 성함도 제가 회사에 메모를 해놔서
알 수는 없지만 그 분께 당시 상황을 다시 설명 드렸습니다.
그 분도 오늘 북구 쪽으로 접수가 됐는데 왜 이렇게 늦게 걸렸는 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며
cctv 확인하러 갈 때 같이 갈 수 있게냐 하시길래 잠시 회사에 말하고
중간에 갈 수 있다 말하였습니다.
늦게는 걸렸지만 이제는 진척이 되겠지 싶었던 찰나
순간 cctv는 일정한 시간 지나면 삭제 된다 라는 정보를 들은 거 같아
제가 먼저 지하철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14일 정도라고 하더군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는 이유 아시겠습니까?

네,,
그래도 제가 유일하게 증거물이라고 내놓을 수 있는 건
그 시간대의 cctv 인데 그게 이제 없습니다.
시간이 지났으니 삭제된거죠.

제가 일반인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 봅니다.절대로!

전 처음에 신고를 할 때는
지하철 내엔 cctv가 없지만 그래도 그 시간에 기타를 메고 그 칸에서 내린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으니 역 내에 있는 cctv 보면 그 사람이 내릴 때
무임승차 하지 않았다면 표를 내고 나가는 장면이 찍혔을 것이다.
그 사람이 수정역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내렸지만
그 곳에서 내린 건 그 사람이 내릴 곳이기 때문에 내린 게 아니라
제 움직임 때문에 내린 것이니
그 사람이 평소에 내리는 곳은 양산일 수도 있는 것이고 모르는 거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찍었다면 그 사람 정보가 나올 것이고
마이비 카드를 찍었다면 신상정보는 나오지 않아도
어느 역에서 주로 타고 내리는지 어떤 시간대에 이용하는 지는 적어도 나올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이제야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제 cctv까지 삭제된 마당에
그 사람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봐야겠죠?
허망합니다.

그 남자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그럴 수 있고
그리고 세상이 만만할 겁니다.
그 사람은 성추행범입니다.
우발적이든 습관적이든 범죄자입니다.
범죄자를 잡아달라고 신고도 하고 증거 확보하시라고 단서도 드렸는데
결과는 이게 뭐죠?

cctv가 일정시간 후 자동삭제 된다는 지식을,
다른 일반인도 아닌 형사분들이 몰랐다는 게 문제입니까,
알면서도 본인들 구역 상황이 아니니 몰라라 하고 넘긴 게 문제입니까?
어떤 게 더 큰 문제인거죠?
양산에서도 최소한 그래도 그 cctv 장면 정도는 확보해 줄 수 있지 않았나요?
결재가 안 올라가 부산에 접수는 못했지만
cctv 특성상 삭제가 되니 예외적으로 부산에서 이거라도 확보해달라
요청해주실 수는 없었나요?

아 무 것 도 할 수 없 었 나 요?
증거까지 내줬는데도 그 있는 증거 조차 사라졌네요.
없는 증거도 찾아서 처리하는 게 경찰 임무 아닌가요?

사건 이후론 저도 회사 업무가 연장돼어 조금 더 오래 있어야 될 때 말고는
무조건 일찍 가고 있고 퇴근 아닌 출근 시간에도 무서워서
지하철에선 잠도 못 잡니다.
물론 범인을 잡더라도 그 트라우마 때문에 대중교통이지만 편하게 이용할 수 없겠죠.
절대 잡지도 못하겠지만요.


뉴스에 하루 걸러서 하루,
무서운 사건 사고들이 언론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아직도 일상생활을 하며 잘 살고 있겠지요.
어쩌면 그 이후로도 저랑 같은 지하철을 몇 번이고 탔을 지도 모릅니다.

제발 앞으로 저랑 같은 피해를 보는 분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천수102
반대수27
베플희한하게|2012.10.10 16:26
범인 사라지면 그때 가서 범인 잡아달라고만 하네. 일어서면서 소리라도 지르던가 그 사람 많은데서 사람들이 안 도와줄까; 성범죄자 새끼들은 이렇게 소리도 못 지르는 사람만 골라내는 능력이 있나보네. 그리고 현행범도 아니고 증인도 없이 잡아야되는데 경찰한테 뭘 바랍니까?
베플zombies|2012.10.10 17:08
현행범이나 증인또는 증거가 있지 않은이상 막상 저질럿다해도 피해자의 신고만으로는 접수하기 힘든면이 있습니다.. 지하철내에 CCTV가 있다면 모를까 나가는장면만으로는 증거가 되질 않구요 오히려 역공격 당할수 있습니다 억울하시겠지만 그게 현실이구요.. 솔직히 잡기 힘들어 보이네요
베플사복학생|2012.10.10 17:02
성희롱 성추행은 거의 현행범으로 잡지 않으면 증거가 잘 안 남아서 잡기 어려움... 그렇기 때문에 치한들이 한번 건드려보고 아무런 대처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더 얼씨구나 달려들어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